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의 역사적인 73년 ‘로 v 웨이드’ 허용 판결, ‘낙태금지 우호’ 보수 대법관 우위 구조 속 ‘위험’
▶ 바이든, 금지법 연일 비난…“터무니없고 비미국적” 다른 주들서 텍사스 모방법 속출 여성단체들 반발
![[내셔널 이슈] 텍사스발 낙태금지 파장… 낙태권 판례 뒤집히나 [내셔널 이슈] 텍사스발 낙태금지 파장… 낙태권 판례 뒤집히나](http://image.koreatimes.com/article/2021/09/05/20210905214021611.jpg)
낙태 권리를 옹호하는 단체 회원들이 집회를 벌이고 있는 모습. [로이터]
미국에서 50년 가까이 낙태를 허용한 연방대법원의 판례가 뒤집힐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가뜩이나 낙태 금지에 우호적인 보수 성향 대법관이 대거 포진한 상황에서 낙태를 사실상 금지한 텍사스의 주법 시행을 막아달라고 제기된 소송을 지난 1일 연방 대법원이 기각하면서다. 낙태권을 둘러싼 논란은 미국의 보수와 진보 진영을 가르는 가장 뚜렷한 이슈 중 하나로, 보수 아성인 텍사스의 법 시행을 계기로 논란이 날로 확산하고 있다.
■텍사스 사실상 낙태금지
텍사스 주의회를 통과해 주지사의 서명으로 확정된 일명 ‘심장박동법’은 통상 임신 6주 이후의 낙태를 금지한 것으로, 이 시점에는 임신 사실 자체를 자각하지 못할 수 있어 낙태를 막은 것과 마찬가지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연방 대법원이 이 법의 시행을 금지해 달라며 낙태권 옹호 단체들이 낸 가처분신청을 대법관 5 대 4로 기각하며 법 시행의 걸림돌을 제거했다. 이 결정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여성의 낙태권을 계속 허용할지에 둘러싸고 대법원의 본안 심리가 예정된 상태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은 태아가 자궁 밖에서 생존할 수 있는 시기인 임신 23~24주 이전에는 낙태가 가능하다. 이는 법이 아니라 1973년 1월 ‘로 v. 웨이드’로 불리는 연방 대법원의 판결을 통해 확립된 여성의 권리다. 당시 소송에서 맞붙은 당사자(로)와 검사(웨이드)의 이름을 딴 이 판례는 그간 낙태 금지를 주장하는 보수와 낙태를 옹호하는 진보 진영 간 숱한 논쟁의 대상이었다.
■48년 유지된 판례 뒤집히나
이런 가운데 대법원이 텍사스의 낙태금지법 시행을 용인하자 당장 48년 넘게 유지된 판례가 뒤집힐 것을 예고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더욱이 대법관 9명의 분포는 보수 6명, 진보 3명 등 보수 절대 우위여서 진보 진영의 우려가 더욱 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대법원의 이번 결정이 낙태권의 운명에 대한 불길한 신호라고 말했고, 로이터통신도 보수 진영이 오랫동안 요구한 판례 뒤집기에 대해 법원이 그 어느 때보다 가까이 가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법원은 임신 15주 이후로는 거의 모든 낙태를 금지한 미시시피주의 법을 상대로 제기된 소송에서 심리를 진행키로 한 상태다. 향후 서면 공방, 공개 변론 등을 거쳐 내년 6월까지 판결이 나온다는 게 로이터통신의 보도다.
반면 이번 텍사스 주법에 대한 결정만 놓고 대법원의 최종 결론을 속단하긴 이르다는 해석도 나온다. 대법원의 이번 심리 결과는 원고들이 이 법의 시행으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볼 것임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판단에 근거한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법원 역시 결정문에서 “텍사스 주법의 합헌성에 관한 어떤 결론에 근거한 결정이 아니다”라고 적시했다.
다만 보수 5명, 진보 4명이던 대법관 이념 분포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거치면서 보수 6명, 진보 3명의 보수 우위로 확실히 쏠린 상황에서 나온 결정인 만큼 낙태권 옹호론자들의 우려는 커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보수 성향 대법관 3명을 지명했는데, 그간 낙태권 인정 판례의 변경을 공공연히 언급했다.
■바이든 연일 금지법 비판
조 바이든 대통령은 사실상 낙태를 금지한 텍사스주의 낙태금지법 시행에 연일 날선 발언을 내놓고 있다. 텍사스주가 법을 시행한 지난 1일부터 사흘 연속 메시지를 던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3일 백악관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텍사스주의 낙태금지법은 “터무니없고 거의 비미국적”이라고 말했다고 정치전문매체 더힐이 보도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1일 이 법이 여성의 헌법적 권리를 침해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전날 연방대법원이 법의 유효성을 인정하자 곧바로 “대법원 탓에 수백만 여성들이 고통받게 될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줄 잇는 유사법… 반발 거세
공화당이 장악한 보수 성향 주들에서는 낙태를 사실상 금지한 텍사스주를 모방한 주법 마련에 나서려는 움직임이 줄을 잇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아칸소, 플로리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사우스다코다 등 최소 7개 주에서 공화당 인사들이 텍사스 주법을 반영해 주법을 검토하거나 개정할 것임을 시사했다. 또 켄터키, 루이지애나, 오클라호마, 오하이오 등 더 많은 주도 이를 뒤따를 것이라고 WP는 전했다.
이에 낙태권을 지지해온 단체들과 민주당은 강력히 반발하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여성 행진’이라는 단체가 다음 달 2일 50개 주 전역에서 텍사스 법에 항의하기 위한 집회를 개최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 집회에는 여성권과 낙태권 옹호를 주장해온 90여 개 단체가 함께 참여해 세 대결에 나선다. 민주당은 낙태권 보장 법안을 처리해 텍사스 주법을 무력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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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태어날 수 있는 생명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원하지 않는 임신의 피해보다 아기가 받는 불행이 더 크기 때문이다. 생명의 존엄성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