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익성 떨어지면서 노인·장애자 방치 빈번
▶ 5,500개 케어제공 업체 중 30%가 파산 직면

노인들을 돌보는 영국의 밀브로우 케어홈. 민간 위탁으로 운영돼 온 이 시설은 관리상태가 엉망인 것으로 정부 조사에서 드러났다. <뉴욕타임스>
밀브로우 케어홈 입주자들은 걱정스러운 속도로 체중이 줄기 시작했을 대 이미 노화와 질병으로 인해 극도로 약한 상태였다. 이들은 오래 방치돼 왔던 것으로 당국 조사에서 밝혀졌다. 1년 이상 이들은 음식과 물을 제대로 먹지 못했으며 처방받은 약들도 거의 먹지 못했다. 구토와 설사가 퍼져나갔으며 주방에는 유효기간이 지난 식품들이 놓여있었다. 누구도 이런 상황을 막지 않았으며 책임자는 거의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영국 북서부 리버풀 인근의 이 양로원은 영국에서 두 번째로 큰 민간 양로서비스 업체인 포시즌스 헬스케어가 운영해왔다. 포시진스는 세계에서 가장 큰 민간 에퀴티기업의 하나인 테라 퍼르마가 소유하고 있다.
포시즌스가 운영해온 밀브로우의 참혹한 실상은 최근 영국정보 보고서에 기술돼 있다.. 이 보고서가 나온 후 지방정부인 할튼버로우 위원회는 지난 연말 이 기관 운영을 떠안았다. 직원들은 위원회 직원으로 등재됐으며 의사와 간호사들이 충원됐다. 대대적인 수리도 진행 중이다.
노동당 집권기든 보수당 집권기든 영국은 공공서비스의 민간 아웃소싱 부문에서 선구자로 꼽혀왔다. 공공지출을 줄이고 민간부문 일자리를 늘리며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얼마동안은 이 조치들이 성과를 거두는 듯 보였다. 그러면서 영국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아웃소싱 마켓이 됐다.
하지만 최근 민간부분 위탁은 비판과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다. 야당인 노동당 뿐 아니라 정부 내에서조차 이런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부 감사보고서는 향후 25년 동안 프로젝트들과 서비스를 위해 영국 납세자들이 민간부분에 지불해야 할 돈이 무려 2,85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 보고서는 경제 환경이 바뀌면서 정부가 아닌 민간부분이 운영할 경우 학교는 40%, 병원들은 70%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웃소싱 서비스에 대한 지출을 감당해 온 지방정부들이 지난 10년 가까이 긴축을 펴면서 시스템은 점차 망가져 왔다. 지난 달 영국정부의 최대 아웃소싱 업체인 카릴리온의 극적인 붕괴와 또 다른 주요 업체인 캐피타의 재정적 곤경은 이런 상황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영국의 파산전문가는 “이 모델은 문제점이 많으며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위부터 아래까지 온통 균열투성이”라고 말했다.
노인들과 장애인들을 위한 서비스는 이런 문제점들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5,500개에 달하는 영국의 케어 제공기관들 가운데 3분이 1이 파산위험에 직면해 있다. 다른 경제부문들보다 훨씬 높은 비율이다.
지난해 글로세스터샤이어의 주요 홈케어 서비스 업체인 클리브 링크가 파산했다. 그러자 지역정부는 직원들을 위한 긴급 재정지원을 해주고 홈케어를 나가는 직원들을 위해서는 무료 가솔린까지 제공해주었다. 클리브 링크 서비스 인수에 관여했던 한 관계자는 “당시 우리는 위기모드로 빠졌다. 주주들이 비즈니스를 접자고 하면 완전히 무너져버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회고했다.
문제의 핵심은 무자비한 긴축의 시대에 과연 영국이 고퀄리티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상황은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탈퇴하면서 한층 더 악화됐다. 성장은 둔화되고 외국노동자들은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정부들은 경험이 쌓이면서 점차 위탁계약 가격을 낮춰왔다. 그러면서 민간 업체들은 이익을 남기는데 어려움을 겪어 왔다. 카릴리온의 파산도 너무 낮은 가격에 응찰하는 바람에 더 이상 존속하기 힘든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영국의 요양시절 고객들은 크게 두 범주이다. 하나는 셀프 부담자들이고 다른 하나는 정부가 비용을 대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업체들은 정부 부담이 실제 비용의 겨우 절반을 넘는 정도라며 이에 따라 셀프 부담자들의 비용을 높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포시즌스는 직원을 구하기가 힘들어 임시직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업체는 성명서를 통해 “재정적으로 지속가능하지 못한 상황이 되면서 적자를 내왔다”고 말했다. 업체들과 케어홈 입주자들 친척들은 인터뷰를 통해 매니저들이 계속 바뀌면서 소통이 무너지고 그러면서 그 어느 누구도 시스템이 붕괴직전 상태라는 것을 몰랐다고 입을 모았다.
치매환자들 입원층의 직원 충원수준은 “끔찍할 정도였다”고 한 관계자는 말했다. 35명의 환자를 돌보는 데 직원은 달랑 4명뿐이었다는 것이다. 상시적으로 환자들을 살피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감사관들은 일부 입주자들의 경우 침대에서 일어나 앉아 먹지 못함으로써 질식의 위험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직원들이 장갑도 끼지 않은 채 더러운 세탁물들을 만지는 것이 목격됐으며 쿠션 등이 심각할 정도로 더럽혀지고 악취가 풍겼다는 내용도 있었다.
지난해 포시즌스가 운영해 온 양로원들 가운데 최소 13개가 문을 닫았거나 밀브로우 경우처럼 지방정부에 넘어갔다. 문을 닫은 사우스 햄프셔의 한 양로원 입주자들은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 이 가운데 5명이 한 달 내에 숨졌다. 한 관계자는 이들 입주자들 가운데 일부는 너무 몸이 약해 옮겨서는 안 될 환자들이었다고 밝혔다.
7억달러의 부채를 지고 있는 포시즌스는 대부분의 채권을 갖고 있는 미국의 헤지펀드와 채무조정 협상을 벌이고 있다. 케어 전문가들은 1만7,000명을 돌보는 포시즌스가 카릴리온처럼 도산할 경우의 여파를 우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영국의 케어홈들은 민간에퀴티 업체들이 통상적으로 기대하는 15%에 근접한 수익을 올리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일부 업체들은 지방정부와의 계약을 끝내거나 공공기금 지원을 받는 입주자에 대한 서비스를 거부한다는 것이다. 침상을 비워둔 채로 놔두는 게 오히려 낫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
한국일보-New York Tiems 특약>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