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에콰도르 7.8강진 그 이후
▶ 2만4천여 이재민 일부 야채로 연명

7.8 강진이 휩쓸고 간 에콰도르의 크루시타에서 21일 여성들과 어린이들이 정부에서 제공하는 무료 급식과 식수를 받기 위해 한 시간 넘게 줄을 서고 있다.
에콰도르를 지난 16일 강타한 규모 7.8의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500명을 웃돈 가운데 집이 파손돼 길거리로 내몰린 이재민들이 물과 식량 등 생필품과 의약품 부족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21일 에콰도르 정부에 따르면 이날 현재 사망자는 최소 577명으로 늘어났다. 실종자는 163명으로 파악됐으며 이재민은 2만3,500명을 돌파했다.
현 추세라면 과거 칠레와 페루에서 발생한 강진에 따른 인명피해 규모를 웃돌 가능성이 있다고 AP통신은 내다봤다.
이재민들은 생존의 기쁨도 잠시, 시간이 흐를수록 또 다른 생존을 위한 사투를 이어가고 있다.
에콰도르 정부는 피해가 심한 주요 도시에 신속히 구호물자를 보내고 축구 경기장과 공항 등지에 이재민들이 머물 수 있는 천막 등을 설치했다.
그러나 파손된 도로가 제대로 복구되지 않는 바람에 시골 해안지역의 이재민들에게는 음식과 각종 생필품이 신속히 전달되지 않고 있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해변 마을인 산하신토에서 물을 배급받기 위해 긴 줄을 서고 있던 갈로 가르시아(65) 변호사는 로이터 통신에 "생존을 위해 애쓰고 있다. 음식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가르시아는 "가게에 남아 있는 물건이 아무 것도 없다"며 "우리가 재배한 야채를 먹으면서 연명하고 있다"고 절절한 심정을 토로했다. 많은 이들이 도움을 청하기 위해 살던 시골마을을 떠나기도 했다.
피해가 큰 지역 중 하나인 페데르날레스 인근 도로에는 음식을 구걸하는 푯말을 들고 서 있는 시골 어린이들이 즐비하다.
칼세타라는 마을에서 차로 2시간 걸려 페데르날레스 외곽에 있는 구호식량 저장장소에 도착했다고 밝힌 호세 로드리게스(24)는 "구호물자가 우리에게까지 오질 않고 있다"며 군 관계자에게 자신의 집 주소와 전화번호를 알려줬다.
로드리게스는 "혹시라도 음식 등 구호물자를 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에 여기까지 왔지만 아무 것도 받지 못했다"며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레고리오 바수로르(55)는 "나는 어린이가 아니라 참을 수 있지만, 가족들이 울고 있다"며 신속한 지원을 간청했다.
생존가능한 72시간의 골든타임이 지난 가운데 만타에서는 무너진 건물에 깔렸던 3명이 극적으로 발견되면서 추가 구조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갔다.
실의에 잠긴 에콰도르 국민에게 또 다른 희망을 안겨주는 장면도 연출됐다.
페데르날레스에서 실종자 수색작업에 나선 구조대원들이 겹겹이 쌓인 건물 잔해 밑에서 흰갈색 오리를 5일 만에 구조했다. 오리 구조소식은 실의에 잠긴 에콰도르 국민에게 잠시나마 기쁨을 안겨줬으며, 소셜 미디어를 통해 급속도로 퍼져 나갔다.
정부는 복구재원 확보에 나섰다. 향후 1년간 부가가치 세율을 12%에서 14%로 올리고 소득세를 3% 추가 징수하기로 했다. 정부 자산을 매각하는 한편 국채도 발행할 계획이다.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은 전날 밤 전국으로 방영된 TV 연설에서 "우리는 현재 가장 어려운 단계에 있지만, 이것은 단지 시작에 불과할 뿐"이라며 지진 복구가 오랜 시간에 걸쳐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민은 혹독한 고통을 함께 견뎌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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