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쇄 장기화에 인내심 한계…‘당국 검열에 저항’ 백지 들고 최소 10개 도시 반정부 시위
▶ 신규 감염 연일 최대치에도 당국 방역고삐 풀며 민심 달래

우루무치 화재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모인 베이징 시민들이 27일 밤 흰 종이를 든 채 철야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
장기화된 제로 코로나 정책에 반발해 전국 각지에서 폭발한 중국인들의 민심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퇴진 요구로까지 번지자 중국 당국은 당혹한 기색이 역력하다. 중국이 톈안먼 사태 이후 최대 규모의 반정부 운동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평소 같으면 무관용 원칙으로 처벌했을 중국 당국이 이례적으로 과도한 방역 조치에서 한발 물러나며 더 이상 민심을 자극하는 것을 경계하는 모양새다. 중국 사회의 심상치 않은 기류에 홍콩과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는 일제히 하락하며 긴장감을 드러냈다.
28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과 소셜미디어 등에 따르면 제로 코로나 반대 시위가 중국 전역으로 들불처럼 번져 주말 사이 최소 10개 도시에서 봉쇄 조치와 시진핑 정부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거리로 뛰쳐나왔다. 수도 베이징 차오양구를 비롯해 우한·청두 등에서도 당국의 검열에 저항하는 의미를 담은 백지 A4 용지를 든 시위대가 정부의 코로나19 정책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쳤다. 2020년 홍콩 국가보안법 반대 시위 때도 등장했던 ‘백지 시위’가 재연되자 소셜미디어에서는 ‘A4 혁명’ ‘백지 혁명’이라는 이름으로 동참을 요구하는 메시지가 확산됐다.
외신들은 “베이징에서 사람들이 당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과 우루무치 화재 참사에 항의하기 위해 백지를 들고 시위에 나섰다”고 전했다. 칭화대에서는 학생들이 A4 용지에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공식을 적어 든 채 시위에 동참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는 영어로 자유를 의미하는 프리덤과 발음이 비슷한 프리드먼을 앞세워 ‘자유를 달라’는 메시지를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봉쇄에 반대하는 시위가 “공산당 퇴진, 시진핑 퇴진”을 외치는 반정부 시위로 비화한 가운데 진압 과정에서 경찰이 시위대를 강제 연행하고 구타한 사실도 전해졌다. 특히 이 과정에서 현장을 취재하던 영국 BBC 기자가 수갑을 차고 경찰에 연행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BBC는 “에드 로런스 기자가 취재 도중 수갑을 찬 채 연행됐다”고 성명을 냈으나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로런스 기자가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았다고 반박해 양국 간 외교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중국에서 크고 작은 시위가 발생한 적은 많지만 당국의 제지에도 중국 전역에서 대규모 시위가 빠르게 번진 것은 1989년 톈안먼 사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봉쇄 확대와 3년 가까이 계속돼온 통제된 생활에 지친 중국인들의 인내심이 한계에 달했다는 지적이다. 최근 2022 카타르 월드컵을 통해 전 세계가 마스크 없이 자유로운 생활이 가능한 것을 목격하면서 민심이 요동쳤다는 해석도 나온다.
국제사회는 중국이 이번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일단 항의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되자 당국은 고강도 방역의 고삐를 완화하며 민심을 다독이는 분위기다. 베이징시는 27일 기자회견에서 해제 조건을 갖출 경우 즉각 봉쇄를 풀라고 강조했고, 이번 시위 사태의 진앙이 된 우루무치는 8월 이후 중단된 대중교통 운행을 점진적으로 재개한다고 밝혔다. 베이징시 펑타이구, 허난성 신샹시 등에서는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자가 테스트로 실시하는 등 완화된 정책을 시험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당국이 지속 불가능한 제로 코로나 정책을 위드 코로나로 앞당겨 전환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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