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흑인살해 항위시위대 집결지… 동상 받침대엔 차별 종식 형형색색 낙서

지난달 23일 VA 리치몬드에 위치한 로버트 리 장군 동상 앞에서‘차별 없는 세상’‘서로에 대한 존중’을 강조하는 시위가 열렸다.
불과 한 달 전만해도 버지니아의 수도, 리치몬드는 조용하고 차분한 도시였다. 그러나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남부군의 상징과도 같은 로버트 리(Robert E. Lee) 장군의 동상을 중심으로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대와 부당한 경찰에 항의하는 시민단체들이 집결하게 되면서 저항운동의 진원지가 됐다.
지난 5월 25일 미니애폴리스에서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에 의해 살해된 이후 리치몬드에 위치한 리 장군 동상 앞에서는 매일 시위가 이어지고 있으며 동상 받침대에는 ‘흑인 생명은 소중하다’, ‘정의없이 평화없다’, ‘존재를 존중하거나 반발을 기대하거나’ 등 인종차별과 불평등을 종식시킬 것을 요구하는 형형색색의 낙서가 자리하고 있다.
이에 응답하듯 랠프 노담 주지사가 나서서 동상 철거를 명령했으나 반대 소송으로 인해 잠시 미뤄진 상태다. 1890년에 건립돼 130년 동안 자리를 지켜온 동상이지만 노담 주지사는 “이제라도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그 자리를 내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리 장군의 동상뿐만 아니라 남부군의 상징 조형물들이 차례로 사라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1일과 2일, 스톤월 잭슨(Stonewall Jackson) 장군과 매튜 폰테인 모리(Matthew Fontaine Maury) 해군 장교의 동상이 철거됐다. 이는 레바 스토니 리치몬드 시장의 공식적인 철거명령에 의해 이루어졌다.
감추고 싶은 역사, 불편한 진실이 BLM(Black Lives Matter)운동으로 다시 수면위로 올라왔다. 시위대를 폭도로 매도하고 싶은 사람도 있었겠지만 대부분 정의를 갈망하는 평화적인 시민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10대와 20대, 젊은 학생들이 앞장서 시위를 주도하고 있으며 이들은 알면서도 모른척했던 기성세대를 향해 “우리의 미래를 더 이상 무책임한 어른들에게 맡겨둘 수는 없다”는 분명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자녀들과 함께 시위에 참가한 한 학부모는 “어린 학생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그들의 노력에 보답하는 길은 오는 11월 투표에 참여하는 것”이라며 “그동안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외면했던 문제들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한편 원색적인 비난과 자극적인 구호 뿐만 아니라 이와 대조되는 “사랑만이 이길 수 있다”, “더 이상 미움이 없기를” 등의 부드러운 메시지도 눈에 띈다. 리치몬드의 한 주민은 “반드시 동상을 철거해야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는 분노의 표현”이라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언젠가는 서로를 존중하며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날이 오길 바란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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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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