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년 중립국’서 서방 동맹으로
▶발트해 연안국 모두가 나토 동맹
▶러, 대서양 진출 제해권 상실 형국
▶ 역외 영토 칼리닌그라드도 고립
▶EU “우크라 파병도 검토” 공세, 러 ‘북서부 군관구 부활’ 맞대응
중립 성향 스웨덴이 26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사실상 확정 지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오히려 서방의 단합과 동진을 부추긴 꼴이 됐다. 나토는 스웨덴 합류로 발트해에서 러시아를 포위·압박하는 것은 물론 러시아 본토를 턱밑까지 바짝 겨냥하게 됐다. 궁지에 몰리게 된 러시아는 과거 폐지했던 군사 조직을 부활, 확장시키는 등 ‘강 대 강’ 대결을 이어가고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헝가리 의회는 이날 나토 회원국 중 마지막으로 스웨덴의 가입 비준안을 가결했다. 2년 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200년 넘게 이어 온 중립국 지위를 벗어던지고 나토 문을 두드린 스웨덴이 1년 9개월 만에 목표를 이룬 것이다. 향후 남은 절차가 마무리되면 나토 회원국은 총 32개로 늘어나게 된다.
지난해 4월 핀란드에 이어 스웨덴까지 합류하면서 나토는 사실상 발트해를 완전히 장악하게 됐다. 덴마크 독일 폴란드와 발트 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해 연안 국가들 가운데 러시아를 제외하고는 모두 나토 회원국이다. 러시아로서는 대서양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제해권 상실은 물론 제2의 도시이자 과거 러시아 제국 수도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나토의 최단 사정권에 놓이게 됐다.
발트3국과 폴란드 사이에 위치한 러시아 역외영토 칼리닌그라드도 본토로부터 고립되는 형국이다. 칼리닌그라드는 러시아 발트함대 본거지이자 핵탄두 탑재 미사일 기지로 알려진 핵심 군사 요충지다. 바닷길 외 러시아 본토 육상 연결로는 맹방 벨라루스에서 출발해 리투아니아와 폴란드 국경을 가로지르는 65㎞ 길이의 ‘수바우키 회랑’뿐인데, 이곳마저 나토가 손쉽게 차단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게 됐다는 분석이다. 스웨덴이 나토의 전진기지 역할을 할 수 있어서다.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 북유럽국장 안나 비슬란데르는 미 뉴욕타임스(NYT)에 “스웨덴이 장비·탄약 보급 및 야전병원 등 미군과 나토군의 집결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웨덴의 자체 군사력도 무시 못 할 수준이다. 국방예산은 나토 회원국 목표치인 국내총생산(GDP)의 2%를 넘어선다. 패트리엇 미사일 등 첨단 군사 장비를 대거 보유한 전통적 군사 강국인 데다 비회원국 시절부터 오랜 시간 나토와 훈련한 경험도 갖고 있다.
특히 스웨덴은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 발트해 한가운데 떠 있는 ‘불침 항모’ 고틀란드섬을 요새화, 군사 인프라를 구축한 상태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스웨덴의 합류로) 나토 동맹은 강력한 군대를 갖춘 확고한 반러시아 회원국을 얻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무력 과시가 서방 세계로 하여금 오히려 단결해 몸집을 키우도록 만들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NYT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계산하지 못했을 수도 있는 우크라이나 침공의 결과”라고 분석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도 26일 라도슬라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무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스웨덴 등의 나토 가입은 ) 우크라이나 침략이 러시아에 안긴 전략적 참패를 다시 한번 분명히 보여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3년째로 접어든 전쟁에 우크라이나 지원을 강화하자는 국제사회 분위기도 무르익고 있다. 특히 나토와 유럽연합(EU)의 일부 국가가 우크라이나에 파병을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도 나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파리에서 유럽 각국 지도자들과 우크라이나 관련 정상회의를 마친 뒤 “오늘 공식적으로는 지상군 파병에 대한 합의는 없었다”면서도 “어떤 것도 배제해서는 안 된다. 러시아가 승리하지 못하도록 필요한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방의 압박에 러시아도 손놓고 구경만 하지는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 모스크바·레닌그라드 군관구를 창설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두 곳은 2010년 국방개혁의 일환으로 서부 군관구로 통폐합된 상태였다. 하지만 러시아는 나토의 연이은 확장으로 북서부 방면에서 위협이 커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14년 만에 군 조직을 부활, 역량 강화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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