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ASPCA 법의학 팀의 활약상
▶ 잔혹행위 받은 동물 들어오면 치료와 함께 가해자 찾아내

ASPCA 법의학 팀에 속한 3명의 수의사들 가운데 한명인 로라 니에스테이트 박사가 지나치게 조인 목걸이 때문에 피부가 벗겨져나간 애완견의 증거사진을 들고 있다.
동물병원에 코커 스패니얼 한 마리가 들어왔다. 뉴욕시 경관이 데려온 개의 왼쪽 눈자위는 붉게 충혈 된 채 고름으로 뒤덮여 있었고, 캐러멜색깔의 털 아래로 척추와 갈비뼈가 앙상하게 드러날 정도로 비쩍 말라 있었다. 한 눈에 보아도 오랫동안 무관심 속에 방치된 것이 분명한 스패니얼은 쉬지 않고 낑낑대며 사시나무 떨 듯 온 몸을 떨었다.
잔혹행위가 의심되는 처참한 몰골의 애완견은 동물학대방지협회(ASPCA)로 들어온 다른 펫들과 달리 ASPCA 법의학 팀에 넘겨져 치료와 조사를 받는다.
법의학 팀의 수의사들은 학대받은 동물의 치료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잔혹행위의 증거를 찾아내 책임자를 법정에 세우는 임무까지 수행한다.
포렌식 벳(forensic vet), 즉 법의학차원의 조사를 담당하는 수의사 앨리슨 류 박사는 “동물을 학대하는 사람들에게 주는 우리의 메시지는 비열한 행위를 벌하기 위한 구체적인 법적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말 못하는 짐승이라 험하게 다뤄도 뒤탈이 전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고 강조했다.
뉴욕에 기반을 둔 비영리단체 ASPCA의 포렌식 팀은 동물학대의 증거수집에 헌신하는 3명의 수의사로 구성된다.
이들은 직접 ‘범행현장’을 둘러보고 뉴욕경찰국(NYPD)과의 공조를 통해 동물에게 위해를 가한 가해자를 색출한다.
ASPCA 법의학 팀이 제공한 결정적 증거에 힘입어 NYPD가 체포한 동물학대자들의 수는 지난 2년 새 2배나 늘었다.
부검실까지 갖춘 ASPCA는 학대정도를 가리는 평가반을 운영하며 부속시설인 재활센터에는 건강을 되찾은 60마리의 동물이 입양을 기다리고 있다.
법의학 팀 리더인 로버트 레이즈만 박사는 이 방면에선 독보적인 존재다. 그는 애완동물 학대와 방치에 관한 전국적인 기준을 마련했으며 DNA를 증거로 내세운 증언을 통해 국내 최초로 동물학대 용의자를 중범으로 기소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ASPCA는 플로리다대학에 동물법의학 프로그램을 신설한데 이어 전국을 돌며 동물학대 케이스를 해결하는 이동 포렌식 팀도 운영 중이다.
ASPCA 포렌식 팀은 지난 1월 노스캐롤라이나의 애완동물보호소에서 심한 학대를 당한 것으로 의심되는 600여 마리의 동물을 구조했으며 2015년 뉴욕시에 버려진 700마리의 애완동물을 보살펴주었다. 이들 대부분이 고양이와 개였지만 닭과 토끼도 더러 있었다.
ASPCA는 비영리단체로 독지가들의 기부금으로 운영된다.
레이즈먼 박사는 “동물에게 가해지는 학대와 사람에게 가해지는 폭력 사이에는 분명한 연결고리가 있기 때문에 이 둘을 서로 떼어놓고 생각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그는 “동물학대와 가정폭력이 동시에 이뤄진 케이스를 수도 없이 보았다”고 말했다.
입에 총을 맞고 ASPCA로 들어온 하니라는 이름의 핏불도 그 중 하나다. 하니의 입에 총을 쏜 남성은 자신의 여자 친구를 폭행한 혐의로 체포됐다. 그러나 여친에게 무자비한 폭행을 가했을 뿐 아니라 애완견에게 총을 쏘고, 목을 조르는 등 심각한 위해를 가한 혐의가 추가돼 결국 중범으로 기소됐다. 다행히 그의 여친과 하니는 목숨을 건졌다.
ASPCA 포렌식 팀은 스패니얼에 대해선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를 들어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목숨이 붙은 채 이곳으로 보내진 동물들은 동일한 과정을 거친다. 먼저 신체검사를 받고 몇 차례에 걸쳐 몸무게를 잰다. 질병유무를 가려내기 위해 피검사도 받는다. 이 과정을 마치면 본격적인 치료가 시작된다.
마치 법의학 드라마에 등장하듯 가끔 엉뚱한 반전도 생긴다.

브류스터라는 이름의 박서가 처음 ASPCA에 들어왔을 당시의 사진과 건강을 회복하고 난 이후의 사진.
지난해 ‘선한 사마리아인’이 공원에서 발견했다며 브류스터라는 이름의 박서를 ASPCA에 맡겼다. 슬픈 갈색 눈을 지닌 브류스터는 장기간 음식공급을 받지 못해 아사직전의 상태였다.
경찰은 ASPCA 포렌식 팀이 제공한 증거를 바탕으로 수사를 펼친 끝에 브류스터에게 먹을 것조차 주지 않은 채 상습적으로 학대를 가한 실소유주를 찾아냈다.
놀랍게도 몹쓸 주인은 브류스터를 ASPCA에 맡긴 ‘선한 사마리아인’으로 드러났다.
가면이 벗겨진 개주인은 동물학대혐의에 대해 유죄를 시인했고 중범으로 기소됐다.
한편 브류스터는 수의사들의 극진한 보살핌 속에 건강을 되찾았다. 체중도 처음 ASPCA에 들어왔을 당시에 비해 두 배로 늘어났다. 그는 지금 입양절차를 받고 있다.
수의사인 로라 니에스테이트는 배를 곯는 애완동물들 뿐 아니라 지나치게 타이트한 목걸이로 목주변의 피부가 몇 겹이나 벗겨졌거나 동상으로 귀와 꼬리가 망가진 케이스도 수두룩하다고 털어놓았다. 뻣뻣하게 뭉친 털이 마치 부목이나 깁스처럼 작용하면서 사지를 움직이지 못하는 애완견도 더러 있었다.
무관심에 의한 관리소홀도 이 정도면 학대와 다를 바 없다. 이외에도 주인이 쏜 총에 맞거나 늑골이 부러질 정도로 발길질을 당하고 목이 졸려 질식한 사례도 있다.
그러나 니에스테이트는 “우리의 목적은 동물학대가 얼마나 끔찍한지를 알리는 것이 아니라 피해동물을 어떻게 도울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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