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은 따뜻했다. 눈도 많이 오지 않았다. 나이가 드니 눈사람, 길에서 파는 군밤, 군고구마 등의 어릴 적 낭만은 멀리 사라지고, 따뜻한 겨울이 반갑기만 하다. 춥지 않은 겨울이 지나고 나면, 병충해가 봄 여름에 심해져서 농사에는 좋지 않다는 사실이 노파심을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따뜻한 겨울이라는 제목을 쓰다 보니 소설가 박완서씨의 '그 해 겨울은 따뜻했네' 라는 책 제목이 떠오른다. 읽은 지도 오래되어 기억이 잘 나지 않고, 지금 쓰려는 내용이 그 책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지만, 따뜻한 겨울이 결코 따뜻하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공통점이 있기는 하다.
올 해 겨울이라면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과 2월을 의미한다.
12개월을 4계절로 나눈 것이다. 이렇게 따져서 쓰는 이유는 겨울은 두 해에 걸쳐 연결되어 있으므로 올해 겨울이라고 하기가 애매하기 때문이다.
작년 겨울에 너무 춥고 감기로 고생한 나로서는 올해는 너무도 편안하고 안심이 됐었다. 나이가 들수록 겨울이 두려워지는 것은 노인들이라면 모두 인정할 것이다. 미시간의 겨울이 춥다고 워싱턴 지역으로 작년 초가을에 이사 온 나의 친구는 작년의 워싱턴의 추위에 머리를 흔들었다. 이사 온 보람이 없는 것 아닌가 하고.
100년 만의 추위로 유난히 추운 해라는 설명도 위로나 실감을 못 느끼는 것이 당연하다. 이삿짐 정리하랴 바빠서 견디었던 추위를 올 해는 아예 따뜻한 곳에 가서 지나는지 플로리다에 가서 겨울을 지내고 돌아왔다.
한국에서 사계절을 지냈던 세월에 익숙한 나는 사실 버지니아의 사계절을 좋아한다. 겨울이 다가오면 두렵기는 하지만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된다. ‘건강하게 지날 수 있게 조심해야지' 하면서. 그리고 초봄의 연녹색과 봄 꽃들을 너무도 사랑한다. 올해는 무사히 겨울을 지냈나 보다 하며 봄을 기쁘게 기다리기도 전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세계를 얼어붙게 하고 있다. 봄인 듯 따뜻한 날씨에 서둘러 일찍 나온 봄 꽃봉오리들과 새순들이 추워진 변덕스러운 날씨에 시들고 있다. 이렇게 시든 순은 다시 나지 않는다는 말을 들으니 실망스럽고 걱정스럽다. 자연은 자연대로, 또 사람들은 갑자기 새로 생겼다는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마음이 시들시들하다.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이 빠른 시일 내에 개발되어 추운 봄이 빨리 지나가고 진정한 봄다운 따뜻하고 싱그러운 봄이 자연에도 사람들 마음에도 오기를 희망해본다.
<유영옥 / 포토맥 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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