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 경제를 보면 8년 전 세계 경제위기를 촉발시켰던 나라가 맞나 싶다.
지난 메모리얼 연휴기간 2008년 이래 가장 많은 미국인이 장거리 여행을 떠났다고 한다.
주택가격은 아직도 고공행진이 진행 중이고, 지난 3일 발표된 전국 5월 실업률도 4.7%로 전달의 5%보다 낮았다. 입장권 가격이 70~80달러나 하는 LA 인근 테마팍을 주말에 가보면 안에 들어가는 데만 1시간 가까이 걸릴 정도로 미어터진다.
그런가 하면 평일 저녁에도 곳곳에 있는 대형 샤핑센터 주차장은 외식이나 샤핑을 하러 나온 주민들의 차량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이쯤 되면 “요즘 살만한가 보다”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 과연 미국 경제는 앞으로 ‘전진’하고 있는 것일까. 정말 흥청망청 돈을 써도 괜찮은 ‘좋은 세상’이 온 것일까.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뉴스가 매스컴을 통해 자주 보도되고 있지만 보통 사람들은 여전히 먹고 살기가 힘들다며 아우성이다. 회사 경영진의 임금은 급증하고 있지만 근로자들의 임금은 거북이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또한 아파트 렌트비, 건강 보험료, 자동차 보험료도 상승곡선을 그리며 서민층을 괴롭히고 있다.
‘안하면 바보’ 소리를 듣는 온라인 샤핑이 보편화되면서 비즈니스들도 예전 같지 않다.
LA 한인타운 역시 수년 째 지속되는 불경기로 소매업소들의 타격이 심각하다. 타운 곳곳에 자리 잡은 대형 샤핑센터 공실률이 늘어나고 있는 것만 봐도 사태가 예사롭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다 아는 타운 내 한 샤핑센터의 경우 오픈 이래 단 한 번도 공실률이 0%를 기록한 적이 없다.
또 다른 유명 샤핑몰도 업소들이 하나 둘 문을 닫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5~6개 점포에 셔터가 내려져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일부 샤핑센터 건물주들의 콧대는 여전히 높다.
렌트비를 내려도 시원찮은 마당에 오히려 올린다. 장사가 안 돼 렌트비를 감당할 수 없어 테넌트가 다른 곳으로 떠나거나 사업을 접어도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타운 경기침체로 상가 공실률이 늘어나는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상가건물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다”며 “매물은 부족한데 수요가 많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건물주들이 공실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이유다. 하지만 부동산 업계에서는 ‘공실이 있는 건물에서 수익을 내는 것은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말이 종종 회자된다.
점포가 비어 있는 기간이 길면 길수록 건물주의 수익률은 떨어지게 마련이며 심한 경우 채무자로 전락하게 된다. 상인들은 물건을 판매할 장소가 필요하고, 건물주 역시 꼬박꼬박 렌트비를 내줄 테넌트가 필요하다.
건물주 없이는 테넌트도 먹고 살 수 없고, 테넌트 없이는 건물주도 돈을 벌 수가 없는 구조다. 누가 뭐래도 건물주는 ‘가진자’요, 테넌트는 ‘약자’이다. 건물주들이 요즘같이 어려운 시기에 매상이 떨어져 고통 받는 테넌트를 넓은 마음으로 끌어안았으면 한다.
건물 내 업소들을 수시로 방문해 테넌트의 형편이 어떤지, 고충이 무엇인지, 요구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업주 또한 합법적인 영업활동과 깨끗한 비즈니스 환경 조성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스몰 비즈니스는 미국 경제의 근간이자 한인사회 경제를 지탱하는 기둥이다. 건물주와 테넌트가 등을 돌리고, 각자 갈 길을 가버리면 한인 경제가 어떻게 될지는 불 보듯 뻔하다. 물건이나 서비스를 사고 싶어도 샤핑할 업소가 없으면 결국 소비자도 피해를 입게 된다. 지금이야말로 건물주와 테넌트가 합심해 불황 극복을 위한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할 때다.
건물주와 테넌트는 ‘남남’으로 지내면 안 된다. 양측 모두 패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생의 길은 결코 먼 곳에 있지 않다. ‘더불어 잘 살자’는 생각만 가져도 절반은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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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훈 경제부·부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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