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토텔레스의 별명은 ‘아는 자의 스승’이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까지 존재했던 모든 지식을 종합하고 각 분야마다 자기가 연구해 얻은 지식을 보태 체계화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는 또 행복에 관해 가장 깊게 생각한 인물의 하나이기도 하다. 그가 말한 ‘행복’(Eudaimonia)은 ‘쾌락’과 구별된다. 육체적 욕망을 충족시킬 때 발생하는 쾌락이 기쁨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일시적이다. 반면 ‘유다이모니아’는 덕을 습관적으로 실천할 때 느끼는 만족감이다. 쾌락만으로 만족할 수 있는 동물들과 달리 이성을 지닌 인간은 덕을 실천함으로써 정신적 만족감을 얻지 못한다면 참된 행복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행복에 관해 생각한 철학자를 들라면 버트런드 러셀을 빼놓을 수 없다. 그가 이 문제에 대해 내린 결론은 진정한 행복을 얻기 위해서는 에고의 감옥으로부터 탈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가장 절망적인 순간 나를 거듭 구해준 것은 스스로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행동(unselfing)이었다”라며 그 예로 다른 사람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손을 내민다거나 세계의 신비로움에 자신을 내려놓는 것 등을 들었다.
세계는 광대하고 우리의 힘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자신에게 모든 것을 건다는 것은 불행을 자초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는 에고의 감옥에서 벗어나기 위한 비결로 세상 일에 대한 폭넓은 관심과 친밀한 인간 관계를 권고했다.
그리고 이를 방해하는 요소들로 인간이 가진 네가지 욕망을 들었다. 소유욕, 경쟁욕, 명예욕, 권력욕이 그것이다. 인간의 소유욕에는 한이 없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아무리 많이 가져도 못 가진 것이 아직 남아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것이 충족된다 하더라도 경쟁욕은 남는다. 인간의 마음 깊은 곳에는 남이 망하는 것을 보고 느끼는 기쁨이 숨어 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도 같은 욕망의 발로다.
허영심 또한 인간 내면에 뿌리 박혀 있다. 어린 아이들이 주의를 끌기 위해 하는 모든 행동과 어른이 된 후 자기를 과시하기 위해 사는 명품 등은 그 표현의 일부다. 명예욕과 유사하지만 다르고 소유욕과 같이 끝이 없는 것이 권력욕이다. 명에욕이 단지 과시에 그치는데 반해 권력욕은 다른 사람을 자기의 의도대로 강제하려 한다는 점에 있어 더 위험하다. 권력욕이 큰 사람이 절대 권력을 얻을 때 어떤 사태가 벌어지는가는 20세기 역사가 보여주고 있다. 이런 욕망의 통제 없이 진정한 행복을 얻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근 100년에 걸쳐 실시된 방대한 행복에 관한 연구 보고서도 이들 철학자들의 결론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1938년부터 시작된 행복에 관 연구 보고서에 대한 기사를 내보냈다. 1939년부터 1944년까지 하버드 학부에 재학한 268명의 학생을 상대로 체력부터 가정환경, 정신 상태 등 모든 것에 대한 심층 면접이 이뤄졌다. 이중에는 훗날 대통령이 된 케네디도 포함돼 있었다. 그 후 10년마다 심층 면접을 통해 이들의 행복도를 조사했다. 이와는 별도로 1939년에는 보스턴 지역에서 주로 불우한 가정 출신 백인 남성 456명을 상대로 같은 조사가 실시됐다.
그리고 60여년이 지난 2001년 이에 관한 결과가 발표됐다. 그 결론은 인간의 행복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소는 돈도 명예도 권력도 아니고 인간 관계, 그 중에서도 행복한 부부 관계였고 50세에 행복한 부부 생활을 누리고 있느냐 아니냐가 결정적이었다. 가장 큰 후회가 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가족들과 충분히 좋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이었다. 다른 인간 관계도 중요했지만 아프거나 고통에 빠졌을 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 것은 부부뿐이었다. 또 부부 관계가 원만한 사람이 행복도가 가장 높았다.
4대째 이 조사를 맡아서 하고 있는 로버트 월딩거는 “75년에 걸친 조사 결과 얻은 결론은 좋은 인간 관계가 우리를 행복하고 건강하게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결론이 너무나 상식적이어서 조롱받을 것을 걱정했지만 그가 한 TED 강의는 4천만 조회수를 넘어섰다.
그렇다면 좋은 인간 관계의 비결은 무엇일까. 그것은 한마디로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돕고 도움을 준 사람에게 감사를 표시하는 것만으로도 인간은 행복해진다. 막스 플랑크 연구소의 율리아 로러에 따르면 버스 안이나 대합실에서의 가벼운 인사나 대화 등 작은 인간 관계도 행복 증진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자신의 쾌락에 골몰하는 사람이 아니라 남을 배려하는 사람에게 진정한 행복이 찾온다는 것은 역설적이지만 2천300년전 그리스의 철학자부터 최근 발표된 방대한 연구 조사 모두 이를 확인시켜 주고 있다. 행복의 비결은 의외로 간단한데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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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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