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대사 측 “소환 계획 없으면 왜 출국금지했냐” 반발
(영종도=연합뉴스)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으로 수사받는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21일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2024.3.21 [공동취재]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22일(이하 한국시간) "이종섭 주호주대사 소환조사는 당분간 어렵다"고 밝혔다.
이 대사가 신속한 조사를 촉구하고 있지만, 공수처 내부적으로는 수사 여건상 내달 10일 총선 이전에 소환 조사를 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이날 오후 출입 기자들에게 "수사팀은 해당 사건의 압수물 등에 대한 디지털포렌식 및 자료 분석 작업이 종료되지 않은 점, 참고인 등에 대한 조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이 대사) 소환조사는 당분간 어렵다는 입장"이라고 공지했다.
공수처는 "수사팀은 주어진 여건 속에서 최대한 수사에 전력을 기울인 뒤 수사 진행 정도 등에 대한 검토 및 평가, 변호인과의 협의 절차를 거쳐 소환조사 일시를 통보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여권을 중심으로 조기 소환조사를 압박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서도 "드릴 말씀이 없다"며 신중모드를 이어왔던 공수처가 전날 이 대사의 전격 귀국으로 압박이 한층 강화되자 현시점에서 사실상 조사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고 나선 것이다.
이 대사는 전날 오전 정부 회의 참석을 위해 일시 귀국하면서 "체류하는 동안 공수처와 일정이 조율이 잘 돼서 조사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에는 소환을 촉구하는 내용의 변호인 의견서를 공수처에 제출했다.
의견서에서 이 대사는 주요 국내 일정으로 내달 4일까지 열리는 방산 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 이후 2+2 한·호주 외교·국방 장관 회의 준비 등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사실상 4월 중순까지는 소환조사를 해야 한다는 촉구로 읽혔다.
그러나 공수처는 이 대사가 거론한 4월 4일은 물론이고 10일 총선 전까지도 소환은 어렵다고 내부적으로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으로 언제쯤 조사가 가능할지는 일단 증거물 분석, 참고인 조사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내부적으로는 이 대사 측이 4일 끝나는 회의 일정 외에는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으면서 '촉구'만 하는 데에 끌려다닐 수 없다는 기류도 감지된다.
이에 공식적으로는 '당분간 소환이 어렵지만 신속히 진행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힘으로써 수사팀의 판단대로 수사를 끌고 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지난 1월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과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국방부 조사본부·검찰단 등을 압수수색했으나 아직 압수물 포렌식·분석 작업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이 대사가 임의 제출한 휴대전화 포렌식도 마찬가지다.
공수처는 우선 증거물 분석과 참고인 조사 등에 속도를 낸 뒤 하급자 조사 등을 거쳐 이 대사를 소환할 계획이다.
이 대사에 대해 출국금지를 다시 요청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이 대사 측은 공수처가 당분간 조사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자 "그렇다면 왜 출국금지를 했느냐"고 발끈했다.
이 대사를 대리하는 김재훈 변호사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당분간 조사가 힘든데 출국금지를 하는 것은 모순 아니냐"고 말했다.
다만 "공수처가 부르지 않는데 자진 출석하는 쇼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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