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브로드웨이 종연 앞둔‘ 한밤중 개에게…’
▶ 21마리가 배우·스태프 등 새 주인 만나
연극 주인공 역을 맡은 타일러 리아가 마지막 강아지 사이먼과 함께 놀고 있다. <사진 Christopher Gregory>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의 비디오 테크니션 크리스 커츠와 5번 강아지 찰리.
브로드웨이에서 의상책임자로 일하는 칼리 브래 에이릭과 14번 강아지 미아.
음악만 나오면 기프트 박스로 뛰어 들어가는 16번 롤라는 분장사 킴 슈라이버가 입양했다.
강아지 한 마리는 선생님 역을 맡았던 여배우의 집으로 갔고, 다른 한 마리는 아버지 역을 했던 배우와 살고 있다. 스테이지 매니저도 한 마리 가져갔고, 분장사도 하나, 홍보담당자의 부모도 와서 한 마리 데려갔다.
지난 24개월 동안 상연된 브로드웨이 연극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The Curious Incident of the Dog in the Night-Time)에 출연한 21마리의 강아지 이야기다. 골든 리트리버나 그 비슷하게 보이는 강아지들이 연극의 캐스트로 출연했다. 극중 맨 끝 부분에 잠깐 등장하지만 언제나 관객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역할이다.
그렇게 많은 강아지들이 필요했던 이유는 금방 자라서 빨리 커지기 때문이다. 극에서 사용하는 기프트 상자 안에 들어가지 못할 만큼 커지면 은퇴해야 했던 강아지들은 배우나 스태프, 혹은 극단 관계자 누군가에게 입양됐다.
“남편과 상의도 하지 않았고, 집에는 6세 된 치와와가 있어서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요.
하지만 원 세상에, 너무나 데려가서 키우고 싶었답니다”
이 연극의 첫 해에 시오반 선생님 역을 맡았던 프란체스카 파리다니는 8번 강아지였던 버바(Bubba)에게 홀딱 빠져 입양하게 됐다. 애니멀 셸터에서 데려온 버바는 잡종이지만 빨리 크지 않아서 8주 동안이나 출연진의 사랑을 독차지했었다.
브로드웨이 연극 무대에서는 드물게 볼 수 있었던 견공들의 출연도 이제 끝이 나게 생겼다. ‘한밤중에 개에게...’의 제작자들이 오는 9월4일 마지막 공연을 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극이 끝나도 특별한 모임이 계속될 전망이다. 출연했던 강아지들을 입양한 사람들이 한데 모여 에피소드, 개 키우던 이야기, 사진 찍어 페이스북에 올리기 등 다양한 경험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강아지들은 이름보다는 출연했던 순서에 따라 번호로 불리고 있다.
그동안 몇몇 강아지는 연기 커리어가 단명했다. 무대 공포증을 보이거나 무대에서 토한 사건도 있었기 때문에 그럴 때는 얼른 다른 개로 교체해야 했다. 버바는 눈이 충혈되는 체리아이 증상을 보여서 하차했지만 곧 다시 대역으로 현장에 투입됐다.
두 마리는 커리어가 확장되어 광고를 찍기도 했고, 연극 출연을 계기로 특이한 자존감을 보이며 스타 기질을 내보였던 12번 강아지는 이 연극 홍보담당자 샌디 랩에게 입양됐다.
이 연극은 영국 작가 마크 해돈의 2003년 소설을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자폐 증세를 가진 틴에이저 크리스토퍼가 살해된 개의 사건을 추적해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처음에 오프닝 신에서 나오는 죽은 개는 소품으로 표현되고, 살아있는 강아지는 후반부에서야 나온다.
2014년 9월 브로드웨이의 에델 배리모어 극장에서 공연이 시작된 이 쇼는 지난 해 토니상 최우수 신작상을 수상했다. 런던에서는 2012년부터 공연되고 있으며 내달부터 미국 순회공연이 시작되고 내년 1월에는 영국으로 가게 된다.
극본에서 강아지는 2개월짜리로 묘사된다. 실제 출연 강아지는 8주 됐을 때 데려와 자라는 속도에 따라 12~13주 될 때까지 머물다가 은퇴한다. 쇼의 동물훈련사 리디아 데로슈는 동물구호기관에서 강아지를 찾곤 하지만 딱 맞는 모습과 성격과 나이의 강아지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어서 때로는 강아지 사육자를 찾기도 한다. 그녀가 찾는 종류는 너무 수줍어하지도, 너무 활기가 넘치지도 않고, 박수소리나 큰 소리에 놀라지 않는 강아지들이다.
