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군 무릎 꿇려 포로 대하듯 ‘공분’
▶ 케리 국무 “고장 났는데”사과 부인

이란 국영 이리브 통신이 13일 공개한 사진으로 미군 병사들이 기관 고장을 일으킨 순찰선 갑판에서 전쟁포로처럼 두 손을 머리에 대고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
걸프해역에서 기관고장을 일으켜 이란 혁명수비대에 12일(현지시간) 오후 나포된 미 해군 선박 2척과 병사 10명이 하루 만인 13일 오후 풀려났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이란이 해군 병사들을 마치 전쟁포로처럼 대하고 미국이 (영해 침범에 대한) 사과를 했다고 발표해 미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존 케리 국무장관은 이에 대해 CBS에 출연해 “미국 정부는 이 사안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다”며 “배가 고장 났을 때 ‘고장 나서 죄송하다’고 사과하느냐”고 부인했다.
이번 사태는 서방의 핵협상 타결로 이란에 대한 미국의 경제제재 해제가 수일 앞으로 다가왔다는 관측이 나도는 상황에서 나와 향후 사태 추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케리 국무장관은 이날 이란이 핵합의에 따라 원자로의 핵심시설을 제거하고 있다며 조만간 대이란 제재를 해제할 것임을 밝혔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차관도 앞서 지난 13일 이행일이 오는 16일 또는 17일에 공식 선언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란의 사과운운 발언이 나온 직후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하는 연방 하원은 ‘이란 테러금융 투명화 법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191명, 반대 106명으로 가결시키며 해빙무드에 찬물을 끼얹었다. 스티브 러셀(공화·오클라호마) 의원 등이 발의한 이 법안은 이란에 대한 제재를 해제할 때 의회의 검토를 거쳐야 하고, 제재를 해제하려면 대상자 또는 기관에 대한 대통령의 서면 보증을 의회에 제출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번 하원 표결처리가 해군 선박 나포와 연관이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이란 핵협상의 타결에 따라 연방 정부가 대이란 제재를 풀 가능성이 커졌고, 여기에 중동 걸프해역에서 활동하던 미 해군 소형 선박 2척과 병사 10명이 이란에 억류됐다가 풀려난 직후 이루어져 이란에 대한 일종의 경고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법안이 실행에 들어가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즉각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고 이를 뒤집으려면 하원에서 다시 의원 정속수의 3분의 2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공화당이 의원들을 모으기는 현재로서 불가능해 보인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날 “미 해군이 고의로 이란 영해를 침범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며 “미국의 사과를 받고 걸프 해역의 공해로 석방했다”고 밝혔다.
억류된 해군 선박은 12일 오전 쿠웨이트를 출발, 바레인으로 향하던 중 교신이 끊겼으며 걸프 해역의 이란 영토인 파르시섬 근처에서 이란 당국에 억류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미군이 이란 영해를 침범했다면서 이들을 나포했다.
미 해군은 미군 10명 모두 억류된 경비정 2척을 타고 무사하게 풀려났다면서 이란에 머무는 동안 위해를 받은 흔적은 없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이란 혁명수비대가 운영하는 세파뉴스는 석방 발표와 함께 미군의 모습과 나포된 선박 2척의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속의 미군들은 비교적 깨끗한 방에서 벽에 기대 군복차림으로 앉거나 편히 누워 있었으며 웃음을 짓는 병사도 보였다. 이들 중 유일한 여군은 이슬람 관습에 따라 머리에 히잡(무슬림 여성이 머리카락과 목을 가리기 위해 쓰는 스카프)을 썼다.
그러나 이란 해군이 배 위에 올라가 미군을 무릎 꿇리고 손을 머리 뒤로 올리게 하는 등 마치 전쟁포로를 다루듯 한 사진까지 보도한데다가 미군들의 여권과 무기, 탄약들을 전리품인양 전시하듯 펼쳐 보이는 영상까지 공개해 미국인들의 공분을 사게 만들었다. 특히 미군 장교가 “우리의 실수였고 이에 대해 사과한다”는 내용의 영상까지 공개하면서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CNN 뉴스는 전쟁포로처럼 대하는 이란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계급과 성명 이외에는 일체 대답하지 않는다는 제네바 협정에도 위반된 것이라고 비난했다.
<
김정섭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