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 찾아오면 그대는 그에게 뭘 대접하겠는가. 아, 나는 내 손님 앞에 내 삶의 푸짐한 잔칫상을 차리리라. 그가 빈손 빈 속으로 가지 않게 할 것이리. 내 삶이 끝나는 날 죽음이 찾아와 문을 두드리면 그동안 수고한 모든 나의 가을날들과 여름밤들의 수확을 그 앞에 내 놓으리라.” (Rabin dranath Tagore 1861-1941)
한국은 세계에서 고령화가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나라란다. 그래서인지 웰빙(well-being)이니 웰다잉(well-dying)이니 하는 말들이 많이 회자(膾炙)되고 있지만, 잘 죽기 위해선 먼저 잘 살아야 할 일 아닌가.
그럼 잘 살기 위해선 무엇보다 먼저 언제 어디서든 닥칠 죽음을 항상 의식하면서 삶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리라.
잘 알려진 장자(莊子)의 외편(篇)에 나오는 얘기가 있다.
사람들이 활쏘기를 하는데 질그릇을 걸고 내기를 하니까 다들 잘 맞추더니 다음엔 값이 좀 더 나가는 띠쇠를 걸자 명중률이 떨어지다가 마지막으로 황금을 걸자 화살들이 모두 빗나가더란 일화 말이다.
“다음 날, 아무도 죽지 않았다. THE FOLLOWING DAY, NO ONE DIED.”로 시작되는 장편소설 ‘죽음의 중지 Death with Interruptions’의 첫 장면이다. 1998년도 노벨문학상을 받은 포르투갈 작가 주제 사마라구(Jose’ Sara mago 1922-2010)가 쓴 소설이다
선견지명(先見之明)이 있었던 것일까. 작가는 노화(老化)는 진행되지만 아무도 죽지 않는 나라에서 벌어지는 혼란과 갈등을 그리는데,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게 된 세상은 천국이 아닌 지옥임을 사실적으로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다.
모차르트가 1787년 4월 4일 그의 나이 서른한 살 때 그의 아버지에게 쓴 편지를 우리 한 번 같이 읽어보자. 이 편지글은 1864년 출간된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1756-1791) 서한집에서 옮긴 것이다.
“지난번 편지에 안녕하신 줄 알고 있었는데 편찮으시다는 소식을 듣는 이 순간 몹시 놀라고 걱정됩니다. 내가 언제나 최악의 사태를 예상하는 버릇이 있지만, 이번만은 어서 빨리 아버지께서 쾌차하시다는 보고를 받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희망합니다.
그렇지만 잘 좀 생각해 볼 때 죽음은 우리 삶의 진짜 행선지임으로 나는 진작부터 우리 인간이 믿을 수 있는 이 좋은 친구와 친하게 지내 왔기 때문에 우리가 죽는다는 사실이 놀랍거나 무섭지가 않을 뿐만 아니라 되레 가장 평화롭고 큰 위안이 되며(내 말을 이해하 시겠죠)이 죽음이야말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우리의 진정한 지복감(至福感)의 열쇠임을 내가 깨달아 알 기회를 주신 나의 하늘 아버지에게 감사해왔다는 말입니다.”
예수도 ‘마음이 가난한 자가 복되다. 하늘나라가 그의 것이다’라고 했고,이순신 장군의 ‘생즉사(生卽死) 사즉생(死卽生) 필사즉생 (必死生) 필생즉사(必生死)’도 있지 않은가.
그래서 미국의 시인 월트 휘트만(Walt Whitman 1819-1892) 도 그의 시‘나 자신의 노래(Song of Myself)’에서 이렇게 읊었으리. “죽는다는 것은 그 어느 누가 생각했던 것과도 다르고 더 다행스런 일이리라.
그리고 스코틀랜드의 극작가 제임스 매튜 배리(Sir James Matthew Barrie 1860-1937)도 그의 작품‘피터 팬(Peter Pan)’에서 이렇게 말했으리라. “죽는다는 건 엄청 큰 모험이리. 그러니 모차르트 같이 죽음까지 사랑할 수 있어야 진정으로 삶을 사랑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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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상/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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