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 김 어드미션 매스터즈 대표
미국 대학 입시에서 ‘레거시’(legacy)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레거시는 특정 대학이 동문 자녀나 손주에게 입학심사에서 가산점을 주는 제도를 말한다. 고등교육 전문 온라인 매체 ‘인사이드 하이어 에드’(Inside Higher Ed)는 2018년 현재 미국 사립 대학의 42%, 공립 대학의 6%가 레거시를 시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700개 이상의 대학이 레거시를 고려하며, 합격률이 25% 미만인 대학들이 이 정책을 가장 흔히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하버드대의 경제학 교수들이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레거시 지원자들은 비슷한 성적과 표준 시험 점수를 가진 비레거시 지원자들보다 합격 가능성이 4배 가까이 높다.
이런 의문이 들 것이다. 왜 이렇게 많은 대학들이, 특히 신입생 선발 기준이 높고, 입학 경쟁이 치열한 명문들이 레거시 제도를 시행할까?
MIT의 매니지먼트 교수인 에밀리오 카스티야가 2022년 발표한 연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 대학은 레거시를 유지함으로써 경제적으로 혜택을 누린다. 카스티야 교수의 연구팀은 레거시 학생들의 부모가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더 부유하며, 대학에 더 많은 돈을 기부한다고 밝혔다. 또한 레거시 후보들은 비레거시 후보들보다 백일 가능성이 훨씬 높다.
하버드대의 학생 신문 ‘더 크림슨’ 은 실제로 하버드대 재학생 구성원의 약 3분의 1 가량이 하버드대 동문과 관련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레거시로 입학한 학생들의 약 3분의 1은 부모 연소득이 50만달러 이상 가정 출신이라고 신문은 보도했다. 이에 비해 레거시가 아닌 학생들 중에는 8분의 1 정도만 부모 소득이 연 50만달러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6월 연방대법원은 소수 인종 대입 우대 정책인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렸다. 이 결정이 나온 뒤 며칠 후 3개의 흑인 및 라티노 인권 그룹은 하버드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하버드대가 입시에서 레거시와 고액기부자를 선호하는 정책을 유지하는 것은 1964년 제정된 연방인권법(the Civil Rights Act)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7월에는 연방교육부(DOE)의 인권 오피스가 이 소송에 대한 후속조치로 조사를 개시했다. 이것은 일부 엘리트 대학들이 레거시 입시를 철폐하는 움직임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존스 홉킨스대는 2014년 레거시를 없앴다. 이어 포모나 칼리지, 앰허스트 칼리지, 웨슬리안 칼리지 등 일부 명문 리버럴 아츠 칼리지(LAC)들도 레거시 제도를 폐지했다.
‘에듀케이션 리폼 나우’(Education Reform Now)에 따르면100여개 이상의 대학들이 2015년 이후 레거시 입학 제도를 폐지했다. 또한 미국인의 75%, 대학 입학 사정관의 89%는 대학의 레거시 제도를 지지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레거시 제도에 대한 찬반 논란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학생들은 미국의 대학 입시에 앞으로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인지 궁금해하고 있다.
현재 입학심사 대상이 되고 있는 여러 요소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해지고, 어느 것의 영향력은 줄어들게 될까?
우수한 지원자 풀 가운데 더욱 돋보이기 위해 꼭 필요한 3가지 요소는 첫째, 뛰어난 학업 능력, 둘째, 지적 확실성(intellectual authenticity), 셋째, 지원자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스토리의 완성이다.
뛰어난 학업 능력이 입시에서 항상 탑으로 꼽힌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과외 활동과 리더십이 우수하다고 해도 대학 입시에서 요구되는 학업적 기초를 대신하지는 못한다. 엘리트 대학에 합격해도 학업을 제대로 수행해 낼 수 없다면 합격이 무슨 소용인가? 엘리트 대학들은 지원자를 심사할 때 높은 GPA를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855)466-27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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