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선생은 자신의 저서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에서 이 세상에 존재하는 고통 중 가장 큰 고통은 부모가 자식을 앞세우는 참척(慘慽)의 고통이라 했다.
부모가 돌아가시면 땅에 묻고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는 말처럼 이 세상 그 어떤 슬픔보다도 헤아리기 어려운 아픔이리라.
지난 주 금요일 자 1면에 ‘죽고 싶어요’ 제하의 기사가 나간 후 한 독자가 전화를 주었다.
남부러울 것 없이 살던 그의 가정에 비극이 닥친 것은 3년 전. 집안의 자랑이며 보물과 같이 빛나던 20세 딸이 아이비리그 대학에 진학한 후 우울증에 시달리다 끝내 비극적 선택을 한 것. 그 날 이후 그는 3년을 이별, 상실, 죽을 것만 같은 고통, 아픔 속에 살았다고 했다. 살아도 산 것 같지 않은 삶을 살다 근래 겨우 마음을 추스르고 마음속에 부여잡고 있던 딸을 놓아 줄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딸에게 늘 최고가 되라, 공부 잘 해라는 말만 되풀이 하다 딸의 힘듦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던 자신의 미련함을 다른 이들은 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전화를 했다고 밝혔다.
고교에서 늘 탑을 유지하던 딸이 최우등생들만 모인 아이비리그 대학에 가서 탑을 유지하기 힘들어 우울하다는 하소연을 ‘쓸데없는 소리 말라’고 막아버린 것이 내내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그 때 조금만 유심히 들어 주었더라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는 자책감이 아직도 크다고 했다.
뉴저지에 있는 ‘에스더 하 재단’(Esther Ha Foundation)을 설립한 하용화 이사장은 2014년 꽃다운 21세의 나이에 세상을 등진 큰 딸에 대한 사랑을 우울증 예방 & 자살방지 활동으로 승화시킨 케이스.
하 이사장 역시 오랫동안 딸이 우울증에 시달린 것을 짐작조차 못했다 한다.
‘나 같은 부모가 다시는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딸의 이름을 딴 ‘에스더 하 재단’을 설립, 청소년과 성인을 대상으로 힐링 캠프와 정신건강클리닉을 펼치고 있다.
‘좋은 대학’과 ‘좋은 직장’을 아메리칸 드림의 성공 목표로 잡고 있는 많은 한인 부모들이 겉으로 드러나는 자녀의 모습 외에 자녀의 고민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자녀나 지인이 우울증이나 죽고 싶다는 얘기를 했을 때 ‘쓸데 없는 소리 하지 말라’ ‘시간 가면 괜찮아진다’ 등으로 말을 막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공감하고 경청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눈부신 7월의 햇살아래 활짝 핀 노란 해바라기처럼, 우리 모두 누군가에게 따뜻한 사람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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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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