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본관 덕수, 자 여해, 시호 충무) 장군 탄신 471주년(4월28일)을 기념하고 충무공의 리더십을 우리 생활에서 적용시키기 위한 의도로 지난 4월 한 모임에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에 대해 강의할 기회가 있었다. ‘난중일기’(노승석) ‘이순신의 리더십’(노승석) ‘경제전쟁시대 이순신을 만나다’(지용희) 등 책을 읽고 관련 영상물을 접하면서 이순신 장군의 인간적인 면모에 대해서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배울 수 있었다. 그동안 영화나 소설, 드라마 등을 통해 수없이 봐온 이순신의 모습을 활자화된 책을 읽으면서 가슴속 깊이 충무공의 고뇌와 번민이 전이되어오는 느낌을 받았다.
이순신 장군은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한 조선의 명운을 결정할 명량대첩을 앞두고 궤멸하다시피 한 수군을 포기하고 육군에 합류하라는 선조의 어명에 대해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있사옵니다”라며 필사항전의 의지를 다진다. 또한 두려움에 떠는 백성과 부하들에게 “필사즉생(必死卽生) 필생즉사(必生卽死), 죽기를 각오하면 살고, 반드시 살려고 하면 죽는다”고 외친다.
영화 ‘명량’에는 두려움을 한줌의 용기로 변화시키고 그 작은 용기를 키워 전쟁의 국면을 전환시키는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이 잘 묘사되어 있다. 명량해전에서 이순신이 이끄는 조선 해군이 일본에 패했다면 과연 어떤 일이 발생했을까?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지만 16세기에 한반도가 일본 땅이 되었을 뿐 아니라 중국 명나라까지 침략 당했을 것이다. 지금 이 시대에 수많은 사람이 리더십을 외치지만 충무공만큼 진정한 희생과 겸손의 리더십을 보여준 지도자가 과연 있을까?
몰락한 가문에서 태어나 가난 때문에 외가에서 자란 충무공은 첫 과거에 낙방하고 31세에 겨우 과거에 붙었지만 14년 동안 변방 오지의 말단 수비장교로 돌아다녔다. 의롭지 못한 직속상관들과의 불화와 모함으로 몇 차례나 파면과 불이익을 받았으며, 임금의 끊임없는 의심으로 옥살이까지 했다. 왜군의 침입으로 나라가 위태로워진 뒤 47세에 삼도 수군통제사가 되었다. 스스로 논밭을 갈아 군자금을 만들어 풍부한 물자의 왜군과 싸워 연전연승했으며 전략과 전술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해 연전연승했지만 모든 공을 부하들에게 돌렸다.
이순신 장군은 후퇴하는 왜구들과의 마지막 노량전투에서 노출된 뱃전에서 스스로 북을 치고 전투하다가 적탄에 맞아 숨진다. 아마도 장군은 전장에서 죽기로 결심했을 것이다. 한 번 죽어 영원히 사는 장수의 길을 택했는지도 모른다. 일본 학자가 쓴 ‘근세 일본사’에서는 이순신은 이기고 죽었으며 죽고 나서도 이겼다고 평가하고 있다. 충분히 살 수 있었는데 나라와 민족을 구하기 위해 끝까지 자기희생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순신의 리더십’ 강의가 있던 날 이순신 장군의 직계후손을 초청해 이순신 장군에 대해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순신 장군의 12대손 이준영(86) 미주한인상조회 고문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1991년 도미해 LA에 거주하고 있으며 일제 강점기 때 강제징용으로 끌려간 한인들의 보상을 받기 위한 운동을 펼쳤고 덕수 이씨 미주종친회 고문을 지내면서 이순신 장군의 나라 사랑 정신을 기리는 일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 지난 1952년 평기자로 시작해 합동통신 편집국장까지 지낸 이준영 고문은 “이순신 장군의 후예로서 가문의 명예를 지키고 진정한 애국심을 발휘하도록 아들과 손자를 교육시키고 있는 것은 물론 충무공의 리더십을 미주 한인들에게 전수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현재 매달 한 차례씩 LA에서 덕수 이씨 미주종회(회장 이종률)가 모임을 갖고 이 충무공의 정신을 기리는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을 만든 창의성과 난중일기의 기록정신, 청렴결백한 도덕성과 신뢰성, ‘필사즉생(必死卽生) 필생즉사(必生卽死)’의 정신을 난세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남녀노소와 이념을 떠나 본받을 수만 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혁신적이고 살만한 세상으로 변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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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률 특집2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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