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도 출생, 피난선에서 한달 반동안 신약 10번 통독
평생을 책과함께…동화집 25권등 총 84권 집필
196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펄 벅과의 인연으로 도미
동화작가로 활발히 활동하다가 미국에 와서 이민 목회를 한 최효섭 목사는 평생 습관이 된 독서로 높은 식견을 지니게 됐고 동화책, 설교와 수상전집, 신앙과 인생독본 전집 등 총 84권의 책을 냈다. 그의 글은 인생과 신앙의 모든 것을 다룬다. 그의 삶을 들어본다.
●평생 이어진 독서
1932년 2월14일 황해도 해주에서 태어난 최효섭은 6남매 중 막내로 부모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 그의 집은 살림이 윤택한 편이었다. 당시 초등학교 교사로 명망 있는 K선생은 어느 날, 학교에서 면직되었는데 후에 알게 된 사실은 사회주의 사상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 분의 생계가 막연해지자 부친은 소유하고 있던 부동산 한 채를 그 분에게 무료임대 하여 고(古)서점을 차리게 하였다. 이 일이 최효섭의 평생을 좌우하게 되리라고는 어느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K선생은 책을 골라 주고 언제까지 읽어야 한다고 숙제로 제시하는 등 최효섭 소년의 독서 지도를 열심히 해주었다. 물론 일본 통치시대이므로 모든 책은 일본어였다. 동화, 소년소설, 역사, 과학물, 위인전, 동물 이야기 등 매우 다채로웠다. 이 때 붙은 읽는 버릇은 평생 이어졌고 아동문학이나 다른 저서들을 합하여 84권을 지금까지 저술 출판하게 된 밑거름이 되었다.
어머니는 가문에서 처음으로 예수를 믿었으며 6남매를 모두 교회로 인도했다.
“ 어려서 교회 주일학교에 다니면서도 새벽마다 일본인의 종교인 신사(神社)에 가서 마당을 쓰는 일을 1년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하였던 기억이 난다. 신심(信心)이라기보다 무엇을 한 번 시작하면 끈질기게 계속하는 일종의 고집이라고 생각되며 이런 성격은 학업, 저작, 목회 등에 도움이 되었다고 본다.”
그의 말대로 뭐든 열심히 한 최효섭은 공부도 잘해 해주 사범학교에 들어갔다. 2학년 때 해방이 되자 서울로 유학 가 경동중학교에 들어갔다. “해방 후 서울에 왔는데 독서의 기회가 우연히 열렸다. 옆집이 변호사 댁인데 엄청난 장서를 가지고 있었으며 그 아들이 나의 친구였으므로 책을 빌릴 수 있었다.
그 동네를 떠날 때까지 일본 문학 전집, 세계 문학전집 모두 40권을 2년 반 동안에 완독하였다. 물론 일본어 책들이다. 독서에 시간을 다 빼앗기면서 어떻게 낙제하지 않고 어렵다던 고려대학교 법학과에 입학하였는지 내가 생각해도 신통하다.”판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던 그는 고려대학교 법과에 들어갔으나 곧 한국전쟁이 발발하였다.
●판사의 꿈이 목사로
6.25 전쟁 중 고향을 찾았다가 빨치산(공산군 유격대)에게 체포된 최효섭 청년, 매부를 포함한 민주 인사 9명이 붙잡혔는데 끌려가다가 결사적으로 도망쳤다. 뒤에 알고보니 혼자만 살고 나머지 여덟 명은 다시 체포되어 총살당했다고 한다.
그래서 어촌 파랏개(해변으로 38선을 넘을 수 있는 장소)에서 경찰들이 압류한 어선을 타고 남하하였다. 경찰 한 명이 책을 꺼내 한 쪽씩 찢어 담배를 말아 피는 것을 발견했는데 그 책은 신약성경이었다. 이때 최효섭 청년은 늘 주머니에 지니고 다니던 영한사전과 성경을 맞바꾸었으며 피난선에서 한 달 반을 지내는 동안 신약성경을 열 번 통독했다. 외롭고 고생스런 처지였으므로 신약성경으로부터 많은 감명을 받았다.
남하한 그는 먼 친척이 경찰관으로 있는 구례로 찾아갔고 구례읍교회의 고등부 지도를 맡은 지 열흘도 안 되어 조동진 목사가 그를 불렀다. 마산면 냉천리 교회를 담임 목회하라는 것이었다. 만 19세의 대학 1년생, 신학교는 구경도 못한 그에게 엉뚱한 파송이었으나 성큼 대답하고 나선 것은 어떤 보이지 않는 힘에 이끌렸다고 밖에 설명이 안 된다고 한다.
지리산 밑에 있는 냉천리는 밤에는 공비가 통치하는 인민공화국이 되고 낮에는 전투 경찰이 점령한 대한민국이 되었다. 교인들이 농민이라지만 어른들인데 무슨 소리를 했는지는 몰라도 좌우간 설교라는 것을 11개월 한 이 체험은 법대에서 신학교로 방향 선회의 결정적인 동기가 되었다.
