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부를 조작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수집된 자료를 조작하거나 삭제할 수도 있고 아예 데이터가 수집되지 않도록 할 수도 있다. 근래들어 트럼프 행정부는 통계기관을 폐쇄하고 예산을 삭감하는 등 두 번째 계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벌써 수개월 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객관적이고 신뢰할만한 연방 통계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 여기서 ‘통계’란 미국인들이 당연한 것으로 여길지 몰라도 세상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크고 작은 정보를 의미한다. 이런 수치들은 가족들이 어디에 살지, 의사들이 환자를 어떻게 치료할지, 기업들이 무엇을 팔지 또는 고용할지 결정하는데 도움을 준다. 그러나 정부가 불편한 결과를 담은 통계 발표를 지연, 부분삭제 또는 취소하는 사례가 잦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보자. 농무부는 농산물 관련 상품의 국제 무역동향을 추정하는 분기별 보고서를 작성한다. 가장 최근의 보고서는 트럼프의 관세와 해외의 반미 정서와 관련하여 올해말 미국산 농산물의 무역 적자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물론 이는 트럼프의 무역정책에 위배되기 때문에 보고서 발표가 지연됐고, 일반적으로 보고서에 포함되는 상세한 설명 분석 없이 공개됐다. (예를 들면 캐나다에서 일고 있는 반미 정서가 미국산 농작물 수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한 내용이 삭제됐다.)
눈에 잘 뜨이지 않는 이같은 변화는 일종의 전환점을 의미하는 것일 수 있다. 최근까지 행정부는 경제 데이터에 거의 손을 대지 않았다. 약물 남용 혹은 어린이 문맹율 등의 자료와 달리 실시간 경제 수치는 시장을 움직일 수 있다. 투자자들은 데이터의 신뢰성이 의심될 경우 당황할 것이고, 트럼프의 경제보좌관들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이런 우려 때문에 이전의 정부 관리들은 수치 조작을 주저했지만 지금은 그런 주저감이 사그러지고 있는 듯 보인다. 시장분석가들과 이코노미스트들은 한때 반석처럼 굳건했던 연방 경제 데이터의 신뢰성에 대해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분명히 말해 행정부 관리들은 노골적으로 수치를 조작하거나 옛말처럼 원하는 결론을 끌어내기 위해 “자백할때까지 데이터를 고문”하지는 않는 듯 보인다. 그보다는 아예 수치 분석에 필요한 자원을 통계 기관들에 제공하지 않는 방법이 자주 동원된다. 조기퇴직, 퇴직 유예 제안, 채용 동결과 무분별한 예산 삭감으로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우리의 통계 기관들은 - 연방법이 요구하는 일부 업무를 포함해 - 그들의 핵심 과업을 완수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통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과 같은 주요 거시경제 통계를 공표하는 경제분석국(BEA)은 올해 들어 전체 직원의 약 20%가 감원됐다. 해당 기관은 ‘자원 제한’과 ‘진행중인 현대화와 보도자료 패키지 간소화’를 이유로 미국내 해외직접투자와 미국의 해외투자에 관한 상세한 수치 등 특정 자료의 발표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미국을 외국인들이 투자하기에 바람직한 장소로 만들었다는 트럼프의 의심스런 주장을 추적하는데 이들은 중요한 자료다. 반박의 근거를 제공하는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면 대통령이 사실과 무관한 발언을 하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BEA 이외의 다른 기관들도 비슷한 두뇌 유출을 겪고 있다. 예를 들어 인구조사국의 국장 대행은 4월 현재 1,000명 이상의 직원을 잃었다고 말했다. 인구조사국과 마찬가지로 심각한 인력부족에 시달리는 노동통계국은 시장을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일부 데이터의 수집을 축소해야 했다.
지난달 노동통계국은 네브라스카주의 링컨, 유타주의 프로보, 그리고 버팔로에서 모든 소비자물가 데이터 수집을 중단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일련의 전국 단위 생산자 물가 발표를 중단한다는 갑작스런 발표에 뒤이어 나왔다. (필자는 지난 한 달 동안 노동부 공보관실에 노동통계국 인력 현황에 관한 자료를 요청했다. 하지만 매번 다른 담당자에게 문의하라거나 질문에 답변하는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데이터 소실은 정부의 급여 기록에도 어김없이 적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트럼프는 실업률과 일자리에 관한 보고서도 작성하는 노동통계국의 지출을 더욱 영구적으로 삭감할 것을 의회에 요청했다. 정부는 푸드스탬프와 정부 지원 사용현항을 측정하는데 사용되는 정부내 다른 기관들의 서베이 규모를 축소한다는 계획을 잇따라 밝혔고 동일한 지원 프로그램의 수령자격 기준을 결정하는데 사용되는 빈곤기준 책정 당당부서의 직원 전원이 이미 해고됐다.
가장 우러스러운 점은 트럼프가 (다시) 10년 주기로 이루어지는 인구조사를 눈여겨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인구 센서스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통계지표로 헌법에 따라 의무화되어 있다. 그러나 트럼프는 빌 해거티 상원의원(테네시),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조지아) 등 공화당내 지원군의 도움으로 비시민권자를 공식 인구집계에서 제외시키려 한다.
이는 ‘전체 인원’을 집계해야 한다는 14차 수정헌법 조항에 정면으로 위배되지만 MAGA 운동이 애초에 인구센서스의 집계 대상에 포함시켜선 안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일일이 세어야 하는 불편함을 덜어줄 것이다. 무언가를 셈에 넣지 않으면 그것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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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람펠 /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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