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 최고지도부의 성공개최 의지
▶ 안보분야서는 미와의 갈등 고민
요즘 중국 관영매체들에선 내달 4~5일 저장성 항저우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관한 보도가 넘쳐난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를 필두로 신화통신ㆍ환구시보ㆍ중국신문망 등은 일제히 G20 정상회의 특집란을 꾸려 연일 관련기사들을 쏟아내고 있고, 중국 중앙(CC)TV 메인뉴스도 수시로 항저우 현지의 준비상황 등을 전하고 있다. 언뜻 봐선 G20 정상회의 말고는 별다른 현안이 없다고 느낄 정도다.
■외교ㆍ안보 논의 부담, 경제분야에 비중 둘 듯
G20 정상회의에 대한 관영매체들의 집중적인 보도에는 중국 최고지도부의 성공적 개최 의지가 투영돼 있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특히 내년 가을 제19차 공산당 대회를 기점으로 집권 2기를 맞는 시진핑 국가주석에겐 G20 정상회의를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구상 현실화와 함께 특히 주요 2개국(G2)으로서의 입지를 굳히기 위해 제시한 ‘신형 대국관계’ 프레임을 기정사실화할 필요가 크다.
G20 정상회의 회원국은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교역액과 국내총생산(GDP)은 각각 80%, 85%에 달한다. 사실상 지구상의 모든 정치ㆍ경제ㆍ사회ㆍ외교ㆍ문화활동의 대부분이 이들 국가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중국이 G20 정상회의를 통해 세계 중심국가로서의 역할을 인정받고자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집권 이후 굴기(堀起ㆍ우뚝 섬)로 국가 전략의 궤도를 수정한 시 주석으로서는 결코 놓칠 수 없는 기회”라고 말했다.
그러나 주요 현안별로 회원국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다 특히 시점상으로 미국과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때여서 중국의 고민이 깊다.
중국은 미국의 세계 패권국 지위를 인정한 가운데 자신들의 역할도 보장받고자 하지만 미국은 이미 중국의 부상을 위협으로 간주해 대외전략의 무게중심을 ‘봉쇄’로 옮겨놓은 상태다. 일본과의 군사ㆍ안보동맹 강화를 축으로 한국ㆍ호주ㆍ필리핀 등 우방국은 물론 인도ㆍ베트남까지 끌어들여 중국을 포위하는 이른바 아시아ㆍ태평양 재균형 전략이 그것이다.
중국 입장에선 남중국해ㆍ동중국해 영유권 분쟁,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THAADㆍ사드)의 한반도 배치 등 미국과의 갈등 현안을 가급적 뒷전으로 미뤄둘 방침이다. 이 소식통은 “국제 상설중재재판소(PCA)의 남중국해 관련 판결로 입지가 좁아진 중국으로서는 서방국가들이 주축인 G20 정상회의에서 민감한 외교안보 현안들이 거론될 경우 회의 주도력이 약화할 것이란 우려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외신들에선 중국이 민감한 안보문제를 제외하는 쪽으로 참가국 측에 사전양해를 구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경제회복 플랫폼 역할 부각… 미와 충돌 가능성
사실 중국으로서는 경제분야에서도 미국과의 충돌이 불가피한 현안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중국은 경제분야에서 만큼은 공세적인 대응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여기에는 세계 경제의 장기적인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선 여전히 잠재력이 풍부한 중국 경제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
중국이 최근 G20 정상회의의 핵심의제 중 하나로 국제통화기금(IMF)의 지배구조와 IMF 특별 인출권(SDR) 확대방안을 제시한 것은 상징적이다. IMF 최대 지분 보유국인 미국의 영향력 약화와 함께 달러 중심의 국제통화 시스템 개혁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기 때문이다. 리바오둥 외교부 부부장은 “이번 G20 정상회의는 참가국의 경제분야 협력에 초점을 맞출 것이며 특히 국제금융구조 개혁 문제가 심도있게 다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SDR에 편입된 위안화의 국제화 전략과 맞닿아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제기됐던 국제 금융구조 개혁이 지연되면서 세계 경제 회복이 더디다는 논리를 앞세워 2010년 합의된 IMF 재원확대와 신흥국 지분율 상향조정을 매듭짓겠다는 것이다. 이는 현재의 국제 금융질서에 균열을 냄으로써 중장기적으로 자신들이 주도하는 아시아 인프라투자은행(AIIB) 등과의 협력체제 구축으로 자국의 위상을 높여가겠다는 전략이다.
