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명도가 높은 코발트색의 청명한 하늘에 구름이 전혀 떠있지 않았을 때 ‘한 점의 구름도 없다’는 표현과 무더운 여름철 대낮에 ‘바람 한 점 없다’라는 말을 한다. 점(點, dot, spot)이란 실제로 ‘구름’이라는 가시적 형태와 ‘바람’이라는 비가시적인 것으로 이해된다. 태양 광구에 존재하며 자기활동을 보여주는 영역의 ‘태양의 흑점(black spot)’은 위치와 모양이 있다. 이와 반대로 모양도 위치도 없이 쓰이기도 하는데 ‘오점(汚點)을 줬다 ’ ‘원점으로 돌아가다‘ ’정점을 찍다‘ 등 개념적이며 은유적인 의미로도 쓰인다.
점을 시각적으로 이해 할 때 위치를 표시하며 넓이와 길이를 가지지는 않지만 점을 확대해 보면 크고 작은 넓이와 가지가지의 모양도 있고 또한 삼차원적인 입체감을 갖기도 한다. 밤하늘에 펼쳐진 은하수를 처다 보면 수없이 많은 별들을 보게 된다. 이들은 하나의 크고 작은 점들의 반짝임이지 넓이와 길이 등을 가진 모양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먼 우주 공간에서 위성으로 내려다 본 한반도는 단지 하나의 작은 점으로만 보인다.
조형 분야에서 점(點), 선(線), 면(面), 양(量)과 색(色)이 그림그리기의 기본요소로 시각적이며 감각적 분별성의 효과를 나타낸다. 개념적으로 작게 표시되는 점은 별로 의미가 없이 보이지만 한 점을 평면에 찍었을 때 그 긴장성(tensional)이나 파장성은 무서운 힘을 주며 또한 중요한 위치를 가리키고 점을 두 곳에 찍어 연결하면 선으로 표현 되고 네 곳에 점 들을 연결하면 여러 모양의 면이 이루어지기도 하고 명암을 준 많은 점들을 찍어 표현하면 입체감을 갖는다. 중국 북송(北宋)의 화가인 ‘미비’부자의 점묘법의 산수화나,19세기 프랑스 인상주의 미술가인 쇠라(Georges Seurat,1859-1891)도 화면에 여러 가지 색채의 점들로 작품을 완성하는 점묘기법(Pointillism)을 쓴 작가로도 유명하다.
아주 작은 하나의 점이라도 어떤 지점에 표시했을 때 시각적인 호기심이 극대화 되기도 한다. 세기적인 배우 마릴린 먼로 볼에 찍은 작고 까만 점은 큰 매력으로 유명해 졌고 20세기 팝 아트의 대가, 엔디 워홀(Andy Warhol, 1928-1987)의 판화 작품에서 그녀의 점찍은 얼굴이 주제가 되기도 했다.
한편 화룡점정(畵龍點睛)이라고 용의 그림에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점으로 눈동자를 그려 넣어 완성한다는 고사도 있으며 특히 우리들이 살고 있는 IT시대에서 web site나 email 주소에 점을 찍지 않으면 서로의 의사소통이나 많은 정보도 얻지 못한다.
해변에 펼쳐져 있는 모래알들은 ‘미미한 점’들이지만 서로 모여 뭉쳐지면 쓸모 있는 요소가 되기도 하며 바람에 날리는 보잘 것 없는 ‘한 점’으로의 씨앗은 잘 성장해 화려한 꽃과 맛있는 열매를 맺기도 하듯, 하나의 작은 점은 이렇듯 중요한 것이라 하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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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 전직 대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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