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네 번째 목요일. 올해는 11월22일이 그날, 추수감사절이다. 이날은 미국 밖으로 나가면 별 의미가 없다. 그저 11월의 한 목요일일 뿐이다.
국경일(national holiday)은 역사적으로 뜻 깊은 날을 기념하기 위하여 법률로 정한 경사스러운 날이다. 누가 국가를 위해 무슨 위대한 헌신을 했는지 이를 기리기 위해 제정된 날이 국경일이기 십상이다. 이런 면에서 애매모호한 미국의 국경일이 바로 추수감사절이다.
해마다 추수감사절 시즌이면 되풀이되고 또 되풀이 되는 것은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신대륙에 정착한 청교도들의 이야기다.
1620년 일단의 영국의 청교도들은 잉글랜드 남서부 플리머스에서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대서양을 건너 신대륙에 도착한다. 때는 이미 겨울. 반 수 정도가 추위와 굶주림 등으로 사망한다.
남은 자들은 그 다음해, 그러니까 1621년 원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작물을 재배하고 결실을 본다. 그리고는 도움을 준 원주민들을 초대해 함께 감사의 축제를 벌인다.
이것이 바로 추수감사절의 기원이라는 것이 정설로 돼 있다. 이 정설이 흔들리고 있다.
초기 식민지 시절인 그 무렵 추수를 감사하는 축제가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1621년 처음으로 청교도들이 원주민들과 함께 감사의 축제를 벌였다는 스토리는 알렉산더 영이라는 역사가가 정확한 고증도 없이 1841년에 써낸 작품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다.
그러면 추수감사절은 어디서 유래된 것인가. 뉴잉글랜드지역에 정착한 칼빈 교회 전통에 따른 것이라는 게 일부 역사학자들의 주장이다. 처음에는 ‘감사의 날들’(Thanksgiving days)과 ‘금식의 날들’(Fast days)을 모두 지키게 돼 있었다는 것이다.
뉴잉글랜드에서 시작된 이 전통은 전 식민지로 확산되고 계속 이어져 초대 워싱턴대통령은 감사의 날들과 금식의 날들을 선포했다, 또 4대 매디슨 대통령도 1812년 전쟁 때 3일의 금식의 날과 하루의 감사의 날을 선포했다.
그러다가 금식의 날은 흐지부지되고 감사의 날은 시시때때로 지방정부들도 선포하곤 했다.
금식의 날과 감사의 날이 지닌 종교적 의미를 모두 포용해 전국적 명절인 추수감사절로 승화된 것은 1864년 제 16대 링컨대통령이 11월 넷째 주간을 추수감사주일로 선포하면서다.
링컨은 추수감사절 선포를 통해 미국국민에게 각자에게 주어진 축복을 감사하는 동시에 지은 죄에 대한 회개를 권면했다. 이런 점에서 깊은 종교적 의미가 내포돼 있었다.
다른 의도도 있었다. 남북전쟁이란 참화로부터 미국 국민은 치유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 국민의(of the people), 국민에 의한(by the people), 국민을 위한(for the people) 국가정부가 존속하려면 미국 국민은 전쟁의 참화를 딛고 새로운 국민(a new people)으로 태어나야 한다.
링컨은 추수감사절 선포를 그 새로운 미국 국민의 탄생의 계기로 삼은 것이다. 국가들은 거대한 구조물 축조 등을 통해 기념비를 세운다. 링컨은 남북전쟁을 통해 ‘새로 태어난 미국’이란 기념비를 철과 석물 대신 추수감사절 선포를 통해 시간(time)에 아로새겨 놓은 것.
이 새로운 미국 탄생에 크게 일조를 한 인물은 새러 헤일이란 당시의 여류 작가다. 헤일은 남북전쟁 발발 전부터 ‘위대한 자유국가로서 한 패밀리’를 이룩하자는 모토와 함께 추수감사절을 전국적 공휴일로 선포하자는 운동을 펼쳐왔고 결국 링컨은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추수감사절은 이런 면에서 아메리카니즘, 또 달리 표현하면 미국적 내셔널리즘의 탄생을 기리는 명절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일각에서의 주장이다. 어쨌거나, Happy Thanksgiv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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