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지니아의 페어팩스 이노바 병원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이윤보 씨.
진짜 인생은 은퇴 후부터. 평생의 생업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 그동안 가족과 먹고 사는 데 급급했다면 이제부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즐긴다. 또 어떤 이는 남을 위한 봉사의 시간 속에서 보람을 찾는다. 은퇴 후 ‘뒷방 늙은이’로 스스로를 가두지 않고 새로운 인생 2막을 열어젖힌 한인들을 찾아 그들의 꿈과 행복을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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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팩스에 거주하는 한인 이윤보 씨. 고희도 넘긴 71세의 그는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이면 이노바 페어팩스 병원을 찾는다. 그리고 일반 병동과 어린이 및 여성 병동에서 환자와 가족들을 위해 도우미로 일한다.
2015년 8월 은퇴 후부터 자원봉사를 시작한 게 벌써 4년째다.
잡화도매상을 하던 비즈니스맨이었던 그가 느닷없이 병원에서의 자원봉사를 하게 된 건 어느 지인의 말을 듣고서다.
“은퇴를 한 후 뭘 할까 고민하던 차에 시카고에 있는 지인이 병원에서 자원봉사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집에서 가까운 페어팩스 병원에 자원봉사자로 신청했어요. 그동안 돈을 벌기 위해 살았다면 은퇴 후에는 뭔가 보람 있는 일을 할 수 없을까 싶은 생각에서 자원봉사를 시작한 거지요. 인생 1막이 내 자신과 내 가족을 위한 삶이었다면 인생 2막은 남을 위해 봉사하는 삶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 봉사활동을 시작했는데 행복합니다.”
이윤보 씨는 하루 동안 교육을 받고 결핵 피부 반응 검사인 TB 테스트를 받았다. 그리고 자원봉사를 위해 매년 생일 달에 독감주사도 맞았다.
“일반 병동에서는 퇴원하는 사람들 도와주는 것부터 우편배달, 피 검사 보조, 신문 배달, 꽃 배달 등 다양한 일을 해요. 어린이 및 여성 병동에서는 도널드 맥도날드 룸이라 해서 호텔에 가지 못하는 극빈자들이 잠시 머무는 곳이 있는데 그곳에서 환자 가족들에게 커피와 해피 음식(Happy Meal)을 갖다 주는 역할을 합니다. 2016년부터 지금까지 4년을 하다 보니 이제 저도 봉사시간이 1,000시간이 넘었어요.”
워싱턴 지역에서 잡화도매상을 31년간 해온 이 씨는 비즈니스를 하면서 많은 도움과 혜택을 받은 만큼 이제는 환원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자원봉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저는 미국에 1980년도에 와서 84년부터 2015년까지 31년간 잡화도매 비즈니스를 하면서 많은 혜택을 받았어요. 이제는 그 받은 혜택을 다시 미국에 환원해야 하겠다는 생각에 자원봉사를 시작했고 남을 도와주니 저 자신도 행복해요. 만약 제가 저만을 위해 살다가 간다면 너무 슬플 것 같아요. 우리 인생은 세상과 더불어 살 때 더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이윤보 씨는 꾸준히 공부해온 영어가 자원봉사에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지금 제가 일하는 곳에 한인이 없어요. 제가 미국에 와서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배운 영어실력을 비즈니스를 하면서도 계속해서 공부하다 보니 그래도 미국인들과 함께 자원봉사를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환자들의 말벗도 되어주고 자원봉사자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도 정말 좋아요.”
그는 요즘은 코로나19로 인해 자원봉사를 잠시 중단한 상태다.
이윤보 씨는 한국에서는 군대를 제대하고 율산그룹에서 5년가량 근무했다고 한다. 63세부터 워싱턴 평통 수석 부회장, 워싱턴한인커뮤니티센터 건립준비위 공동 운영위원장 등으로 봉사했다. 2013년부터는 중앙시니어센터 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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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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