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위험과 직면한 마트 직원들의 애환

한 마트 직원이 플라스틱 모자로 얼굴을 가린 채 물품들을 계산하고 있다.
매일 비장한 각오로 출근을 한다. 예년과 다름없이 화창한 봄날이지만 올해는 그런 풍경을 감상할 여유조차 없다. 지나치는 사람들을 경계하며 마스크를 여민다. 한인마트에서 일하는 김 모씨는 오늘도 무사히 지나가길 기도하며 일터로 향한다.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되고 외출제한령이 내려지자 분주하던 도로도 한산해지고 샤핑몰도 문을 닫고 학교나 놀이터에서 놀던 아이들도 사라졌다. 유일하게 사람들이 붐비는 곳은 그로서리, 마트뿐이다. 마트 앞에 길게 줄을 선 사람들이 신문 1면을 장식하기도 하고 불안심리에 따른 사재기 열풍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마트, 그들이 만지는 샤핑카트, 키패드 등 서로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마트 직원들은 하루 종일 위험천만한 코로나19의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수많은 보건전문가들은 마트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며 그들의 공포가 적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일 메릴랜드 프린스 조지스 카운티에 위치한 자이언트에서 일하던 라일라니 조단(Leilani Jordan, 27세)씨가 COVID-19로 사망했다. 조단 씨는 지난달 26일 경미한 증상으로 월터 리드 병원에 입원했으나 급격히 병세가 악화되면서 사망하게 됐다. 유가족들은 “평소에 다른 질병도 없이 건강했던 만큼 쉽게 회복될 줄 알았는데 하루아침에 속수무책으로 가족을 잃게 됐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생계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일터로 나가야하는 사람들. 재택근무, 유급병가 등은 그들과 전혀 상관없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다. 버지니아의 경우 시간당 10달러도 되지 않는 최저 임금을 받기 위해 어제 썼던 마스크를 다시 털어 쓰고 일터로 향한다고 한다.
지난달 시애틀 코스코(Costco) 직원이 코로나19로 사망한데 이어 뉴욕 트레이더 조스(Trader Joe’s), 시카고 월마트(Walmart) 등에서도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지난달 VA 스프링필드 코스코에서 2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전국에서 수천명의 마트직원들이 확진판정을 받고 있다.
월마트나 타켓(Target) 등 대형 마트들은 ‘히어로 보너스’라는 이름으로 시급을 2달러 인상했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시간당 2달러짜리 생명수당이라는 씁쓸한 농담이 전해진다. 이들이 혹시라도 감염증상을 보일 경우 아무런 베네핏도 받지 못하고 하루 아침에 실직자가 된다. 보험도 없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그들에게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그렇게 기계 부품처럼 쓰고 버려지는 냉혹한 현실이 코로나19 사태로 다시금 확인되고 있다.
오늘도 비장한 각오로 출근한 김 씨는 “안녕하세요”라는 인사와 함께 서로의 생사를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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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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