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폭동 24돌 특별한 만남&기억속 그날
▶ 한인업소서 희생 할린스양 가족-자원경비대 동참 존 이씨 체험담

28일 LA 한인타운에서 특별한 만남을 가진 고 나타샤 할린스의 여동생 크리스틴(왼쪽 두 번째부터), 외삼촌 데이빗 브라이언트, 고모 데니스 할린스가 한인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박상혁 기자>
“이제는 치유와 공존을 나누어야 합니다”
24년 전 그날, LA 한인사회에 크나큰 아픔과 상처로 남았던 ‘폭동’의 기억은 생생하게 남아 있지만, ‘한·흑 갈등’이라는 잘못된 낙인으로 인해 고통 받았던 양측 커뮤니티는 4반세기가 지난 지금 이제 새로운 화합과 공존의 지혜를 나눴다.
■특별한 만남
LA 폭동 발발 24주년을 하루 앞둔 28일 저녁 LA 한인타운 내 한 식당에서는 아주 특별한 만남의 자리가 마련됐다.
바로 4.29 폭동의 발발하기 1년 전 사우스LA 지역에서 큰 이슈가 되며 흑인 커뮤니티를 동요시켰던 이른바 ‘두순자 사건’의 희생자인 흑인 소녀 라타샤 할린스(당시 15세)의 가족들이 뜻 있는 한인 인사들의 초청으로 한인타운을 방문해 한인들과 만나 위로와 화합의 장을 만든 것이다.
1991년 3월16일 사우스LA 지역 리커스토어에서 오렌지주스 1병을 사려던 라타샤가 이를 절도 시도로 오인한 업주 두순자씨와 몸싸움을 벌인 후 업소 밖으로 나가다 두씨가 쏜 총에 맞아 숨진 사건은 1년 뒤 발생한 LA 폭동 당시 흑인들에 의해 자행된 한인타운 약탈과 방화의 간접적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날 만남에는 할린스의 고모 데니스 할린스와 외삼촌 데이빗 브라이언트와 여동생 크리스틴 할린스 등 유족들이 나와 전기석 윌셔센터-코리아타운 주민의회 대의원 등 한인들과 해후했다.
할린스의 유가족과 한인 등 13명이 모인 이날 만남에서 한인들은 유가족에게 위로와 사과를 전했고, 가족들은 “나타샤를 기억해주고 자리를 마련해줘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고모 데니스 할린스는 “나타샤를 잃어서 아직도 슬프지만 우리가 이렇게 함께 있어서 감사하고 미래를 보고 함께 새로운 화합을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24년 전 LA 폭동 당시 웨스턴 가주마켓을 지켰던 한인 존 이씨가 현장 사진을 보여주며 당시를 회상하고 있다. <박상혁 기자>
■현장을 지키던 기억 생생
24년 전의 일이지만 폭동 당시 악몽의 현장을 지켰던 한인들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1992년 4월29일 폭동 당시 LA 한인타운 웨스턴과 4가의 현 가주마켓 자리에서 6명의 한인 청년들과 한손에는 방패와 다른 한손으로 각목을 들고 쪼그려 앉아 혹시나 피해를 입지 않을까 노심초사 하며 불안에 떨던 존 이(63)씨.
그는 당시 7가와 웨스턴가 몰에서 흑인들과 주민들의 무차별적인 약탈을 목격했고, 가주마켓 등 한인 커뮤니티를 지키기 위한 경비대 일원으로 동참했다. 특히 지금은 고인이 된 LA한인청년단장 강종민씨, 그리고 폭동 당시 오인사격을 받아 목숨을 잃은 이재성군 모두 그의 기억속에서는 생생했다.
이씨는 “가주마켓 대표인 고 이만성 회장과 직원들은 당시 마켓 옥상에서 총을 들고 타운을 지켰지만 이재성군과 저는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며 “무전을 받고 친구와 함께 3가 호바트로 지원을 나갔다 오인사격으로 숨진 이재성군만 생각하면 24년이 지난 지금도 가슴이 아프고 안타깝다”고 흐느꼈다.
이씨는 폭동 발발 이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야당 총재로 현장을 찾아 이재성군의 자택을 직접 방문해 가족들을 위로하고 한인들을 만나 희망을 메시지를 전했던 순간과,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이야기 했던 폭동과 관련된 모든 순간들을 가슴 속 깊은 곳에 간직하고 있다.
24년이 지난 2016년 한인 시의원을 배출한 남가주 한인사회가 한껏 발전했다는 사실을 뿌듯하게 생각하는 그는 당시 한인 업소들이 흑인들과 주민들의 약탈과 공격에도 경찰과 시정부의 지원이 없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여전히 분개심을 나타냈다.
이씨는 “가주마켓 주차장 부지에서 경비를 서고 있는데 건너편 현 6가와 웨스턴 한 가게에 불길이 치솟아 오르더라고요. 당시 경찰차와 소방차가 계속 화재현장 인근을 지나가는데도 멈춰서 진화작업을 하지 않는 것에 정말 화가 많이 났습니다”라며 “지금의 한인 정치력과 목소리만 있어도 한인 업소들이 당한 그만큼의 피해는 없었을 것입니다”고 말했다.
24년이라는 세월을 거치며 성장한 한인사회에 대한 뿌듯함과 함께 이씨는 미국서 자라는 차세대들과 함께 폭동을 경험하고 얻은 교훈을 반드시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폭동이라는 아픔 속에서 경제적 손실도 많았고 억울한 점도 많았지만 인종화합과 정치력 신장의 필요성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라며 “반드시 우리 후손들이 24년 전 폭동의 아픔을 다시는 겪지 않도록 신구세대가 함께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폭동 당시 웨스턴 가주마켓 옥상에서 한인 자경대원들이 총을 들고 지키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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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수·최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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