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라질·칠레 등으로 이민했다가 상황 어려워지자 미국행
▶ 위험한 정글 통과하고 범죄에도 노출…미국서 추방돼 원점 회귀하기도

콜롬비아와 파나마 사이 정글 통과하는 이민자들[로이터=사진제공]
미국발 비행기에 실려 21일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 공항에 내린 아이티인들이 자신들을 태우고 온 비행기를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다시 비행기에 올라 미국으로 돌아가려는 무모하고도 처절한 시도였지만 비행기 문은 이내 굳게 닫혔다.
전 재산과 오랜 시간을 들인 험난한 여정 끝에 미국에 당도했으나 불과 몇 시간의 비행 끝에 고국 아이티로 추방된 것이다.
AP·AFP 통신 등에 따르면 텍사스주 델리오의 국경 다리 아래 머물다 추방된 아이티인들의 상당수는 이미 수년 전 아이티를 떠난 이들이다.
2010년 대지진 이후 극빈국 아이티의 경제 상황이 더욱 악화하고 일자리도 사라지자 많은 아이티인이 희망을 찾기 힘든 고국을 떠나 이민을 택했다.
상당수가 남미 브라질로 갔다. 월드컵과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인력 수요가 늘어난 브라질에서 아이티인들은 값싼 일자리를 찾아 돈을 모았다.
일부는 남미에서 상대적으로 경제 사정이 좋은 칠레로 갔는데 노점상이나 일용직 건설 노동자 등 불안한 일자리에 종사하며 빈곤과 차별에 시달리긴 마찬가지였다.
올림픽이 끝나 일자리가 마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경제가 어려워지자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은 것은 이민자들이었다. 칠레의 이민정책도 더 엄격해졌다.
남미에서 새 삶을 찾는 데 실패한 아이티인들은 더 북쪽으로 갔다.
비자 문제 등으로 대개 육로로 이동하는데, 위험하기 그지없는 여정이다.
남미 콜롬비아에서 중미 파나마로 건너가기 위해선 험한 정글 지역을 통과해야 한다.
'다리엔 갭(gap)'으로 불리는 이 지역은 미주 대륙을 종단하는 팬아메리칸 고속도로가 유일하게 끊기는 곳이라 자동차로 이동할 수 없다.
걸어서 정글을 뚫고 가는 것 자체만도 쉽지 않은데 야생동물과 범죄조직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이곳에서 목숨을 잃는 이들도 많아 다리엔 갭을 통과하는 이민자들은 도중에 시신과 해골을 목격하곤 한다.
코로나19로 막혔던 육로 국경이 차츰 열리면서 올해 들어 다리엔 갭을 통과하려는 이민자들도 한꺼번에 몰려 병목 현상이 생겼다.
현재 콜롬비아 국경 마을 네코클리엔 파나마로 가려는 이민자들 1만9천 명이 발이 묶여 있으며, 대부분이 아이티인이라고 콜롬비아 당국은 22일 밝혔다.
정글을 뚫고 파나마로 들어온 이민자들도 올해 들어서만 7만 명이 넘는다고 AP 통신이 최근 보도했다.
이들은 중미 국가들을 거슬러 올라가 멕시코로 간다.
그러나 멕시코 당국이 이들을 호락호락 받아들이진 않고 있기 때문에 멕시코 남부 국경에서 다시 많은 이들이 발이 묶인다.
멕시코 치아파스주 타파출라에선 수천 명의 아이티인들이 천막이나 싸구려 숙소에서 머물며 북상을 시도하고 있다.
무리 지어 멕시코를 통과하려는 이민자들을 멕시코 군경은 철저히 차단하고 있지만, 일부는 군경을 뚫고 치아파스를 벗어난다.
멕시코를 종단하는 여정도 녹록지는 않다. 이민자들을 노린 범죄조직의 납치나 성폭행 등이 끊이지 않는다.
이달 중순에도 멕시코 중부의 한 호텔에서 아이티인들을 포함한 외국인들이 무장 괴한에 납치됐다 풀려나기도 했다.
남미에서 출발해 이 모든 과정을 거쳐 미국과 멕시코 국경까지 도달하는 데에는 최소한 1∼2개월이 소요되며, 밀입국 브로커나 '가이드' 비용을 포함해 수천 달러 넘는 돈이 든다.
콜롬비아 네코클리와 멕시코 타파출라 등에서 발이 묶이면 시간과 비용은 기약 없이 늘어난다. 수개월째 타파출라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미·멕시코 국경에 도착한 이들은 왓츠앱 메신저 등으로 안전하고 확실한 경로를 공유하며 아메리칸 드림을 향한 마지막 관문을 넘는다.
올해 초엔 멕시코 시우다드후아레스에서 미국 텍사스주 엘패소로 들어가는 이들이 많았는데 최근 멕시코 시우다드아쿠냐에서 미국 델리오로 넘어가는 이들이 갑자기 늘었다고 AP 통신은 설명했다.
델리오로 들어간 아이티인들 중 얼마가 미국에 망명 신청을 하고 남게 됐는지는 분명치 않다. AP 통신은 미 당국자를 인용해 매우 많은 수의 아이티인들이 60일 내 이민청 출석을 조건으로 풀려났다고 말했다.
일부는 추방을 피해 다시 리오그란데강을 건너 멕시코로 가는 일보후퇴를 택했다.
험난한 여정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된 이들도 많다.
최근 며칠간 500여 명의 아이티인들이 비행기로 추방됐다.
몇 년 전 떠나올 때보다 더 가난하고 위험해진 고국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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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던지 넘어와도 얼마후면 사면해주고 영주권 시민권으로 배려를 베풀던 미국은 옛날 얘기다.미국도 닐로 날로 힘들어지고 도시 곳곳마다 홈리스로 넘쳐난다. 사면초가 국민들에게 돈을 마구찍어 반창고 땜질식으로 나갈수밖에 없는 미국도 이젠 지금껏 해오던식으로 온세상 난민 마냥 받을수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