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감 안나… 노미네이트만으로도 영광” 오스카 후보 오른 윤여정
▶ 1966년 TBC 탤런트 시작, ‘미나리’로 조연상만 32개

배우 윤여정. [후크 엔터테인먼트 제공]
“한인 2세들이 만드는 작은 영화에 힘들지만 보람 있게 참가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기쁜 순간을 맞이하게 되었네요.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는 저도 상상을 못했습니다. 노미네이트 된 것 만으로도 너무 영광입니다.”
영화 ‘미나리’의 할머니 순자 역으로 제93회 미국 아카데미시상식 여우조연상 후보로 지명 된 배우 윤여정이 전한 소감이다.
영화계에서는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지만 배우 본인은 여전히 얼떨떨한 듯 하다. 영화 팬들은 마냥 설렌다. 한국 배우로는 오스카 후보 지명 만으로도 처음 있는 경사이기 때문이다. 윤여정이 이번 영화로 현재까지 받은 여우조연상만 무려 32개. 배우의 표현대로 “실감나지 않는” 일의 연속이지만 그는 마침내 배우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오스카로 향한 마지막 관문 앞에 섰다. 태어나 일흔 네 번째 맞는 봄, 윤여정의 찬란한 ‘오스카 여정’은 이제 한달 여 뒤 시상식 만을 남기고 있다.
윤여정은 올해로 데뷔 55년 차인 충무로의 대선배다. 대학 시절 방송국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연기 권유를 받았고, 1966년 TBC 탤런트 공채에 합격해 연기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학업 중단의 아쉬움도 잠시, 신인 윤여정은 곧바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1971년 MBC 드라마 ‘장희빈’의 타이틀 롤을 맡아 톱 스타 반열에 올랐고, 같은 해 김기영 감독의 영화 ‘화녀’로 대종상과 청룡영화상을 거머쥐었다. ‘화녀’의 성공으로 윤여정은 김 감독의 페르소나이자 충무로를 이끌어갈 얼굴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그녀는 1974년 연기 인생을 스스로 중단했다. 결혼 후 정착한 미국에서 산 세월이 13년. 대중에게서 멀어진 시간 동안 곤궁했고 외로웠다고 이혼 후 한국으로 돌아와 훗날 고백했다. 그래도 미국에서의 힘겨웠던 시간은 그에게 자양분이 됐다. 김 감독과 동료 선후배 연기자들의 칭찬대로 매우 ‘영민한’ 배우였던 그는 직접 겪은 삶의 희로애락을 다양한 연기의 각 지점에서 절묘하게 풀어냈다. 스스로 생계형 배우라 불렀지만 인생 경험이 묻어 난 그의 생활 연기는 깊이가 남다르다는 평을 받았다.
그가 미나리 출연을 결심한 것은 그의 ‘쿨한’ 성격 덕분이었다. 윤여정은 ‘젊은 친구’라고 부르는 매니저 등의 의견을 시원시원하게 믿고 “그래, 한번 해보자” 라며 미국으로 향했다고 한다. 미나리에 대한 호평과 연기상 세례가 쏟아지는 와중에도 그의 태도는 시종일관 ‘쿨’하다. 기자 간담회에서 그녀는 “작품 할 때 아무 생각 없이 했다. 오클라호마 트레일러 안이 너무 더워서 빨리 끝내고 시원한 데로 가야겠다는 생각만 했다”고 말했을 정도다.
윤여정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를 애써 피하려 한다. 행여 영화를 함께 한 다른 이들을 가리고 혼자만 빛날까 노심초사하는 마음이 역력하다.
“나는 이제 나이 많은 노배우잖아요. 젊은 사람들이 어떤 일을 이뤄내는 거 볼 때 장해요. 젊은 사람들이 나보다 잘하는 걸 보면 애국심이 폭발한다고 해야 하나. 지금까지 상을 받은 게 너무 놀랍고, 이런 걸 상상하고 영화를 만들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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