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륙에 철도를 놓을 때 많은 터널(굴)을 만들어야만 하였다. 터널 공사 전문인 헨리 카이저(Henry Kaiser)씨의 일화이다. 한 번은 집중 호우로 산사태가 나서 터널이 무너졌다. 한숨 짓는 일꾼들을 향하여 공사감독인 카이저씨가 외쳤다. “여러분, 저 흙더미 속으로 환하게 뚫린 터널과 거기를 힘차게 달리는 기차가 보이지 않습니까? 기운을 내셔요. 터널은 곧 완성됩니다.”
확실한 소망이 행복을 가져온다. 어떤 어려운 여건도, 절망에 가까운 사건도 희망을 가진 자를 가로막지 못한다. 희망이 힘이다. 어려운 학업도 힘든 공사도 희망을 가진 자 앞에서는 이루어지게 되어있다. 희망을 포기하면 될 일도 안된다. 끝까지 놓아서는 안될 것이 한줄기의 희망이다.
폴랜드의 신학자 요하네스 하케딕 박사가 한 유대인 소년의 수기를 공개하였다. 이 소년은 독일군을 피하여 한 굴에 들어가 있다가 굶어 죽은 아이다. “나는 지금 햇빛을 볼 수 없으나 저 밖에는 햇빛이 있을 것이다. 나는 하나님을 볼 수 없으나 하늘에는 하나님이 계실 것이다. 부모님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으나 반드시 어느 날 부모님을 만나게 될 것이다.”
이 소년의 희망은 하늘나라에서 이루어졌을 것이다. 소년은 죽어가면서도 확실한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동양인(주로 한국 일본 중국)의 공통 감정이 무엇일까? 대만이 낳은 세계적 신학자 송천석(宋泉石)은 세 나라의 고전을 두루 살피고 그 공통점을 ‘기다림’으로 보았다.
한국의 고전 아리랑의 바탕도 기다림이라고 지적하였다. 한국적인 멋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나의 대답도 역시 ‘기다림’ 즉 느긋함에 있다고 말하고 싶다. 한국의 고전 춘향전이나 심청전, 현대문학의 시초라는 이광수의‘ 사랑’도 기다림에 초점을 두었다.
한국적인 멋이란 여유(餘裕) 곧 지긋함이다. 한국인은 지긋이 참고 차분히 기다린다. 아무리 급해도 잠깐 멈출 수 있는 마음의 여유 곧 기다림이 한국인의 정서이다. 기다림을 소극적인 민족성으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 기다림 속에는 강한 사랑과 끈질긴 투지, 내일을 향한 불굴의 믿음이 깔려있다.
한국인의 특수한 미각은 김치로 대표된다. 김치의 맛은 기다림에서 온다. 발효될 때까지 지긋이 참고 기다린다. 날것을 성급하게 꾸역꾸역 삼키는 것도 아니고 재빨리 불에 익혀 먹는 것도 아니다. 감주도 그렇고 막걸리도 그렇다. 밥도 쌀이 익었다고 푸지를 않는다. 오랫동안 뜸을 들여야 한다. 희망의 기쁨도 사랑의 맛도 기다려서 터득하는 것이 한국인의 정서이다.
필자의 선배이며 학문 동지였다. 유동식 교수의 아호(雅號)는 유유였다. 그래서 성과 함께 부르면 ‘유 유유’가 된다. 그 분은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고 해도 결코 놀랄 사람이 아니다. 언제나 여유 있고 말도 걸음걸이도 여유있게 천천히 행동하였다.
그 분의 동경대학 학위 논문은 ‘유불선(儒佛仙)의 신관 비교’였는데 동양 종교인 유교 불교 선교(귀신 섬기던 신앙)의 신에 대한 비교 연구이다. 이 세 고대 종교의 공통점이 역시 기다림에 있다고 지적되었다.
미국의 대통령 중 가장 짧은 기간을 직무한 사람이 제임스 가필드이다.(James Garfield 1831-82) 그는 자기의 서재에 다음과 같은 ‘좌우명’을 써붙이고 있었다. “게으르지 말고 수입의 정도에서 살자. 약속을 엄수하고 진실만을 말하자.
남을 나쁘게 말하지 말고 비밀을 지키자. 반대자의 의견도 오래 참으며 기다리자. 잠들기 전 꼭 반성의 시간을 갖자.” 그는 흉탄에 맞아 취임 5개월만에 죽기까지 스스로의 약속을 꼭 지키며 살았다. 미국은 위대한 대통령을 너무 빨리 잃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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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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