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철 “미국과 대화 용의 있다”… 한미 연합훈련, 북한 추가 도발 변수
▶ 북미 간 탐색 대화는 상반기 가능성… 비핵화 대화는 조기 성사 어려워
평창 동계 올림픽 폐회식에서도 북한과 미국의 고위급 접촉은 없었다. 각각 미국과 북한의 대표단장으로 한국을 방문한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고문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은 25일 밤 평창 올림픽 폐회식에서 함께 VIP 박스에 앉았으나 서로 인사를 나누지 않았다.
폐회식에 입장한 문재인 대통령은 앞줄에 앉은 이방카 선임고문, 뒷줄에 앉은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등과 악수했다.
그러나 김영철 부위원장과 이방카 선임고문 간 악수는 없었고, 서로 눈길을 마주치지 않았다. 개회식 때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김영남 북한 노동당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 부부장이 서로 외면한 것과 유사한 풍경이었다.
하지만 김영철 부위원장은 폐회식에 앞서 문 대통령과 접견한 자리에서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북미 대화 의지를 처음으로 밝혔다. 문 대통령은 25일 오후 5시부터 1시간 동안 강원도 평창 모처에서 김 부위원장 등 북한 대표단을 접견한 자리에서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문제의 본질적 해결을 위해서라도 북미 대화가 조속히 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 부위원장은 “북미 대화를 할 충분한 용의가 있다”고 답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또 “남북관계가 앞으로 광범위하게 확대되고 진전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고, 김 부위원장은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같은 의지를 지니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이 김 부위원장에게 비핵화 문제를 직접 거론했는지를 둘러싸고 엇갈린 관측이 나왔다. 처음에는 문 대통령이 ‘한반도 문제의 본질적 해결’이란 표현으로 비핵화 문제를 우회적으로 거론한 것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김 부위원장에게 한반도 비핵화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핵 동결→폐기’라는 2단계 북핵 해법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철 부위원장의 언급에 대해 미국 백악관은 25일 “우리는 대화할 의향이 있다는 북한의 메시지가 비핵화로 가는 길을 따르는 첫걸음을 의미하는지 볼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백악관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과 올림픽 주최국인 한국, 그리고 국제사회는 어떤 북한과의 대화도 그 결과가 비핵화가 돼야 한다는 데 광범위하게 뜻을 같이하고 있다”고 협상 목표가 비핵화임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 대화가 진전돼 남북정상회담이 가능하려면 북미 대화가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고 판단하고 중재 작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문 대통령이 23일 저녁 청와대 상춘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선임고문과 만찬 회동을 갖는 등 국빈 예우를 하고, 천안함 폭침 주범으로 지목됐던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도 따로 접견하는 등 양 측에 공을 들인 것은 이 같은 배경 때문이다.
문재인정부는 북미 간의 ‘탐색 대화’가 4월 한미 연합 군사훈련 전에 이뤄지길 바라고 있다.
북한이 북미 대화 의사를 표명함에 따라 북미 간 ‘탐색 대화’와 북미 비핵화 협상이 가능할지 여부와 언제 성사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미 간 탐색 대화는 금년 상반기에 가능할 것이란 견해가 많다. 그러나 북미 간의 본격적인 비핵화 대화는 성사되기 쉽지 않을 것이란 견해가 아직 우세한 편이다.
북한은 국제적 제재·압박에서 벗어나고 미국의 ‘코피(Bloody Nose) 작전’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북미 대화와 남북 대화를 통해 시간을 벌어야 한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또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과의 대화와 군사적 옵션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따라서 양측이 서로 의중을 타진하는 탐색 대화를 가질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반면 비핵화 협상 가능성에 대해선 비관적 견해가 우세하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미국은 북미 대화 조건으로 북한의 비핵화 의지 표명을 내세우고 있으나 북한은 추가 도발 중단이나 핵 동결 정도를 거론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북미 간 탐색 대화는 가능할지 모르지만 본격적인 비핵화 대화는 상당 기간 불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옥현 전 국정원 제1차장도 “북한은 북미 대화의 ‘입구’로 추가 도발 중단이나 핵 동결을 내세워 시간을 벌면서 핵 개발을 완성한 뒤 미국과의 핵군축 협상과 평화체제 구축을 노리는 전략을 펼 것”이라면서 “평창 올림픽 이후 북미 접촉이 이뤄질 가능성은 있으나 핵 폐기 협상으로 나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평창 올림픽 이후 4월 전후 실시 예정인 한미 연합 군사훈련과 북한의 추가 도발 여부가 북미 대화의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한편 여야 정치권은 김영철 부위원장의 한국 방문을 놓고 정면 충돌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25일 김 부위원장의 육로 이동 경로를 차단하기 위해 경기도 통일대교 남단을 점거해 농성을 벌인데 이어 26일 오후에는 서울 청계광장에서 ‘김영철 방한 국민 규탄대회’를 열었다. 이에 대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당의 통일대교 점거 농성 등에 대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작태이고 국제적 망신”이라며 저열한 색깔론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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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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