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일 났어요, 선생님. 3학년 언니가 지금 학교 오는 길에 교통사고가 났어요. 제가 봤어요!”
“너, 이 녀석… 오늘이 만우절인 걸 내가 모를 줄 아냐? 어디서 날 놀리려고… 안 속는다!
“선생님, 정말이라니까요. 아이, 참. 저는 오늘이 만우절인지도 몰랐어요. 제가 타고 있던 버스가 신사동 정류장에 도착하니까 사람들이 몰려 서로 타려고 밀치는 통에 그 언니가 넘어지더라구요. 그 때 차장 언니가 “오라이~!” 라고 하자 버스가 출발해서 그 3학년 언니 발이 버스 뒷바퀴에 깔렸어요!”
“선생님 놀리면 못 써. 조금 있으면 아침 조회 시작하니까 얼른 교실에나 들어가!”
학교에 도착하자 마자 운동장에서 마주친 김택기 선생님께 다급한 마음에 동동거리며 그 상황을 여러번 설명해도 믿지를 않으신다. 정말 답답해 죽을 지경이다.
“안 믿으시면 할 수 없죠. 어차히 나중에 아시게 될 거예요.” 라고 말하며 교실로 향했다. 학교에서 몇 번 본 적이 있는 그 언니가 넘어지던 모습이 떠오르며 걱정이 된다.
2교시가 끝나고 복도에서 김택기 선생님과 딱 마주쳤다.
“너 아까 나한테 그 얘기가 정말이라고 얘기했었어야지!” 라며 나무라신다.
“제가 정말이라고 몇 번이나 말씀드렸는데, 선생님께서 안 믿으셨잖아요…”
“진짜라고 말했어야지. 알고 보니 우리반 아이잖아. 지금 병원에 있다는데… 아휴, 속상해!” 라고 하신다. 무슨 얘기를 더 했어야 한단 말인가? 그렇게 진짜라고 얘기해도 안 믿으시더니.
공자의 제자였던 증자는, 그의 아내가 장에 따라가려고 떼를 쓰는 아들에게 “집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장에 다녀와서 돼지를 잡아 맛있게 음식을 해주겠다”고 빈 약속을 하는 것을 보고, 자식에게 헛 약속을 하면서 키우면 사람 속이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가르치는 셈이라 하며 아내가 돌아온 후 약속한 대로 돼지를 잡아 아들에게 푸짐한 저녁상을 차려주었다고 한다. 이 외에도 역사 속 위인들이 거짓을 말하지 않고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 이야기는 무수히 많다.
반면 요즘 현실은 거짓에 대해 경각심 없이 당연한 듯 여기며 무감각해져 가고 있다. 예전의 도덕적, 윤리적 가치관들은 평가절하 되거나 사라지고 있으며 난무하는 거짓과 기만으로 양심과 부끄러움이 사라진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쏟아져 나오는 정보의 홍수 속에 산재해 있는 가짜 뉴스, 사기성 이메일, 보이스 피싱, 허위 광고 등 무엇이 진짜이고 가짜인지 구별하기 조차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벌써 40년도 더 지난 그 만우절의 해프닝이 추억 속의 한 장면으로 지금도 기억되는 것은 그 때의 우리들은 늘 서로를 믿으며 사실을 말했었기에, 일 년에 만우절 하루쯤은 타인에게 해가 되지 않는 작은 거짓말로 함께 웃음을 나누고자 했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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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혜성/교육 상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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