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시작된 지 어느덧 열흘이 지났지만 지난해 미국 사회를 들썩이게 했던 교육 관련 스캔들과 논란이 컸던 핫이슈에 대한 기억은 또렷하기만 하다. 특히 이들 대부분은 대학 입시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데다 완전히 마무리 되지 않은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에서 학부모와 학생들의 관심은 아직도 지대하다.
지난해 연초에 터진 입시 부정 스캔들은 가히 메가톤급이었다. 스탠포드, 예일, UCLA 등에 자녀를 입학시키기 위해 입시 브로커에게 거액을 건넨 혐의로 할리웃의 유명 배우, 기업 CEO 등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SAT 점수를 부풀려 명문대에 부정 입학시키고 스포츠 영재인 것처럼 꾸며 체육특기생으로 둔갑시켰다.
특히 웬만한 사람들은 다 눈치 챘던 ‘체육특기생의 옆문 입학’ 비리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연방검찰에 기소된 사람만 50여 명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입시 비리였다. 주요 대학들은 서둘러 대책을 발표했고 입학 전형도 달라질 것이라고 공언했다. 예를 들어 예전과 달리 지원서 상에 눈에 띄는 과외활동을 기재했다면 이를 입증할 만한 관련 웹사이트 같은 자료 제출을 요구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워낙 큰 충격이어서 학부모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5년여를 끌어오던 하버드대학에 대한 아시안 학생 입시차별 소송도 지난해 말 1라운드를 끝내고 2라운드를 맞았다. 연방법원은 일단 “하버드대가 입학 전형에서 아시안 지원자들을 고의적으로 차별한 증거는 없다”며 하버드대 손을 들어줬다.
명문대의 아시안 입학 차별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대입 전형에서 소수계에게 가산점을 주거나 입학 정원의 일정 비율을 배정하는 방식으로 특혜를 주는 어퍼머티브 액션(소수계 우대정책)에 따라 흑인과 히스패닉 같은 소수계, 사회적 약자들이 대학 전형 등에서 배려 받고 있지만 아시안은 아이비리그 등에서 실력과 무관하게 차별을 받는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하지만 이번 연방법원의 판결은 ‘어퍼머티브 액션’ 정책이 성적 높은 아시안들을 탈락시키는 ‘아시안 페널티’로 이어졌다는 주장에 선을 그은 셈이며 인종을 입학정책의 주요 요소로 고려했던 다른 명문대에도 영향을 미치게 됐다.
하지만 하버드대를 상대로 소송을 낸 단체들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 절차에 돌입했다. 원고 측은 “필요할 경우 대법원까지 갈 것”이라는 입장이어서 한인 등 아시안 학생들과 부모들은 새해에도 길고 지루한 공방을 지켜보게 됐다.
SAT, ACT 등 ‘표준화시험의 운명’도 한인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초미의 관심사다. 표준화 시험점수는 그동안 UC 계열을 비롯 많은 명문대 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전형 기준 중 하나로 꼽혀왔다. 하지만 지난 해 말 흑인 및 히스패닉 학생 연합단체가 UC가 지원자에게 SAT나 ACT 점수를 필수적으로 제출하도록 요구해 저소득층 학생들 입학에 차별을 하고 있다며 입학전형에서 표준화시험을 제외할 것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 재판에 대학들과 수험생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만약 원고에게 유리한 판결이 내려질 경우 SAT와 ACT는 캘리포니아에서 위헌으로 간주될 수 있으며 이는 표준화시험 점수 제출 의무화 폐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SAT와 ACT 를 통해 UC에 입학하는 20만명 이상의 학생은 물론 전국의 주요 대학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대입 방식 자체를 흔들 수도 있다.
재판의 향방을 점치기 힘든 가운데 UC가 입학사정에서 표준화시험 점수 제출 정책을 폐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잇따르고 있어 주목된다. UC 평의회가 오는 3월 전체 회의에서 표준화시험 점수를 현재의 ‘필수’에서 ‘선택’으로 변경하는 혁신적 입학사정 개혁안을 공론화할 것이라는 게 주요 언론들의 보도다.
하지만 표준화시험 논란으로 많은 대학들이 SAT 점수 제출 의무화를 폐지하고 있지만 지난해 SAT 응시생은 더 늘어났고 ACT는 재 응시자에게 전체 섹션이 아닌 특정 섹션만을 선택해 시험을 볼 수 있도록 허용하는 등 수험생 입장에서는 혼란스런 환경이 지속되고 있다.
이래저래 올 한해 교육계는 그 어느 해보다 더 많은 주목을 받고 다사다난한 한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대입을 앞둔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여러 변화에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하고 평정심을 잃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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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광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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