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J과학고 동문단체 ‘TJAAG’ 추첨선발 방식 지지 시위
▶ “현행 입시제 불평등 조장”… “아시안만 더 피해” 반대도

TJ과학고 동문들은 지난 4일, 모교 앞에서 입학전형 개혁안을 지지하는 시위를 전개했다. <사진=TJ Alumni Action Group>
토마스 제퍼슨 과학기술고등학교(TJ과학고)의 입학전형 변경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4일, 이 학교 앞에서 동문단체(TJ Alumni Action Group)가 주도하는 시위가 열렸다. 1천명 이상의 동문들이 가입된 이 단체는 “현재의 입학시험은 다양성과 형평성을 고려하지 못하고 불평등을 조장하고 있다”며 “입시가 아닌 추천 선발 방식을 지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 공립학교 순위에서 줄곧 1위를 차지해온 TJ과학고는 과학영재육성을 위해 별도의 입학시험으로 신입생을 선발해왔다. GPA 3.0 이상의 학생을 대상으로 입학시험과 에세이 등을 통해 선발해왔으나 이러한 입학전형으로 인해 히스패닉 학생은 2.4%, 흑인은 1.6%에 불과하고 아시안 학생만 70%가 넘는 등 지나치게 편중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페어팩스 카운티 공립학교 스캇 브라브랜드 교육감은 입시 대신 GPA 3.5 이상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추첨(Merit Lottery)을 통해 신입생을 선발하는 개혁안을 제안했다. GPA 평점을 상향 조정해 기본적으로 우수한 학생들을 추첨으로 선발하겠다는 취지다.
지난달 열린 공청회에서 브라브랜드 교육감은 “현재의 입시제도는 사교육비에 대한 부담, 지나친 경쟁을 조장하고 있다”며 “가정 경제력과 무관하게 보다 많은 학생들에게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반대하는 학부모와 학생들은 “추첨은 대안이 될 수 없다”며 “인종적 형평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사실 아시안 학생들만 불이익을 당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들은 “추첨방식으로 바뀌면 아시안 학생은 줄고 타인종 학생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바로 ‘반-아시안 인종차별’(anti-Asian racism)임을 반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인 학부모 A씨는 “최근 인도계 학생들의 교육열을 보면 과거 한국의 ‘치맛바람’이 무색할 정도로 과열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러한 아시안 학생들의 성장은 머조리티(majority)를 고수하는 백인들의 시기, 질투를 넘어 두려움을 줄 만큼 위협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TJ과학고를 졸업한 한인 B씨는 “예전부터 아시안 학생들의 지나친 경쟁이 문제가 됐었다”며 “단순히 입시의 문제뿐만 아니라 지나친 경쟁의 폐단, 부정적인 학교문화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치열한 경쟁을 뚫고 TJ과학고에 입학한 학생들은 노력의 대가를 다른 학생과의 비교를 통해 보상받으려 했으며 이는 스스로에 대한 부담일 뿐만 아니라 타인에 대한 차별로도 작용했다. 혹시라도 중도에 TJ과학고에서 나오게 될 경우에는 장기간 정신적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TJ과학고에 합격하더라도 경제력이 되면 차라리 사립학교에 보내겠다”는 한인 C씨는 “이르면 초등학교 때부터, 혹은 중학교 내내 입시만 준비하고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도 경쟁에 시달리는 등 우리 아이의 학창시절을 그렇게 망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TJ동문단체(TJAAG)와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NAKASEC)는 지난 5일 TJ과학고 입학전형 변경의 필요성을 지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아시안 차별이라는 주장은 여론을 왜곡하고 있다며 TJ과학고의 입학전형 개혁안은 인종문제가 아니라 소외계층에게 공정한 기회를 주는 계기가 될 것이며 결과적으로 아시안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페어팩스 카운티에서 식비를 지원받는 아시안 학생은 20%에 달하지만 TJ과학고에는 2.1%에 불과하다. 카운티 전체에서 14.7%를 차지하는 장애학생도 TJ과학고에는 0.9%뿐이고 25.9%를 차지하는 히스패닉 학생도 TJ과학고에는 2.6%에 불과하다는 것은 인종이 아니라 소수계, 저소득층에 대한 차별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TJ과학고에서 아시안 학생이 70%를 차지하고 있지만 한인학생 비율은 10%에 불과해 같은 아시안으로 구분되기는 하지만 이번 개혁안에 대한 입장은 다수를 차지하는 인도계, 중국계와는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다.
TJ과학고 입학전형 개혁안은 오는 8일, 교육위원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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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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