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정은 이대목동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인스턴트·냉동식품 줄이고 운동해야
▶ 비타민D·전자기파 인과관계 불확실
▶ 남아 성조숙증이면 뇌 MRI 촬영을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에서 만난 최정은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성조숙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대목동병원 제공]
성조숙증이 생길까 봐 아이에게 우유나 달걀, 블루베리 먹이기를 꺼리는 부모가 적지 않다. 달걀노른자 주변에 있는 알끈이 성조숙증을 일으킨다고 생각해 굳이 제거하고 요리하는 경우도 있다. 최정은 이대목동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그러나 “잘못된 이야기들”이라고 잘라 말했다. 우유, 달걀과 알끈, 블루베리 모두 “성조숙증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4일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에서 만난 최 교수는 성조숙증을 예방하려면 오히려 아이에게 음식을 골고루 먹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우유나 달걀, 두유 많이 먹으면 성조숙증이 생긴다고 걱정들 합니다.그런 음식을 많이 섭취한다고 성조숙증이 빨리 온다고 보긴 어려워요. 음식은 골고루 먹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다만 인스턴트식품이나 냉동식품은 가급적이면 피하는 걸 권하고 있어요. 고칼로리·고지방·고당분이 많아 비만 위험이 커지고, 가공 과정에서 환경호르몬에 노출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입니다.
-비타민D가 적거나 전자기파를 많이 받으면 성조숙증 가능성이 높아집니까.비타민D는 성조숙증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도 있고, 없다는 연구도 있어서 명확히 한쪽으로 결론을 내기엔 한계가 있습니다. 스마트폰이나 TV의 과도한 사용에 따른 전자기파 역시 성조숙증을 유발한다고 보긴 힘듭니다.
-성조숙증 초기엔 어떤 증상이 나타납니까.같은 또래 아이보다 사춘기 발달이 비정상적으로 빨라요. 여자아이는 만 8세 미만에 가슴 멍울이 잡히거나 음모가 생깁니다. 남자아이는 만 9세 미만인데 고환 부피가 4㎖ 이상으로 커지거나 음모가 나타납니다. 겨드랑이의 체모나 변성기는 사춘기 후반에 오니까 성조숙증 증상으로 볼 수 없고, 남자아이의 턱수염은 사춘기 증상이긴 하지만 성호르몬이 아니라 부신 호르몬 영향이기 때문에 성조숙증 진단 기준에 들어가지 않아요.
-남아는 성조숙증 발견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성조숙증은 여아 발병률이 5~10배 정도 높아요. 여아의 성조숙증은 특별한 원인이 없는 특발성인 반면, 남아에선 뇌종양 등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런 차이가 나타납니다. 가슴 멍울 발견이 쉽지만, 고환 부피는 가정에서 정확히 측정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남아는 성조숙증이 어느 정도 진행된 뒤 병원에 오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습니다.
-남아가 성조숙증이면 큰 병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까.
남아는 성조숙증으로 진단되면 뇌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권하고, 건강보험도 지원됩니다. 뇌종양 등 중추신경계에 이상이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에요. 다만 최근엔 남아의 비만도가 크게 높아지면서 남아에서도 특발성 성조숙증 비율이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성조숙증이 어떤 안 좋은 영향을 미칩니까.사춘기 전에는 키가 1년에 4~6cm 정도 크다가, 사춘기가 오면 7~8cm씩 크는 급성장기를 거친 뒤 성장판이 닫히게 돼요. 사춘기가 너무 일찍 시작되면 이 급성장기 전의 성장 기간이 짧아져서 최종 키가 작아질 수 있죠. 여아의 경우 또래보다 초경이 빨라 심리적으로 부담을 느낄 수 있고, 2형 당뇨병이나 유방·난소 질환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치료는 어떻게 합니까.주사를 맞습니다. 뇌 속 물질인 ‘성선자극호르몬 방출호르몬(GnRH)’의 분비를 억제하는 약이에요. GnRH는 뇌하수체에 작용해 성선자극호르몬 분비를 촉진하고, 이 호르몬이 난소와 고환을 자극해 성호르몬을 만들어요. GnRH 분비를 막으면 성호르몬이 줄어드는 원리입니다. 주사는 4주·12주·24주 간격이 가능하고, 효과는 모두 동일해요. 병원 방문 주기나 개인 일정을 고려해 간격을 선택하면 됩니다.
-주사는 언제까지 맞아야 합니까.여아는 만 11세 11개월, 남아는 만 12세 11개월까지 성조숙증 치료 주사를 맞을 수 있어요. 이 시기를 넘기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이때부터는 정상적인 사춘기가 시작되는 시기라 성조숙증 치료의 이득이 거의 없습니다. 사춘기 때까지 성호르몬 분비를 억제하면 오히려 골밀도가 떨어지는 등 뼈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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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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