●펄 벅과의 인연
최효섭의 저작 활동은 이력을 따라 거의 자연발생적인 것들이었다. 배화여자 중고등학교 교목을 하면서 성경교재 ‘바울’을 첫 저서로 냈고(1957), 주일학교 교사를 중학시절부터 하였는데 성경을 이야기로서 아이들에게 읽게 할 자료가 없음을 알고 ‘성경동화 52’를 출판하였다.(196년) 이것이 반응이 좋아 장차 본격적으로 동화를 써볼 결심을 했다.
“나는 어려서부터 공상이 많아서 주의집중을 안한다고 선생들에게 여러 번 꾸지람을 들었다, 타고난 공상의 버릇이 나를 환상동화쪽으로 몰아갔을 것이다”고 하는 최효섭은 감리교 본부 교육국에 있으면서 ‘동화교육’(1960), ‘좋은 지도자’(1961), ‘기독교교육‘(1962) ’, ‘교회와 시청각교육‘(1963), ’성경교수법‘(1964) ’아동이해‘(1965)등 교육도서를 저술하였다.
동화 창작을 계속하다가 196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철이와 호랑이’가 당선되기도 했다. 동화작가 마해송 선생이 그 해의 심사위원장이었다.
“동화 창작은 1963년부터 1972년 사이에 활발하게 진행되다가 자폐증 장남의 문제로 부득이 도미하게 되고 이민 목회를 시작하면서 작품 활동이 끊어졌다. 이것은 아쉽지만 나의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최효섭이 도미하게 된 것은 노벨상 수상작가 펄 벅과의 인연 때문이다. 자폐증 딸이 있는 펄 벅은 미국최초의 정신박약아 부모회를 조직하였었다. 1968년 펄벅이 내한했을 때 아내와 함께 만나러 갔다.
최효섭 부부가 그 해 한국정신박약아 부모회를 조직하고 계속하여 사회의 관심을 계몽하기 위하여 사단법인체로 한국정신박약자 보호협회를 조직하였다는 소식을 알렸다. 펄 벅은 매우 기뻐하고 격려하며 아내를 즉시 미국에 초대하겠으니 공부하고 시찰할 의향이 있느냐고 해서 바로 승낙한 후 아내가 바로 그 해에 먼저 도미했다.
최효섭은 1966~67년에 미국 리치몬드 교육대학원에서 교육학 석사를 마치고 4개월간 에모리 대학 ‘라디오 및 TV센터’에서 서머스쿨을 마쳤다. 이 TV훈련이 동기가 되어 귀국 후 바로 NCC 시청각교육국의 TV부장으로 일하게 되었다. KBS TV와 동양 TV를 통하여 외국의 종교 프로를 번역 방영하는 일이었다. 5년간 연속 인형극 각본 5편을 썼으며 기독교방송국(CBS 라디오)에 테마 방송극 “이것이 인생이다” 20편을 집필하여 방송했다.
● 한인교회 목회
최효섭은 1972년~1989년까지 하트포드 교회, 남부뉴저지 교회, 뉴욕한인교회, 아콜라연합감리교회를 목회했으며 1980년에는 뉴욕신학대학교에서 목회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목회 중 신문칼럼을 격주로 써서 뉴욕한국일보를 비롯 여러 언론사에 게재했다.
그는 성격동화 52(1959 숭문사), 시계탑의 열두 형제(1963 한국교육도서), 일곱 개의 얼굴(1964 한국교육도서), 숲속나라의 늙은 너구리(1965 한국교육도서), 거꾸로 도는 시계(1966 한국교육도서)등 모두 25권의 동화집을 출간했고 총 23권의 설교와 수상 전집 속에 1,600편의 설교와 1,500편의 수필이 수록되어 있다. (2003년 완간. 보이스 사) 그밖에 신앙과 인생독본 총 10권의 전집 속에 고통, 행복, 노년, 결혼, 사랑, 일, 그리스도인, 은혜, 인간, 자아발견, 죽음 등의 주제로 인생문제 에세이집(1998년 완간. 쿰란출판사)과 시집, 성경 교재, 성서 연구 등 다수를 출판했다.
최효섭은 문학상도 여럿 받았다. 소천아동문학상(1969년 ‘열 두 개의 나무인형’), 방정환아동문학상(2007년 ‘금순이와 백설공주’), 박경종아동문학상(2008년 ‘뚱보 도깨비와 수퍼쥐’), 기독교출판협회 최우수상(1995년 ‘현대예화사전’), 기독총연합회 저작대상(1996년 ‘최효섭 명상록’) 등이 그것이다.
지금도 한국일보에 컬럼을 연재 중인 그는 부인 이남홍씨와 슬하에 두 아들을 두었고 요즘도 독서와 저작을 쉬지 않고 있다. 그의 식견은 나날이 넓고 깊어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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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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