개들은 연극 공연시간의 대부분을 5층에 있는 드레싱 룸에서 보낸 다음 2막 장면에서 리디아 데로슈가 걸려서 데리고 무대 뒤편으로 간다. 거기서 강아지는 아버지에 의해 기프트 박스에 담겨 크리스토퍼의 선물로 주어지고, 곧바로 무대 위를 뛰어다니거나 크리스토퍼에게 달려들어 함께 노는 모습을 연기한다.
맨 처음 크리스토퍼 역을 맡아 토니 주연상을 탔던 알렉스 샤프는 오프닝 공연을 위해 연습하던 중 강아지와 친해지면 무대에서 연기가 좀더 자연스럽게 될거 같아서 첫 번째 강아지를 자기 집으로 데려갔다. 그는 원래 개를 길러본 사람이 아니어서 강아지를 돌보는 게 굉장히 힘들었다고 털어놓는다.
“리디아가 먹이와 화장실 패드, 케이지를 주길래 ‘뭐 이런 것쯤이야’ 헸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이 녀석이 뛰어 돌아다니다가 여기 저기 토하고, 오줌 싸고 똥 싸고 밤새 짖어대는가 하면 잠은 3시간밖에 안자고 히스테리칼 하게 빙빙 도는거에요. 아주 혼났답니다”
샤프는 13마리의 강아지와 연기를 했고, 새로운 녀석이 올 때마다 꼭 자기 집으로 데려가 하루나 이틀 밤을 함께 보냈다. 연기가 좀 느슨해진다 싶을 때도 집에 데려가 자기 침대 옆에 강아지 침대를 마련해놓고 함께 자곤 했다고 한다.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그렇게 하면 무대에서 연기가 달라지곤 했지요”
강아지 하나는 연기 도중 토하는 바람에 크리스토퍼의 아버지가 얼른 스웻셔츠를 벗어서 닦아야 했다. 또 다른 강아지는 샤프의 얼굴을 할퀴어 놓아서 남은 공연 내내 후디로 한쪽 뺨을 가리고 피를 멈추게 하느라 진땀을 빼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강아지들은 아주 훌륭했고 사랑스러웠다고 샤프는 말한다. 특별히 관객들은 강아지가 배우의 얼굴을 핥으면 너무 좋아했는데 그 비결은 공연하는 동안 땀을 많이 흘리니까 강아지들이 그 짭짤한 맛을 좋아한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출연 강아지들은 입양이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퍼지자 관객들도 줄을 서기 시작했다. 핏불 같은 게 아니라 사랑스런 골든 리트리버 종의 강아지이기 때문에 입양은 쉬운 편이었다.
5번 강아지 찰리는 스태프의 한사람인 비디오 테크니션 크리스 커츠가 일주일 공을 들인 끝에 집으로 데려갔고, 완전 무대 체질이라 음악만 나오면 기프트 박스로 뛰어 들어가곤 했던 16번 롤라는 분장사 킴 슈라이버가 입양했다.
지난 해부터 크리스토퍼 역을 해온 타일러 리아는 자기와 번갈아 주역을 맡고 있는 벤자민 휠라이트와 함께 지난 주 21번 강아지를 처음 만났다. 마지막 강아지가 될 5파운드의 이 골든 리트리버에게는 사이먼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극작가 사이먼 스티븐스의 이름을 딴 것이다.
데로슈는 이 강아지를 펜실베니아의 사육자에게서 데려왔다. 새로 강아지를 데려올 때마다 그녀가 언제나 하는 일이 있다. 자기 집에 데려가 무대에 오를 때 나오는 음악을 들려주면서 함께 놀고 구르며 무대로 나가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사이먼이 처음 출연하는 날 데로슈는 그를 일찍 극장으로 데려가 배우들과 만나게 했다. 다른 사람들이 주변에 둘러 앉아 강아지를 어르며 환경에 적응시키는 동안 타일러 리아는 일종의 드레스 리허설을 시도했다. 맛있는 트릿으로 강아지를 유혹한 다음 무대에서 쫓아다니고 바닥에 누워 놀면서 자기 몸 위로 마구 돌아다니도록 한 것이다.
“강아지가 나에게 오게 하려는 겁니다. 무대에서 자연스럽게 뛰어다니고 나를 따라 다니도록 말이죠. 전에는 일부러 그렇게 유도했지만 지금은 좀 달라요. 먼저 개가 뭘 원하는지를 알아낸 다음 거기에 내가 맞추려고 합니다. 강아지잖아요”
<뉴욕타임스 본보 특약> <사진 ny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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