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 격전지’ 미시간주 찾은 NSC 2인자 아랍계 달래기
조 바이든 대통령 [로이터=사진제공]
조 바이든 대통령의 최고위급 참모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대한 미국 대응에 '실책'이 있었다고 시인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9일 보도했다.
이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포함한 중동 정책을 둘러싸고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비상등이 켜진 가운데 나온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존 파이너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지난 8일 미시간주 디어본에서 열린 아랍계 미국인 정계 지도자 회동에서 "우리는 (지난해) 10월 7일 이후 위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실책을 저질렀다는 것을 매우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 정부가 팔레스타인의 국가 지위에 대해 "의미있는 조치"를 내릴 의지가 있는지 어떤 확신도 없다고도 털어놨다.
파이너 부보좌관은 그러면서 "우리는 대통령, 행정부, 나라가 팔레스타인인의 생명을 얼마나 가치있게 여기는지에 대해 대외에 전적으로 부적절한 설명을 하면서 매우 타격이 되는 인상을 남겨왔다"면서 "또한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것은 전쟁 매우 초기부터 그랬다"고 덧붙였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2인자인 파이너 부보좌관이 이같이 말한 것은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을 향한 민주당의 압박이 고조돼온 징후 중 하나라고 NYT는 짚었다.
이날 회동은 비공개로 열렸으며, NYT는 당시 녹취록을 입수해 이같이 보도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전쟁 초기 이스라엘 지지를 선언한 데 이어 민간인 희생자가 속출하는 와중에도 휴전에 유보적 입장을 고수하면서 중동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물론 여당인 민주당 내에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으로 시작된 전쟁은 이스라엘이 '피의 보복'을 선언하고 가자지구를 봉쇄한 채 무차별 폭격에 이어 지상전을 강행하면서 사망자가 2만7천명을 넘어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민간인 희생이 "전쟁의 대가"라는 등의 발언으로 젊은층과 흑인, 진보 성향 유권자의 분노를 샀다.
백악관은 파이너 부보좌관의 발언과 관련해 NYT에 언급을 내놓지 않았다.
파이너 부보좌관이 방문한 디어본을 포함해 미시간주는 올해 대선에서 승부를 가를 최대 격전지 중 하나로, 디어본을 포함한 디트로이트 외곽은 아랍계 미국인 밀집지다.
디어본 인구는 약 10만명으로, 미국 내 최대 아랍계 표밭 중 하나로 꼽히지만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바이든 선거 캠프에 비상이 걸렸다.
파이너 부보좌관 방문에는 서맨사 파워 미국 국제개발처(USAID) 처장 등 바이든 행정부 고위급 당국자들도 몰려가 연쇄 회동을 가졌다.
앞서 일주일 전에는 바이든 선거 캠프를 총괄하는 줄리 차베스 로드리게스 선거대책위원장이 조용히 디어본을 찾아 민주당 내에서 가자지구 휴전 촉구를 주도해온 팔레스타인계 러시다 털리브 하원의원을 포함한 인사들과 회동했다.
하지만 차베스 위원장과 회견을 거부한 압둘라 하무드 시장을 포함한 디어본 당국자들이 선거 캠프가 아닌 정책 입안자들과 만나고 싶다는 입장을 표명하면서 백악관 당국자들의 방문으로 이어졌다.
파이너 부보좌관은 전쟁을 종식시키려는 미국 정부의 노력을 강조했으며, 특히 전쟁 100일째이던 1월 14일 바이든 대통령 성명에서 가자지구에 억류된 미국과 이스라엘 인질의 곤경을 언급하면서도 전쟁으로 목숨을 잃은 팔레스타인인들을 언급하지 않은 데 대해 '가장 명백한 뉘우침'을 보였다고 NYT는 전했다.
파이너 부보좌관은 "그것에 어떤 변명도 있을 수 없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야 한다"면서 "앞으로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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