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물 투과 힘들고 가변성 커
▶개발 중단·승인 불발 어려움
▶‘레켐비’ 유럽선 허가 못받아
▶ 블루오션 시장성엔 이견 없어
▶국내기업들 임상 진행 잇따라
최근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 중단과 승인 보류가 잇따르고 있다. 알츠하이머의 원인이 여전히 불명확하다는 점을 비롯해 개발 과정에 나타난 여러 어려움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는 이를 인정하면서도 시장성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제약사들은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 과정에서 임상을 완료하더라도 각국에서 승인이 보류되는 등 잇따라 난항을 겪고 있다.
미 식품의약국(FDA) 정식 승인을 받은 최초 알츠하이머 치료제인 미국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의 ‘레켐비’는 부작용 논란으로 최근 유럽의약품청(EMA)에서 허가가 불발됐다. 애브비는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던 ‘ABBV-916’ 개발을 중단했다.
현재 FDA 정식 승인을 받은 치매치료제는 ‘레켐비’와 일라이 릴리 ‘키썬라’뿐이다. 2021년 ‘아두헬름’이 최초로 조건부 허가를 받았지만 효능과 안전성 논란으로 유럽연합(EU)에서 승인을 거부당했고 올 2월 개발과 판매를 중단하며 시장에서 사라졌다.
치매 치료제 개발의 가장 큰 장벽은 명확한 원인을 모른다는 것이다. 치매 치료의 개념이 ‘완치’가 아닌 진행 속도를 늦추는 ‘완화’인 이유다. 신약 개발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현재 개발된 약들도 ‘표준치료제’라고 말하기 어렵다”며 “기전을 찾는 단계에서 임상이 많이 중단됐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치매의 원인은 2가지로 어떤 독성 단백질을 타깃으로 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뇌 속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또는 타우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쌓이면서 치매가 발생한다.
뇌에 약물을 ‘어떻게’ 투입할지도 난관이다. 또다른 전문가는 “파킨슨병 등 다른 뇌질환에 비해 치매는 유독 약물을 투과시키기 어렵다”며 “이는 결국 기전이 불명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뇌질환 특성상 치료의 가변성도 크다. 동물실험에서 문제가 없어도 사람에게 적용했을 때 부작용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환자 모집이 필요해 비용은 비용대로 드는데, 2상까지 연구를 끌고 가도 기술수출이 안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FDA는 2018년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치매 임상 문턱을 낮추기도 했다.
그럼에도 치매 치료제 시장은 더 커질 것이라는 게 업계 공통의 평가다. ‘레드오션’인 항암제에 비해 ‘무주공산’인 치매 시장을 공략하면 막대한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레켐비 매출액은 133억 원으로 목표 매출액에 미치지 못했지만 올해 미국 레켐비 처방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올해 2분기 매출은 545억 원을 기록하며 시장 기대치를 상회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치매치료제 개발 실패가 워낙 많아서 자포자기 분위기였다면 이제는 조금씩 답을 찾아가는 분위기”라며 “치매치료제도 장기적으로 항암제처럼 병용요법으로 발전하면 시장은 더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내 기업들도 치매치료제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개발이 빠른 기업은 아리바이오로 아밀로이드 베타를 표적으로 하는 경구용 치매치료제 ‘AR1001’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젬백스 앤카엘은 임상 2상을 진행 중으로 대부분의 치매치료제가 경증 환자 대상인 것과 달리 중증도 포괄한다는 점을 차별점으로 내세운다. 동아에스티는 타우 단백질을 겨냥하는 ‘DA-7503’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샤페론 ‘누세린’은 임상 1상 진행 중으로 아멜로이드 베타나 타우를 타깃하기 보다 염증 반응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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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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