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체 조사에서 없었던 검찰의 새 사례 125건 발표에 “금시초문”
▶ “검찰주장 입증되면 ‘성범죄혐의 성직자’ 목록에 명단 올릴 것”
가톨릭 시카교 대교구의 수장인 블레이스 수피치(74) 추기경이 일리노이주의 '가톨릭 성직자 아동 성 학대 보고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26일 지역매체 WGN라디오 등에 따르면 수피치 추기경은 전날 바티칸에서 AP통신과 인터뷰하며 보고서를 발표한 콰메 라울(58·민주) 일리노이 검찰총장에게 "새롭게 밝혀진 성직자 성범죄 사례들에 대한 구체적 정보를 공개해달라"고 요청했다.
수피치 추기경은 "라울 검찰총장실의 주장이 사실로 입증되면 해당 성직자들의 이름을 '믿을만한 혐의를 받는 성직자' 목록에 올리겠다"고 말했다.
AP통신은 수피치 추기경이 보고서 발표 이틀 만에 처음 입을 열었다며 "125건의 새로운 사례들에 대해 '금시초문'이라며 놀라움을 표했다"고 전했다.
이어 "수피치 추기경은 '검찰총장실이 5년에 걸친 조사 기간부터 보고서 발표 때까지 단 한 차례도 새로운 주장들에 대해 대교구에 알리거나 확인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며 실망감을 표했다"고 부연했다.
AP통신은 수피치 추기경이 바티칸을 정례 방문한 길에 인터뷰에 응했다며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최측근 조언자 역할을 하고 있고 여러 위원회에 속해있다"고 전했다.
라울 검찰총장은 지난 23일 "시카고 대교구를 포함한 일리노이주 6개 교구의 성직자 450여 명이 지난 1950년 이후 2천 명에 달하는 아동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전격 발표했다.
그는 "주정부 차원에서 조사가 시작된 2018년 가톨릭교회 측이 인정한 규모 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라울 검찰총장은 "혐의를 받는 성직자 다수는 수도회에 속한 사제들이어서 교구가 사건을 직접 처리하지 않았을 수 있다"며 "피해자들이 교구를 거치지 않고 직접 검찰총장실 조사관들을 찾아가 신고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수피치 추기경은 "검찰총장실 조사관들이 피해 주장을 어떻게 사실로 입증했는지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검찰총장실의 발표 내용이 충분치 않다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수피치 추기경은 "과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AP통신은 "수피치 추기경은 가톨릭 교회가 성직자 성범죄 사례들을 처리하는데 있어 지속적으로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다는 점을 인정했다"며 "이 문제를 올바로 해결하기 위해 교황청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고 또 해야 한다는데 동의했다"고 전했다.
라울 검찰총장은 보고서를 통해 시카고 대교구에 '로스앤젤레스·뉴욕 대교구가 앞서 한 것과 유사한 피해자 보상 절차'를 권고했다.
제3자 또는 제3의 기관이 피해자들에게 교구의 통제 밖에 있는 '중립적 비밀 장소'를 제공, 그들이 겪은 트라우마에 대해 듣고 재정적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라는 제안이다.
그러나 수피치 추기경은 "교회가 피해자들에게 목회적 돌봄을 제공할 기회를 박탈한다"며 제3자 주도의 보상절차에 대해 반대 입장을 보였다.
그는 "지금까지 해온 대로 문제를 처리해나가겠다"며 "우리가 노력하는 모습 자체가 피해자들에게 치유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수피치 추기경은 "제3자와 계약을 맺고 이 일을 처리하는 것은 우리 자신을 교회가 아닌 비즈니스로 간주하는 것이 된다"고 덧붙였다.
수피치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즉위 후 처음으로 선택한 미국 대교구장으로 관심을 모은 바 있다.
그는 워싱턴주 스포캔 교구장으로 시무하다 2014년 시카고 대교구장에 임명됐고 2016년 추기경으로 임명됐다. 1843년 설립된 시카고 대교구 산하 성당 수는 246개, 신도 수는 246만 명에 이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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