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를 오가는 길엔 뉴저지로 가는 길과 브루클린으로 나뉘는 길목 가운데에 무성한 갈대군락과 잡목으로 울긋불긋 어우러진 곳이 있다. 안개가 갓난아기 포대기처럼 나즈막이 펼쳐진 먼동이 틀 때와 저녁 퇴근길 노을자락이 깔릴 때마다 햇살의 농도에 따라 기기묘묘하게 펼쳐지는 아름다움은 자연의 색칠이요 감흥이다.
이 세상에 더 유명한 경치를 자랑하는 곳이 많겠지만 내 사는 가까운 곳, 익숙한 길목에서 나의 무심했던 마음을 꼬집듯이 고맙게도 눈과 마음을 붙잡아 준다. 가장 고마운 것, 가장 사랑하는 것은 늘 나, 우리의 곁에 가까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듯이…
오늘 목사님의 설교제목은 ‘덤으로 사는 인생’이었다. 건강 문제든, 재물이나 사업 문제든, 또 관계의 문제든, 사람은 고비를 넘나들 때마다 덤으로 사는 경험을 하게 마련이다.
성경의 히스기야 왕은 죽음의 문턱을 넘어 15년을 덤으로 살았다는 기록이 있으며, 많은 이들이 위기를 극복한 후 덤으로 산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실은 삶의 여정에서 매일매일의 하루가 덤이다. 아니 바로 내일이 나에게는 덤으로 사는 첫날이 된다.
종종 우리는 “있을 때 잘해라” 하며 우스개처럼 말을 던질 때가 있다. 간혹은 뼈있는 말로 할 때도 있지만 이전의 삶과, 덤으로 새로이 태어난 삶은 다른 모습이어야 하지 않을까? 있을 때 잘해라에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
있을 때 잘할 걸, 있을 때 잘해야지, 살아 있을 때 잘하자... 그것이 시간이든, 재물이든, 마음의 배려든, 용서를 하든 용서를 빌든, 더 간절하다면 기도이든, 그가 살아있을 때와 더욱이 내가 살아있을 때만이 가능한 일이다. 그때 볼 걸, 그때 안부라도 물을 걸처럼 적절한 타이밍에 하지 않으면 후회가 되어 돌아오기도 한다.
누군가 말했다 “도움을 베푼 건 모래에 새기고 받은 은혜는 바위에 새겨라”. 나의 지금은 누구의 도움에서 왔을까 생각해보면 베푼 것보다 받은 것이 많은 것을 깨닫는다. 나의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인간관계든 사업관계든 받은 은혜를 잊지 않는 건 의리요 신의를 지키는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은혜는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은혜임을 믿는다. 순간순간을 지켜주시는 은혜와 영원한 생명을 약속해 주는 은혜를 마음의 바위에 새겨 넣어야 한다는 것은 하나님과의 신의를 지키는 것이라 믿는다. 그 또한 살아있을 때만이 허락되는 일이다.
내일은 덤으로 맞이하는 첫 날, 느닷없이 소나기가 올 수도 있다. 짙은 구름에 감기어 있거나 낙엽이 흐트러지고 거센 바람이 몰아칠 수도 있지만 새로이 맞는 ‘Brand New Day!’, 어제 생명을 잃은 사람이 하루라도 더 살기를 원했던 그 시간을 우리는 오늘 살고 있고 또 내일을 기다린다.
내일은 삶의 여정에서 험하디 험하여 거칠게 상한 우리의 모습을 파랗고 높은 하늘이 쓰다듬어 줄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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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범성/스태튼 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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