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젊음이 훌쩍 떠나고 나서야 세상에 혼자라는 걸 깨달아
▶ 이젠 전처럼 에너지도 없고 괜찮은 여자는 이미 다 결혼
■ 40대 독신남들의 뼈아픈 후회
30대 중반을 넘기면‘독신 잔치’는 끝난다. 이어 40대로 접어들면‘홀로살기’의 허전함이 먹먹하게 가슴속을 채운다. 여우같은 마누라와 토끼 같은 자식을 둔 40대 기혼남은 매인데 없는‘자유로운 영혼’을 부러워할지 몰라도 40이 넘도록 가정을 꾸리지 못한 독신남은‘함께 사는 삶’을 꿈꾼다.
뉴욕과 마이애미를 오가며 생활하는 프랑스계 헤어스타일리스트 장-마르 쇼펠(42)은 밤이 지겹다. 비가 쏟아지던 지난 연말의 어느 날, 그는 자신이 운영하는 뉴욕 웨스트 14가 머리방의 회전의자에 몸을 파묻고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늦게 까지 일한 탓에 시간은 벌써 밤 9시를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남은 시간을 혼자 보내기 싫었지만 그렇다고 딱히 가고 싶은 곳도, 불러낼 친구도 없었다. 애가 딸린 기혼 친구들이 이 늦은 시간에, 그것도 비오는 밤에 그를 만나주러 나올 리 만무했다.
연말분위기로 흥청대는 뉴욕의 밤거리를 걷다가 분위기 좋은 술집에 들러 하룻밤 잠자리 상대를 찾을 수도 있겠지만 이젠 그것도 진력이 났다.
쇼펠은 샤론 스톤과 퍼기를 비롯한 유명인사들과 숫한 톱클래스 패션모델을 단골고객으로 둔 잘 나가는 헤어드레서다.
분명 남부럽지 않은 삶이지만, 언제부터인지 마치 심한 허기가 든 것처럼 복부에 통증을 느꼈다. 마음은 여전히 스믈 다섯인데, 벌써 무릎이 쑤셨다. 물리적 나이는 단지 숫자에 불과한 게 아니었다. 젊음을 소모하며 허허롭게 살아온 날들에 대한 후회가 시도 때도 없이 고개를 치켜들었다.
마흔 살이 되던 해, 그는 맨해튼에서 활동하는 중매업자 마리아 애브지티디스를 찾아간 적이 있다.
“40세에 미혼이시라구요? 결혼하고 싶은 괜찮은 여자들은 벌써 다른 사내들이 몽땅 채갔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여러 번 있지요?”
그녀의 질문에 쇼펠은 하릴없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바로 거시서 패닉이 나오죠. ‘왜 나는 안 되는 거지? 도대체 그놈이 나보다 나은 게 뭐야’라는 생각이 들다가 문득 깨닫게 됩니다. ‘아, 그 친구는 나보다 네 살이나 아래구나.’ 그 깨달음이 공황상태로 빠지는 출발점이지요.”
뱃속이 울렁이는 40대 독신자의 두려움은 코미디언 크리스 락이 이미 오래전에 정확히 표현했다.
“모름지기 성인 남자는 누구나 정착을 해야 합니다. 왜 그런지 아세요? 독신 클럽의 ‘늙은 친구’가 되고 싶지 않아서예요. 독신 클럽에는 꼭 이런 고참이 있어요. 실제 나이가 그렇게 많은 건 아니지만, 클럽에 앉아있기엔 너무 늙었죠.”
갑자기 엄습하는 공황과 같은 느낌을 받은 적이 없노라 완강히 부인하는 미혼자들도 “독신자클럽의 왕고참이 되고 싶지 않다”고 한목소리로 고백한다.
30대와 40대 미혼남들은 그들의 눈앞에서 ‘선택의 창’이 닫히는 중이라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다.
클린턴행정부 시절에 대학생이었던 이들은 경제적 기반을 마련한 후 결혼을 생각해도 늦지 않다는 생각을 공유했다. 하지만 경제적 토대는 너무 늦게 구축됐다.
대형 글로벌 은행의 내부 감사인 조나선 리는 “저녁 8시까지 일을 할 때가 많다”며 “내겐 일만 있고 생활은 없다”고 털어놓았다. 뉴욕 어퍼 이스트 사이드에 거주하는 그는 지난 연말 주당 60시간 이상 근무했다.
조나선은 “이건 절대 건강한 삶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후회가 들 때가 많아요. 솔직히 난 데이트와 인간관계라는 면에서 지진아나 마찬가지입니다.”
“내 나이 이제 40입니다. 결혼을 하려면 아기를 가질 수 있는 젊은 여성을 찾아야 하는데, 나이차가 너무 날 것 같아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나이가 들수록 가정을 이루는데 더 많은 도전이 따른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조나선의 경우에서 보듯 자신이 살아온 삶에 대한 뼈저린 후회 없이 30대를 떠나보낸 미혼남성은 단 한 명도 없다.
영어교육용 기재를 만드는 테크놀로지 업체 VOXY의 최고경영자 폴 골라시(40)는 독신생활에 넌더리가 난 30대말에야 데이트에 열을 내기 시작했다. 일에 치여 파김치가 된 몸을 이끌고 전시회, 칵테일 파티, 직장관련 행사 등 이성을 만날 수 있는 장소에 빠짐없이 얼굴을 내밀었다.
지난 2014년 어느 비오는 토요일, 골라시는 친구의 친구가 파크 슬로프에서 주최한 심야 치즈&와인 파티에 나갔다가 드디어 ‘짝’을 찾았다. 전에 다른 사교 모임에서 한번 마주친 적이 있는 스페인계 여성이었다.
그는 거절을 당할 것이란 두려움을 떨쳐내고 데이트를 신청했고, 지난해 5월 결혼했다.
얼마 전 딸을 낳은 골라시는 “데이트를 하려면 에너지가 필요한데 나이를 먹으면 바로 그 에너지가 떨어진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세월이 지날수록 직장일은 더 빡빡해지고, 시간을 할애해야 할 일들은 늘어납니다. 늘 시간에 쫒겨 허덕대며 살다보니 에너지가 모자라요. 기력이 없는데 데이트할 엄두가 날 턱이 없죠.”.
골라시와 달리 PEN 아메리칸 센터의 문학 프로그램 디렉터인 폴 모리스는 아이를 원하지 않는다.
이제까지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에게 미혼생활에서 탈출할 것이라는 결의를 보인 적이 없지만 그렇다고 무한정 독신으로 남을 의향도 없다.
얼마 전 열린 자신의 44세 생일파티에서 모리스는 “내 인생의 파트너를 원한다”고 선언했다.
그는 “가까운 친구들에게 늘 ‘일과 결혼했다’고 말해왔기 때문에 내가 진짜 인생의 동반자를 원한다는 사실을 일러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일에만 매달렸어요. 하지만 이젠 일과 삶 사에 균형을 잡고 싶습니다. 인생의 동반자와의 실제적인 관계가 어떤 것인지 알고 싶어요.”
술 마시고 춤추던 친구들이 담배를 피우려 우르르 밖으로 몰려나가자 어지러운 거실을 훑어본 모리스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이게 44세에 어울리는 생활인지 잘 모르겠네요. 43세 막판이라면 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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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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