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지 않을 정도로 추운 곳에 둬야, 3만여 종 난초 지구 곳곳에 서식
▶ 강한 향부터 은은한 향까지 다양, 바닐라 종은 향료ㆍ커피 시럽 활용

호접란으로 불리는 팔레놉시스의 꽃은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밤에 정화능력이 우수해 침실에 두는 것도 좋다. <국립생태원 제공>
많은 분들이 난에 대해 잘못된 이해를 갖고 있는 부분이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서양란(또는 양란)에는 ‘향기가 없다’라는 겁니다. 필자는 2015년 국립생태원에서 세계난전시회를 처음 기획하면서 향기난전시회를 통해 서양란에도 향기가 강하고 좋은 난초들이 많이 있다는 점을 알리고 관람객들에게 향을 맡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적이 있습니다.
캬틀레야, 막시랄리아, 팔레놉시스(이른바 호접란), 덴드로비움 등 많은 난과식물들은 강한 향기부터 은은한 향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향을 갖고 있습니다. 유럽의 한 화장품회사는 난의 다양한 향을 이용해 난초 향수와 화장품을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이름에 난(蘭)이라고 붙어 있어 난과식물로 혼동되기 쉬운 식물들도 있습니다. 예컨대 관상용으로 많이 재배되는 군자란과 제주도 토끼섬 자생식물로 유명한 문주란은 수선화과 식물입니다. 또한, 해란 또는 운란이라고 하는 식물은 난과식물이 아니라, 현삼과 식물입니다. 이외에도 엽란, 박쥐란과 같은 식물도 있지요. 난초와 관련한 강의를 할 때마다 받는 질문이 있습니다. 꽃이 피었던 한란이나 춘란이 다음 해에는 꽃이 피지 않는다는 겁니다. 재배환경을 물어보면 대부분 겨울에도 난방이 잘 된 안방이나 거실에 관리를 한다고 하는데요. 동양란은 겨울에 추위를 겪어야 저온처리가 되어 꽃눈을 형성하는데, 그 기회를 주지 않으면 꽃이 피지 않는 겁니다. 난초의 꽃 피우기는 자식을 기르는 것과 비슷한가 봅니다. 마음이 아프더라도 얼어 죽지 않는 범위 내에서 추위를 겪게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 난초의 종 다양성과 생태적 특성
일반적으로 난초는 지구상에 야생종만으로도 적게는 2만8,000여종에서 많게는 3만5,000여종 이상의 종이 존재한다고 합니다. 이렇듯 종 다양성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꽃의 형태변화라든가, 향기의 다양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난과식물은 남극대륙과 극단의 사막지역을 제외하고는 지구상 여러 지역에 넓게 분포하면서 진화해 왔습니다.
식물의 생육은 빛, 습기, 온도 등의 조건에 크게 좌우되는 데, 각각의 환경조건에 맞게 적응하고 형태나 적응방식을 변화하면서 분포지역을 넓혀 왔습니다. 특히, 난의 생육조건은 아주 다양해서 바닐라와 같이 햇빛을 좋아하는 난초가 있는 반면, 한란과 같이 나무 밑의 그늘에서 잘 자라는 난초들도 있습니다. 거미란처럼 잎이 없이 뿌리로만 살아가기도 하고 지상부의 영양기관 발달 없이 꽃대를 올려 개화하고 종자를 맺어 영양분을 땅속 줄기에 저장하는 천마와 같은 난초들도 많이 있습니다.
난초는 생태적 특성에 따라, 땅 속에 뿌리를 뻗고 영양분을 뿌리에 저장하는 지생란(새우란, 춘란 등), 뿌리가 나무나 바위의 표면에 착생하여 자라는 착생란(풍란, 석곡 등), 그리고 잎과 줄기가 없는 탓에 엽록소도 없이 공생균과 공생하면서 땅 속에서 자라는 부생란(천마, 으름난초 등)으로 분류됩니다.
꽃이 피는 생태적 습성도 아주 다양합니다. 말레이시아반도 등지에 서식하는 심비디움 로지움은 해발 1,500~1,800m에서 꽃을 피우지만, 낮은 지역에서는 꽃을 피우지 않습니다. 반면 폴리스타차 컬트리포미스 같이 기온의 변화가 있어야 꽃을 피우는 난초도 있습니다. 이는 난과식물이 지구상에 넓게 분포하면서 형태의 다양성뿐만 아니라, 환경변화에 맞게 진화되어 온 생태적 다양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난과식물 꽃의 특징
난과식물의 꽃은 떡잎이 기본적으로 2개인 쌍자엽식물의 꽃과는 사뭇 다른 독특한 구조적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난과식물은 백합과 같은 다른 단자엽식물처럼 여섯 장의 꽃잎 (외화피 3장, 내화피 3장)이 있지만, 모두가 같은 형태로 되어 있지 않습니다. 또 좌우대칭으로 되어 있어 그 아름다움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난과식물의 내화피 세 장중 한 장은 여러 형태로 바뀌면서 많은 변화가 생깁니다. 흔히 애호가들 사이에서 이 부분을 순판(唇弁)이라고 부릅니다. 순판이 평평하지 않고 통으로 된 파피오페딜룸속, 프라그미페디움속, 복주머니난속, 셀레니페디움속 등을 복주머니난아과식물로 분류합니다.
복주머니난아과식물처럼 화기(꽃의 기관)가 통 모양처럼 변화되진 않더라도, 일반 난과식물들의 순판 모양과 색소 변화를 보면 한 종의 식물에 이렇게 많은 변이가 있을 수 있는지 놀라게 됩니다. 난과식물의 꽃가루는 덩어리로 되어 있고, 그 끝에 곤충이 달라붙는 접착부분을 가지고 있는 것도 많습니다.
난과식물의 꽃은 곤충에 의한 수분을 위해 특별히 진화된 구조를 갖는 충매화가 많습니다. 매우 제한된 곤충을 대상으로 한 특별한 적응을 볼 수 있는 변화의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윈의 난으로 알려진 마다가스카르섬의 앙그레컴 난초의 거(spur.꽃에 달린 긴 빨대와 같은 구조)가 27~45㎝나 되는 게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난 재배와 품종 개량
서양에서는 18세기 이후 열대성 난들이 많은 애호가들에게 사랑을 받기 시작하면서 감상용으로 재배되어 왔습니다.
난을 집에서 인공적으로 재배를 하기 위해 헤고판, 코르크판이나 이끼를 사용하는 재배법도 발달하여 왔었고 다양한 교배종들이 만들어지고 등록되어 왔습니다. 그러한 문화들은 동양에서는 일본을 중심으로, 유럽에서는 영국을 중심으로 발전해왔습니다. 최근에는 미국에서도 난 문화가 확산되어 유명한 각 식물원마다 매년 난 전시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새로운 원종을 확보하고 변이종을 찾기 위한 사람들의 욕심은 자생지에서의 난을 채취하는 것으로 이어집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관광버스를 동원한 야생춘란 채집이 아직도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러한 행위들은 자연상태에서의 난과식물이 사라지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이렇듯 난과식물의 남획은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었고, 현재는 야생난과식물의 국제간 이동은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조약(CITES)에 따라 이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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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필용 국립생태원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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