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엄마!” 이름만으로 눈물이 ‘왈칵!’
나의 작은 아들에겐 딸이 셋 있다. 결혼도 하지 않은 아들에게 딸이 셋이라니? 큰딸 엄마(나), 둘째딸 2살 아지(개), 셋째딸 1살 하늘(강아지), 딸 셋! 먹이고 입히고 보험 들어주고 때맞춰 병원 데려가주고 장난감 사주고 똥 치우고 오줌 치워주고 놀아주고 바쁘다.
아들엄마는 37년 전 첫째딸의 둘째아들로 태어났다. 그 아들 30세 생일 일주일 전, 아들은 아들엄마가 되었다. ICU 중환자실! 그곳에서 처음 아들은 돌연 엄마가 되었다. 빡빡 깎은 머리, 여기저기 꽂혀 있는 주사바늘들, 주렁주렁 늘어져 있는 링거병들, 이름 모를 기계들의 쉼 없는 움직임들, 입에 씌워진 산소 마스크가 살아 있음을 알려줄 뿐 아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기다리고 기다리며 ‘엄마, 살아만 주세요’ 빌고 또 빌고.
뇌출혈 수술 후 혼수 상태 다섯째 날, 기적같이 엄마가 깨어났다. 까까머리에 대소변도 못가리고 정신도 혼미해서 겨우 자신의 이름 정도 기억할 뿐이었고 설상가상 수술 후유증으로 오른쪽 팔 다리가 마비되는 반신불수가 된 엄마, 아들엄마와 첫째딸의 첫 만남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병원 생활 두달만에 퇴원한 엄마는 드디어 아들엄마의 보호 속에 첫째딸로 태어났다. 옷 벗고 입기부터 왼손으로 먹고 쓰기 스스로 서고 걷기, 아들엄마는 먹이고 입히며 때로는 업고 함께 넘어지며 오직 딸 재활을 위해 밤낮으로 열심이다. 더 기막힌 것은 첫째딸이 쓸데없는 옹고집을 부리며 밉상을 부려도, 철없는 투정을 해대도 아들엄마는 그저 곱게 봐주고 다독이며 지극정성을 다하는 데 있다.
아들엄마는 새벽부터 저녁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이른 아침 직장 가기 전에 아픈 딸내미 하루 동안 먹을 약이며 그날 할일을 일일이 적어 딸내미 머리맡에 놓아주며 늘 “오늘 기분은 어떠세요?” 안부를 살피고는 출근길에 오른다. 퇴근길엔 둘째 셋째딸 간식이며 장난감을 사오기도 하고 전화로 오늘 집에 필요한 것들은 없는지 물어가며 세 딸들의 뒷바라지에 변함없이 열심이다.
특히 내가 아들엄마에게 제일 미안한 것은 날마다 해주는 마사지이다. 7년을 한결같이 저녁 잠자리 들기 전 한두시간씩 아들엄마는 낮에 있었던 직장 이야기를 딸에게 들려주며 아픈 딸의 하루도 묻고 들으며 아픈 딸 팔다리를 주무른다.
아들엄마는 이 풍요로운 9월 같이 한없는 사랑으로 자신을 내어주는 무한 햇살인데 우리 세 딸은 과연 무엇일까? 오늘도 아들엄마는 하루 일과 마무리로 첫째딸 마사지를 한다. 덩달아 둘째 셋째딸이 아들엄마 사랑 쟁탈전으로 온몸을 아들엄마에게 비빈다. 아들엄마 빙그레 웃으며 하는 말 “아! 나의 제일 행복한 시간!” 그래도 “아들엄마! 내년에는 아들로 거듭나길…”
<
김미라(버클리문학협회 회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