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병대 오리건 연방건물 점거 2주째
▶ 마을주민 호소와 타지역 응원도 팽팽 대치

민병대의 무장 점거본부엔 각지에서 오는 방문객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독립선언문 서명자의 복장을 하고 찾아온 아이다호 주민 폴 넬슨 오리어리도 그중 한 명이다.

딸에게 “옳은 것을 위한 삶”을 가르치기 위해 부모가 데려왔다는 9세 소녀 조이 저스터스가 점령대원들을 위한 간식을 준비하고 있다.

점령 민병대 리더의 한명인 애먼 번디가 어린 아들과 멀루어 야생보호구역 내를 산책하고 있다.
오리건 주 번즈에서 발생한 민병대의 멀루어 국립야생보호구역 본부 연방건물 점거사태가 2주째 계속되고 있다. 오리건의 작은 마을 번즈에 위치한 하니 카운티 법원 주변은 도로가 차단된 채 콘크리트 방어벽이 세워졌으며 타지역 경찰들이 대거 파견되었으나 당국은 강제 진압은 피한 채 사태를 관망 중이다. 아이들까지 20여명이 머물고 있는 점거지 안에선 빨래와 요리 눈싸움과 낮잠 등 한가로운 일상과 함께 24시간 무장 민병대의 정찰이 이루어지는 와중에서 아이다호 지역 민병대들이 장총을 들고 몰려와 지원 합류를 제의했다가 거부당하는 해프닝도 벌어지고 있다.
민병대가 점거한 한 건물의 부엌, 조이 저스터스가 스낵을 준비하고 있다. 민병대 대원들에게 대접할 과일과 치즈와 크래커를 접시에 담는 9세 소녀 곁에서 그의 아버지는 왜 어린 딸을 이런 험한 곳에 데려왔는가를 설명했다. “살면서 쉽고 편안한 것만을 위해 결정하지 말고 옳은 것을 위해 결정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주기 위해서다. 지금 이들이 하고 있는 것처럼”이라고 카우보이모자를 쓴 44세 목장주 코디 저스터스는 말했다.
18만7,000 에이커의 야생보호구역을 무장 민병대가 점거한 것은 1월초였다. 이 지역 목장주 인 드와이트와 스티븐 해먼드 부자의 재수감 판결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며 시작된 점거사태는 벌써 2주가 되어가고 있다. 이들 부자는 밀렵행위의 증거인멸을 위해 연방소유 토지를 불 태운 혐의로 유죄평결을 받고 1년 수감 후 석방되었다가 검찰의 항소로 4년형을 추가하는 재수감 판결을 받았다.
애먼과 라이언 번디 형제가 주도하는 ‘시민을 위한 헌법의 자유’라는 이 민병대 단체는 연방정부가 토지를 로컬 커뮤니티에 돌려주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들 형제는 2014년 네바다에서 연방정부와 토지소유권 문제로 대치를 벌였던 클리븐 번디의 아들들이다.
이들은 “오랫동안 연방정부로부터 소외당한 목장주들의 대변인”을 자처하지만 해먼드 부자는 자신들의 대변자도 아니고 연방정부 건물 점거도 반대한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민병대 점거행위를 반대하는 것은 대다수 주민들도 마찬가지다. 인구 7,000명의 이 작은 마을 주민들은 학교가 폐쇄되고 거리에 무장 경비가 늘어난 삼엄한 분위기에 상당히 불편해 한다. 연방 공무원들의 살해협박과 스토커 신고가 줄을 잇고 있는가 하면 판사의 가족들까지 거리의 시가전에 대비하여 총을 휴대하고 다닌다.
“난 그들이 집으로 돌아가 주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우리도 좀 안전하게 느낄 수 있었으면 합니다” 11일 밤 고교 체육관에서 열린 번즈 커뮤니티 미팅에선 15세 여고생 애슐리 프레슬리가 눈물을 흘리며 “제발 떠나 달라”고 외친 호소가 기립박수를 받았다.
이날 미팅에서 스티븐 그래스티 판사는 점거 첫 주, 이로 인해 카운티가 입은 재정적 손실이 경비강화와 휴교상태의 교사 봉급 등 하루 6만에서 7만 달러에 달한다고 밝히면서 민병대에게 청구서를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매일 오전 4시 ‘헬보이’로 명명된 말을 탄 민병대원의 새벽 정찰로 시작되는 점거지역 내의 하루는 전쟁과 일상이 뒤섞인 분위기다.
정부가 해먼드 부자에 대한 부당조치를 중단하고 토지를 시민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면서 버티고 있는 민병대원들의 호전적 기세는 아직 여전하다. 번디 형제는 “정부가 물러서지 않는 한 이 상태는 계속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네바다에서 원정 온 데브라 배스(61)의 지휘아래 몇 명의 여성들이 전국 각지에서 기부해온 생필품들을 정리하면서 닭과 연어를 조리하고 브라우니를 굽고 있는 부엌에서도 사명감은 확실했다. “우린 그들이 투쟁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고 싶은 것이지요”라고 배스는 해먼드 부자에 대해 말했다.
이번 주 초에는 아이다호에서 격려차 왔다는 한 무리의 민병대들이 입구에 몰려와 장총을 휘두르며 정부와 점령대 사이의 중재를 맡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가 거절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에게 “계속 싸우라”고 응원하는 일반 방문객들은 어렵지 않게 점거지역 내로 들어가 돌아보며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이 지역 주민들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연방의 토지정책에는 반발하고 있지만 무장 민병대의 무단 점거 같은 극단적 항의에는 불편한 심정을 보이고 있다.
번즈에서 40년 이상 살아온 주민이기도 한 그래스티 판사는 “그들은 우리의 구세주가 아니다”라면서 야생보호구역 안팎에서 총을 휘두르고 있는 외지인들에게 “돌아가십시오, 지금 당장”이라고 전 주민을 대변하며 간곡히 당부했다.
<뉴욕타임스-본보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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