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소한의 보호장구로 수색작업…열악한 지원 상황
▶ 벤젠 등 유해 물질에 노출돼 이후 암 진단

2001년 9·11 테러 직후 미국 국방부 청사 펜타곤 현장. [로이터=사진제공]
미국에서 벌어진 9·11 테러 후 아수라장이 된 현장 조사에는 연방수사국(FBI) 요원들도 대거 투입됐다.
이들은 수색 끝에 항공기 블랙박스와 최소 2명의 납치범 신분증을 찾아내는 등 결정적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나 열악한 지원 상황 속에서도 임무를 이어나가며 결국 안타까운 희생을 치른 이들도 있었다.
11일 폭스5 등에 따르면 전직 FBI 특수요원이자 두 아이의 엄마인 로런 슐러는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골수종을 진단받아 투병해왔다.
그는 펜타곤 테러 직후 현장에서 잔해 속을 뒤지며 증거를 찾는 작업을 맡았다.
당시 초기 현장 지원 상황은 열악했다.
요원들은 처음 며칠간은 티셔츠에다가 병원용 안면 마스크나 고무장갑 등 최소한의 보호장비를 착용하고 일했다.
기본 물자가 워낙 부족한 탓에 당시 라텍스 장갑이나 세면도구 등을 기부하려고 나서기도 했다.
슐러는 당시 요원들이 "이에 대해 말을 아꼈다는 것이 흥미로운 점"이라면서 "모두 속으로는 이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았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당시 슐러는 기체 앞부분 인근 지역에서 일했는데 주변 땅이 액체로 덮인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물 사이를 첨벙거리며 지나다녔는데 내 피부와 신발 안으로 다 들어왔다"며 "제트연료, 비행기에서 나온 화학물질, 빌딩에서 나온 석면과 먼지, 사망자 유해 등 이 모든 것들이 내 피부에 닿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때 피부에 닿은 액체가 그의 건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했다. 제트연료 내 벤젠 물질은 혈액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5년이 지난 후 건강검진 결과 슐러 몸에서는 췌장염과 신부전이 발견됐다.
또 그는 다발골수종도 진단받았다. 직접 검색해보니 테러 초기 대응팀 요원들에게서 흔히 발견되는 질병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그와 비슷한 일을 하던 동료 중 일부는 세상을 떠났다.
슐러는 수년간의 투석, 화학요법과 신장 이식 끝에 상태가 호전되기 시작했다.
동료들을 비롯한 초기 대응팀 요원들을 기리기 위해 자선 운동에 나설 예정인 슐러는 "이들이 기억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테러 현장을 수색하다 순직한 이들 중에는 한국계 특수요원 웨슬리 유 씨도 있었다.
그는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나 1996년부터 FBI에서 근무하기 시작했다.
테러 이후 유 씨는 당시 펜타곤 주차장 내 잔해 현장에서 기밀 자료 및 증거, 유해 등을 분류하는 작업을 맡았다. 또 창고 시설에서 기밀 물품이나 가능성 있는 증거, 위험 물질 등을 수집했다.
당시 유씨는 자욱한 매연과 먼지, 항공기 연료에서 나오는 연기 등을 뒤집어쓰고 작업해야 했다.
이후 2005년 3월에 다발골수종을 진단받았고, 2015년 10월 11일 세상을 떠났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미국 국립 직업안전위생연구소는 당시 현장에서 유씨가 일했던 시설이 그의 질병을 유발하거나 악화시켰다는 증거를 발견했다.
FBI 홈페이지 '명예의 전당'에 따르면 9·11 테러 현장을 수습하다가 유독가스 등에 노출돼 순직한 이들은 현재까지 총 17명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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