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미국 경제는 또 한번의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자신이 트레이드 마크인 관세 카드를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중국에 10%의 관세를 부과했다. 지난 10일에는 철강과 알루미늄에도 25%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지난 18일에는 “수입자동차에 25%, 반도체와 의약품 관세율에 25% 또는 그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천명했다. 바야흐로 글로벌 통상전쟁이 본격화된 것이다.
문제는 보호 무역주의의 부활을 통해 미국 경제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이 인플레이션에 상승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선거운동 기간 당시 “모기지 금리를 3%대로 되돌리겠다”고 공언하며 모기지 페이먼트 지불에 허덕이던 중산층과 서민들의 표심을 자극했다. 6%대 후반까지 치솟은 모기지 금리가 그동안 부동산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던 탓이다. 하지만 현실은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과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릴레이 관세 인상으로 인한 물가 상승 우려로 10년물 국채금리는 4.43%에 달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RB·연준)가 연내 기준금리를 1회 인하하는데 그칠 것이라는 것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향해 기준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있지만, 물가가 다시 꿈틀거리고 있는 상황에서 연준도 다른 선택지가 없는 게 현실이다. 지난 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3%나 상승했다. 스콧 베센트 재무부 장관이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과 나는 기준금리가 아니라 10년물 국채 수익률에 집중하고 있다”고 국채 수익률 인하가 필요하다는 뉘앙스를 풍겼지만, 채권이든 주식이든 수익률을 결정하는 것은 연준이 아니라 시장이다. 물가를 자극하는 관세 부과 조치에 나서면서 인플레이션 소방수인 연준에 기준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마치 한국에서 지난 문재인 정부 당시 마차가 말을 끌 수 있다는 식의 ‘소득주도 성장’을 내놨던 것처럼 말이다.
대규모 관세로 인한 물가폭탄을 맞게 될 경우 골든스테이트 주민들이 겪게 될 고통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캘리포니아는 기존에도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주택가격과 식료품 가격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사상 최악의 LA 화재를 겪었으며, 이로 인해 무려 1만2,000채가 넘는 주택이 불에 탔다. 가뜩이나 1년마다 주택 보험료가 20~30%씩 상승하던 상황에서 이번 화재는 다시 한번 보험료 폭등의 촉매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화재는 가뜩이나 빈번하게 발생하는 자연 재해로 캘리포니아 엑소더스에 나섰던 대형 보험사들의 행보를 더욱 가속화할 수도 있다. 그나마 주택 소유주들에게 최후의 보루로 여겨졌던 캘리포니아주 정보 제공 보험인 ‘페어 플랜’(FAIR PLAN)마저도 피해 주민들에게 제공할 보험금 보상비용이 10억달러 부족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계란값은 1년새 50%나 폭등해 대형마트에서는 1인당 구매한도를 정해 놓은 상태다.
트럼프 행정부 관세공약의 논리는 관세부과를 통해 전리품을 챙기는 것이다. 하지만 그 전리품이 미국 국민들의 생활을 더욱 옥죄는 메카니즘으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 이는 4년 만에 압도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뽑아준 국민들의 성원과도 배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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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용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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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로 인해 미국기업들이 고사돼 많은 실업자들이 발생하는 게 낫나? 아니면 인프레로 조금 더 인상된 가격을 부담하는 게 낫나? 게다가 관세를 높이면 상대국은 출혈 수출을 해 예상보다 그닥 인프레가 높지 않다. 더군다나 유가를 낮춰 상세할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