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의 시계가 멈췄다. 트럼트 미 대통령이 6월12일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의 취소를 24일 전격 발표했다.
“최근 당신들의 발언들에 나타난 극도의 분노와 공개적 적대감으로 인해 애석하게도….” 백악관의 주인은 석연찮은 이유로 자신이 이룩할 ‘위대한 회담’의 성과를 포기했다. 눈앞에 어른거리던 노벨상이란 환상적인 무지개도 걷어 차버렸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변덕스러움이란 트럼프의 캐릭터로 돌리는 것만으로 이 상황에 대한 해석은 부족하다.
주지하다시피 트럼프는 러시아 게이트와 점점 조여 오는 뮬러 특검의 칼날 앞에서 북미정상회담이란 승부수를 던졌다. 11월 중간선거에서의 패배에 대한 위기감도 그의 결심에 한몫했다는 평이다.
그러나 미국의 여론은 트럼프의 달콤한 계산과 달랐다.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들이 석방되고 언제 미 본토를 향해 날아올지 모르는 북의 핵미사일의 위협에서 미국민들을 구해낼 ‘영웅’에 대해 그들의 국민은 인색했다. 미국인들의 82%가 북미정상회담의 성과에 대해 회의적 시선을 보냈다.
문제는 미국을 움직이는 주류세력(The Establishment)들의 노골적인 몽니다. 대선 전부터 트럼프의 리더십을 인정하지 않아온 그들은 북미정상회담이 미국의 국익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한반도의 평화체제보다 남북 분열체제가 동북아의 패권 유지와 이익 추구에 더 부합한다고 보는 것이다. 분단체제의 유지를 통한 막대한 무기 판매, 세계에서 거의 유일한 대규모 군사 훈련지, 그리고 대 중국 견제를 위한 전진기지로서 남한의 역할은 포기할 수 없는 유혹인 것이다.
민주당을 필두로 공화당의 강경 세력은 트럼프의 평화 이벤트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았다. 주류 언론, CIA 같은 정보기관, 그리고 강력한 군산복합체는 수시로 제동을 걸었다. 북한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툭툭 내던지는 볼턴과 펜스 부통령의 언사에서 판을 깨려는 그들의 속내는 여과 없이 드러났다.
앞서 대북 강경파인 볼턴이 백악관의 안보보좌관으로 발탁된 데서부터 위험신호는 켜졌다. 해리스 태평양 사령관의 주한 미 대사 지명은 워싱턴을 움직이는 미 주류세력의 정치경제군사적 이해관계의 결정판이었다. 대중 매파로 일본의 극우파들과 눈높이를 같이 해온 군부 인사를 평화 무드의 한국 대사로 보내려는 것은 현 한반도 정세를 탐탁찮게 여긴 군산복합체의 이해관계가 반영된 선택으로 비춰졌다.
이러한 미 주류세력들의 전방위 공세에 ‘독고다이’ 트럼프는 외로운 평화 비즈니스를 멈춰야 했다. 그가 회담 가능성에 대한 여지를 남겼지만 그것은 국제적 비난을 의식한 레토릭에 가깝다. 북미정상회담은 트럼프의 손을 떠났다.
미국의 국익 앞에 한반도 평화의 꿈은 무너졌다. 그것이 약소국의 비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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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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