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9년 교회 대항 연식야구 대회에서 3위를 차지하고 나(앞줄 왼쪽 두 번째)와 우리 교회팀원들이 모여서 찍었다.
문득 꺼내든 빛바랜 사진에는 잊을 수 없는 추억과 얼굴들이 있다. 오래 전, 독자들이 각종 행사나 모임 등에서 찍은 옛 사진을 앨범 속에서 꺼내 공유하는 코너를 마련했다. 독자들이 1960년대부터 90년대까지 추억의 사진을 직접 골라 간단한 사연과 함께 본보에 보내주면 모든 한인들과 함께 추억을 나누고자 한다.
매년 여름 이곳 북버지니아에서는 교회 대항 소프트볼(연식야구) 대회가 열려 한인교회끼리 친선을 도모했던 시절이 있었다. 30개가 넘는 한인교회들이 2주 동안 각축을 벌였다.
나는 와싱톤중앙장로교회에서 청년부 친구들과 팀을 만들어서 해마다 참가했지만 만년 예선 탈락을 면치 못했었다. 1999년, 매년 참가하고 연습한 덕분인지 실력이 많이 향상되었고, 팀워크도 아주 좋아 큰 기대를 안고 참가한 대회였다. 첫 주에는 두 게임을 모두 가볍게 이기며, 창단(?) 이후 처음으로 본선에 진출했다. 들뜬 마음으로 한 주를 보내고 맞은 대망의 본선. 당시에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지구촌 교회를 첫 게임에서 만나 아쉽게 패배했다. 그러나 패자부활전에서 정통 장로교회(현 열린문교회) 등 쟁쟁한 강팀들을 차례로 누르며 전열을 다듬었다.
준준결승에서 만난 주최팀 북버지니아 장로교회와의 치열한 경기는 지금도 잊을 수 없는 명승부였다. 한 점 차이로 간신히 이기고 있던 마지막 수비 원아웃 만루 상황에서 상대팀의 빨랫줄 같은 타구를 주장인 노승환 형(왼쪽 뒷줄 두 번째)이 그림같이 잡아 더블플레이를 완성시키며 짜릿한 승리를 거두었고, 우리는 준결승에 진출했다. 준결승에서 또다시 지구촌 교회를 만났으나, 하루동안 여섯 게임을 뛰며 체력이 완전히 소진된 우리는 아쉽게도 패배해 3위에 만족해야 했다. 우리는 다음 해에도 참가해 결국 우승을 차지했지만, 오히려 3위를 했던 그때가 훨씬 더 강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
느낌엔 3, 4년 정도밖에 안 된 듯 생생한데. 벌써 20년 전이라 생각하니 세월의 무상함이 느껴진다. 오랜만에 꺼내 든 사진 속에는 오랫동안 못 본 친구들도 있고 어쩌다 가족이 되어버린 친구도 있다. 그들의 기억 속에도 분명 이때의 열정과 추억이 깊이 새겨져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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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창덕 / 센터빌,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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