중국은 돈보따리도 준비하고 있다. 일대일로 관련사업을 추진하면서 천문학적인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을 앞세워 회원국들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계산이다. 최대 1,000조원으로 추산되는 일대일로 사업예산이 당장은 개발도상국에서 풀리겠지만 G20 참가국들의 직•간접적인 참여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중국 자체적으로도 최근 IMF의 올해 GDP 성장률 상향조정(6.4→6.6%) 이후 해외 투자자들의 투자여건 완화 등 공세적인 조치를 내놓기 시작했다.
■항저우 꽃단장에 10조원, 환경 중시 이미지도 제고
중국은 이번 G20 정상회의를 준비하면서 녹색금융 연구팀 건립과 녹색환경 보호 이념의 제도화를 추진했다. 또 지난 4월에는 G20 의장국 자격으로 회원국에 파리기후변화 협정에 대한 각국의 국내 승인절차 완료를 요청했다. 이번 G20 정상회의의 4대 키워드 중 하나로 ‘녹색’을 제시하기도 했다. 인류 공통과제인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의 크기와 정책의지를 보여주겠다는 의도다.
중국은 G20 정상회의에서 자국 문화의 우수성을 알리고 이를 관광산업과 연계하는 데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빼어난 경치로 인해 ‘지상낙원’으로 꼽히는 항저우를 회의 개최지로 삼은 뒤 도시 전반의 환경을 개선하는데 10조원 가까운 돈을 쏟아부었다. 또 국가 여유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 주요국과 도시에 항저우의 관광 인프라를 알리는 데 총력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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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회담 장소 ‘봉쇄 관리’… 항저우 민심 부글부글
군부대 동원해 출입 등 생활 제한
IS 테러 가능성에 ‘요새화’ 나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를 2주가량 앞둔 중국 저장성 항저우시는 요즘 ‘불만 도시’가 됐다. 보안과 안전을 앞세운 당국의 잇따른 조치로 일상생활 자체가 지장을 받을 정도가 됐기 때문이다.
항저우 지역 네티즌들은 최근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등 SNS 공간에 수십대의 군용차량들이 대형 공공장소를 에워싸고 있는 사진들을 올리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항저우시 정부가 지난 20일부터 내달 6일까지 정상회의장이 위치한 서호 주변지역 등에 대해 공안은 물론 군부대까지 동원해 ‘봉쇄관리’에 들어가면서 해당 지역 내에선 출입은 물론 우편ㆍ택배 등 기본적인 생활 서비스마저 제한됐기 때문이다. 내주부터는 시내 다른 지역에서도 물류 배송과 화물차 운행 등이 제한될 예정이다.
게다가 회의기간에는 봉쇄관리 구역에서 거주하거나 근무하는 시민들은 전용 무료 주차장에 자동차를 세워둬야 한다. 자동차 사용과 주민 외출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시 정부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미 시내 모든 호텔에는 내국인도 신분증을 지참해야 숙박이 가능한 상황이고 사복경찰의 불시단속도 이뤄지고 있다. 그간 논란이 심했던 교회나 성당에 대한 십자가 철거작업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항저우시 정부는 G20 정상회의에 대비한 경비ㆍ보안강화의 일환으로 내달 1~7일을 집단휴가 기간으로 지정했다. 또 오는 26일부터 내달 6일까지는 항저우시 일대 모든 공장의 가동을 중단키로 했고 공사 현장들도 잠정 폐쇄할 방침이다. 여기에 맞춰 저장성 내 다른 10개 주요 도시들도 비슷한 시기에 일제히 공장 가동을 중단할 예정이다. 스모그 없는 ‘푸른 하늘’을 선보이기 위함이다.
항저우는 올 초부터 시내가 온통 흙먼지 가득한 공사판이었다. G20 정상회의를 겨냥해 도로정비 공사 200여개, 인프라 건설 공사 90여개를 진행하는 등 도시 환경개선 사업이 집중 시행됐기 때문이다. 신규 지하철 노선 공사는 내달 초 개통을 위해 24시간 내내 진행하기도 했다.
네티즌들은 이 같은 밀어붙이기식 일방통행과 지나친 보안강화에 대해 “국가적인 행사라도 최소한 시민들의 일상생활은 보장돼야 하는 것 아니냐” “외국 손님 접대하느라 인민의 삶은 뒷전에 내몰렸다” 등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최근 이슬람국가(IS) 연계세력의 테러 가능성이 제기된 뒤 사실상 항저우시를 ‘요새화’하고 나섰다. 장갑차 등 수십 대의 군용차량이 대형 공공건물을 에워싸는가 하면 무장 헬리콥터가 순찰비행에 나섰고 시 외곽엔 미사일 부대가 배치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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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양정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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