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 건국에 76만명 쫓겨난 ‘나크바의 날’ 유엔 첫 공식 행사
▶ “이 유엔 회원국 자격 정지를” 이 “역사 왜곡” 반발…미·영 불참

팔레스타인 나크바(대재앙)의 날인 15일 가자지구 마을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집을 잃은 아이들과 놀아주고 있다. [로이터]
1948년 이스라엘의 건국은 팔레스타인 입장에선 대재앙(아랍어로 ‘알 나크바’)의 시작이었다. 76만여 명이 대대로 살던 땅에서 쫓겨났다. 팔레스타인은 실향과 이산의 고통을 매년 5월 15일 ‘나크바의 날’로 기린다.
유엔은 올해로 75주년을 맞은 나크바의 날을 15일(현지시간) 사상 최초로 공식 기념했다.
미국 뉴욕타임스와 이스라엘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15일 미 뉴욕 유엔본부에서 나크바의 날 기념식이 열렸다.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대통령은 기념식 연설에서 이스라엘을 직격했다. 그는 “이스라엘은 1949년 유엔에 가입할 때 약속한 팔레스타인 난민들의 귀환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이스라엘의 유엔 회원국 자격을 정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난민 귀환권’은 중요한 문제다. 팔레스타인 땅에 이스라엘이 나라를 세우면서 팔레스타인인들은 졸지에 난민으로 전락했다. 요르단강 서안지구와 가자지구를 제외한 나머지 영토를 잃었다. 1967년 3차 중동전쟁 이후엔 서안지구와 동예루살렘마저 이스라엘이 무력 점령 중이다.
몰려든 팔레스타인 실향민들로 가자지구는 전 세계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그 자체로 거대한 난민촌이 됐다. 나머지 실향민들은 요르단, 시리아, 레바논 등 주변 국가를 떠돌거나 이스라엘이 장악한 땅에 살면서 ‘2등 시민’으로 핍박받고 있다. 2020년 기준 팔레스타인 난민은 570만 명에 달한다. 유엔은 1949년 결의안 194호를 통해 이들의 귀환권을 인정했지만 이스라엘은 무시하고 있다.
압바스 대통령은 이스라엘 건국에 눈감은 영국과 미국에도 책임을 물었다. 그는 “영국과 미국은 나크바에 대한 직접적인 정치적·윤리적 책임을 지고 있다”며 “자신들의 제국주의적 야욕으로 우리의 역사적 조국에 또 다른 국가를 세우게 함으로써 우리 국민을 희생자로 만드는 데 가담했다”고 비판했다.
1시간 넘게 이어진 압바스 대통령의 연설은 2차례 기립 박수를 받았다. 연설이 끝난 후에도 오랫동안 박수가 이어졌고, 청중들은 “팔레스타인 해방!”, “지금 점령을 끝내라!” 등 구호를 외쳤다.
이번 행사는 1975년 유엔총회 결의에 따라 인도, 튀르키예, 남아프리카공화국, 베네수엘라, 몰타 등 25개국의 참여로 설립된 ‘팔레스타인 민족권리위원회’ 주도로 열렸다. 지난해 11월 유엔이 처음 참여하는 나크바의 날 행사 개최를 촉구하는 결의안이 찬성 90표, 반대 30표, 기권 47표로 유엔총회를 통과한 데 따른 것이다.
팔레스타인 민족권리위원회 의장인 셰이크 니앙 주유엔 세네갈 대사는 “나크바와 고통받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에 대한 역사는 망각돼 왔다”며 “1948년 이후 팔레스타인의 역사는 인정돼야 한다”고 했다.
가자지구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국제 팔레스타인 권리 지지 위원회는 “유엔 행사는 전례 없는 것”이라며 “팔레스타인인들의 독립과 귀환권 행사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은 “역사 왜곡”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길라드 에르단 주유엔 이스라엘 대사는 “이 비열한 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이스라엘 건국을 재앙이라고 부르는 팔레스타인 주장을 따르는 것”이라며 각국 대사들에게 서한을 보내 보이콧을 촉구했다. 행사에는 192개 유엔 회원국 중 미국과 영국을 포함한 44개국이 불참했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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