▶ 265~360평방피트 크기 불과 높은 천장·발코니·디시워셔 등 그래도 웬만한 것은 다 갖춰
▶ “룸메이트 불편보다 낫다” 환영 “너무 좁아 시민 모독” 비난도
“좁긴 하지만 있을 건 다 있다.”조그마한 발코니와 높직한 천정이 있고, 디시워셔와 저장공간도 완비되어 있다. 하지만 전체 크기는 360평방피트에 불과하다.
미국 최대 도시 맨해튼에 들어서고 있는 극소형 ‘마이크로 아파트’가 혼자사는 남녀 미혼자들 사이에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넘치는 수요에 맞춰 공급도 급속히 늘어날 태세다.
뉴욕시 도시계획 담당자들이 아파트 최소면적에 관한 제한을 해제할 것을 제안한 가운데 극소형 아파트에 대한 찬반토론도 가열되고 있다.
지지자들은 마이크로 아파트를 늘어나는 미혼인구를 감당하기에 적합한 맞춤한 대안으로 치켜세우는 반면 비판론자들은 빈민들을 위한 과거 공동주택 시절로의 회귀라는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공간이 좁다고 반드시 가격이 싼 것도 아니라며 마이크로 아파트의 증축은 뉴욕의 주택난을 해소할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수 십년만에 처음으로 초소형 아파트 건설이라는 흥미로운 실험에 나선 카멜 플레이스는 “작지만 충분하다”는 구호로 비판론자들의 회의론에 맞서고 있다.
개발업자인 토비아스 오리올은 “효율적으로 디자인된 마이크로 유닛은 근사한 아파트”라고 말한다.
올해 초 문을 열 예정인 카멜 플레이스는 265~360평방피트 규모의 55개 아파트로 구성된다. 차 한 대가 들어가는 차고가 대략 200평방 피트라는 점을 염두에 두면 마이크로 아파트가 얼마나 작은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실험 프로젝트로 인가를 받은 카멜 플레이스는 시 정부 소유인 시유지를 불하받아 부지로 삼았다. 뉴욕의 개발업자들은 1987년도에 제정된 조례에 따라 신규 아파트 면적을 400평방피트 이하로 줄일 수 없지만 시정부의 특별배려로 카멜 플레이스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최저면적 규정에서 풀려남에 따라 카멜 플레이스는 400평방 피트보다 훨씬 적은 소형 스튜디오와 사이즈가 다른 마이크로 유닛을 건설할 수 있지만 전체가 마이크로 유닛으로 구성된 건물을 지으려면 계속 웨이버를 필요로 한다.
카멜 플레이스의 내부와 편의시설을 디자인한 스테이지 3 프로퍼티즈의 크리스토퍼 블레드소에는 “우리 입장에서는 작은 공간이 삶의 질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 지를 보여주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둥이 없이 길고 편편한 마이크로 아파트의 벽은 가구배치 옵션을 극대화 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물론 일부 유닛에는 접개식 간이 가구가 배치되어 있다. 여기엔 펼치면 12인용 식탁으로 확대되는 데스크와 벽안에 내장된 침대 등이 포함된다. 시공업체인 모나드낙 컨스트럭션과 설계회사인 n아키텍츠는 1인치, 1인치를 따져가며 작업을 했다. 적은 공간에 휠체어 이용이 가능한 욕실을 꾸미기 위해 1/8인치 길이까지 신경을 쓰기도 했다.
카멜 플레이스 전체 유닛의 40%는 저소득자용 주택프로그램에 따라 렌트의 상한선이 월 최고 1,500달러 이하로 책정됐다. 하지만 실제 시장가격은 인근 지역인 머레이 힐의 스튜디오 가격과 같은 수준인 월 2,650달러, 혹은 3,150달러를 호가한다.
이제까지 시장가격이 적용되는 카멜 플레이스의 마이크로 아파트 8개 유닛에 약 20명이 입주신청서를 제출했고 수 백명이 관련정보를 요청했으며 6만 명이 저소득자용으로 가격을 낮춘 아파트에 들어가기 위해 추첨에 참여한 상태다.
빌 드 블라시오 뉴욕시장은 “카멜 플레이스와 다른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업자들은 소가족 가구에게 살만하고, 안전하며 건강한 옵션을 제공한다”며 실험 프로젝트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뉴욕에 극소형 아파트가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고참 부동산 감정인인 조너던 밀러는 뉴욕시 곳곳에 면적이 400평방피트 이하인 3,000개의 낡은 아파트가 널려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부동산 에이전트들은 뉴욕의 젊은 전문직 종사자들 사이에 소형 스튜디오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으며 출퇴근 거리를 줄이고 성가신 룸메이트와 떨어지고 싶어 좁은 공간을 마다하지 않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보스턴에 이르는 도시들은 근년들어 마이크로 아파트 건립을 제한적으로 승인했다. 미국 전체 가구의 28%가 ‘나홀로 가구’라는 점을 감안, 주택난 해소책의 일환으로 극소형 아파트 건설을 허용한 것이다.
물론 극소형 유닛이 언제나 환영을 받는 것은 아니다. 시애틀의 마이크로 붐은 이웃의 불평을 불러왔고 결국 지난해 새로운 통제 규정이 제정됐다.
하지만 일부 하우징 지지자들은 마이크로 아파트가 공유아파트의 좁은 공간에서 부비적대며 살아가는 세입자들에게는 진일보한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마이크로 아파트 지지단체인 ‘시티즌 하우징 플래닝 카운슬’의 부국장 사라 왓슨은 “월 1,800달러의 렌트를 지불해 가며 가로 10피트, 세로 10피트의 거주공간에서 크레이그리스트를 통해 만난 낯선 타인과 함께 사는 것에 비할 바가 아니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비평가들은 마이크로 유닛은 “터무니없이 비싸고 지나치게 좁다”며 시정부의 저가 공공주택 정책에서 한걸음 후퇴한 것”이라고 반발한다. “사람들을 좁은 옷장 안에 막대기처럼 세워두는 것이 우리의 주택정책이라면 그건 시민 모두에 대한 모욕”이라는 주장이다.
민주당 소속의 뉴욕주 하원의원인 데보라 글릭은 400평방피트 남짓한 방에서 남편과 함께 생활한다. 그녀는 좁은 공간에서 지내는 생활이 어떤 것인지 자신만큼 잘 아는 사람도 드물 것이라고 말한다.
글릭은 “우리처럼 손바닥만한 공간에서 두 사람이 함께 생활할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남편과 나는 서로 잘 지내고 있지만 그건 우리에게 안전밸브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글릭 부부는 현재의 아파트로 들어오기 전에 큼직한 주말 별장을 구입했다. 비좁은 공간에서 5일을 버티면 널찍한 주말별장에서 이틀간 숨을 돌릴 수 있다는 사실에 이들은 큰 위로를 받는다. 그럴 여유가 없는 저소득층 세입자들이라면 마이크로 아파트라도 감지덕지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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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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