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가·환율·통상에 최저임금까지…엎친데 덮쳐
▶ 업종·기업 규모 가리지않고 수치 모두 나빠져

새해부터 통상압박-유가 상승-고환율에 최저임금 여파까지 자동차를 비롯한 기업환경이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현대자동차 조립공장.
최저임금 충격…얼어붙는 기업 체감경기
“온통 악재뿐이다.”
제조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새해부터 통상압박-유가 상승-고환율에 최저임금 여파까지 기업환경이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정부는 2년 연속 3%대 성장과 국민소득 3만달러 달성을 내걸고 낙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지만 현장의 체감경기는 다르다. 조선·자동차에 이어 스마트폰·디스플레이·석유화학 등 우리 제조업 대표업종의 부진이 심화되면서 기업 체감경기는 악화 일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솔직히 지난해는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이 수출을 주도하면서 지표상 경기 흐름을 좋게 견인한 측면이 있는데 그로 인해 (정부의) 경기판단에 패착이 있었던 것 같다”면서 “정부와 기업들의 체감 차이가 참으로 아쉽다”고 말했다.
올해도 세계 경기 훈풍에 기대 3% 성장을 강조한 정부와 얼어붙고 있는 현장의 온도 차가 ‘엇박자’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저임금 인상, 공공일자리 증가 등에 밀려 과감한 산업 구조조정과 규제개혁, 고부가가치 서비스업 육성 등은 뒷전이 됐다는 얘기다.
기업들이 체감하는 ‘경기 한파’는 지표에서부터 나타난다. 지난달 3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이달 전체 산업 업황BSI는 78로 한 달 새 3포인트 떨어졌다. 지난해 10월 이후 3개월 만에 꺾이면서 장기평균(80) 밑으로까지 떨어졌다.
제조업과 비제조업,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출기업과 내수기업 등 업종과 규모를 가리지 않고 모두 나빠졌다.
기업이 판단하는 경기가 꺾이면 투자→생산→소비 사이클의 첫 단계인 투자부터 불씨가 꺼질 수 있다. 이미 지난해 4·4분기 설비투자는 0.6% 줄었고 내수와 고용 영향력이 큰 건설투자도 3.8% 감소해 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투자가 둔화하면서 지난해 10~12월 제조업 성장률은 마이너스(-2.0%)로 추락했다.
당장 지난달부터 16.4% 오른 최저임금은 중소업체들에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지난달 경영 애로사항으로 인력난과 인건비 상승을 꼽은 제조업체의 비중은 9.1%, 비제조업체는 12%로 각각 2003년 1월, 2004년 7월 이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3% 성장의 가장 큰 역할을 맡은 수출기업들도 살얼음을 걷고 있다. 이날 한국경제연구원이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2월 BSI 전망치는 91.8로 지난해 5월 전망치(91.7) 이후 가장 낮았다.
세계 경기가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가장 좋다지만 기업들의 눈에 바깥 상황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 공세가 본격화된데다 유가 상승, 원화 강세까지 안팎에서 우환이 들이치고 있어서다.
가전·태양광 업체에서 시작된 미국발 통상제재는 이미 철강·화학 분야를 넘어 반도체나 자동차까지 겨냥할 수 있다는 우려로 번지고 있다. 철강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지난해 12월 미국의 통상제재에 대한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비공개 간담회에서 “상황이 좋지 않다.
2018년도 수출물량을 낮춰 잡으라”는 정부 관계자의 말을 듣고 황망해졌다. 그는 “정부 대응에도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자인한 격이니 막막할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여기에 지난해 12% 가까이 급락한 환율과 2년 반 만에 배럴당 60달러를 넘어선 유가 상승은 수출이 잘되는 기업의 채산성마저 악화시키는 요인들이다. 역대급 호황으로 매 분기 성장 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는 반도체도 환율 급락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지난해 4·4분기 삼성전자는 환손실로 인해 증권가 전망 평균인 15조 8,964억원보다 8,000억원이나 낮은 영업이익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해 저유가 악몽을 딛고 호조를 누렸던 석유화학업계도 유가 상승의 부작용을 견디고 있다.
계속된 국제유가 상승으로 석유제품의 정제마진이 줄면서 이번 달 석유정제업종 BSI(55)는 전달보다 24포인트 급락했다.
기업 현장에서는 정부에 ‘인기 없는’ 산업 구조조정과 과감한 규제개혁을 호소한다. 한 조선업계 전문가는 “경제가 좋을 때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하지만 현 정부는 취약산업도 무조건 고용 유지를 내세우고 있어 불가능하다”며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유휴인력을 다른 분야로 가도록 유도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인데 이대로라면 조선업은 다 같이 침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장은 “정부가 몇 가지 신산업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법적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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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난새·김우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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