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이루어진 가자 지구 휴전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외교정책 스타일의 승리였다. 대통령과 그의 팀은 강력하고 개인적인 외교를 통해 가자 지역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을 멈추도록 설득했고 카타르, 이집트와 투르키에를 앞세워 하마스에게 휴전안을 받아들이도록 압력을 가했다. 거래와 드라마를 즐기는 대통령에게 이집트에서 열린 휴전합의문 서명식은 웅장한 무대였다.
그러나 중동이 조용해지자 이보다 훨씬 중요한 지역에서 미·중 관계를 둘러싼 불협화음이 커졌다. 이에 맞서 트럼프는 협박, 뒷걸음질, 혼란으로 이어지는 갈짓자 행보를 보였다. 처음에는 “100% 추가 관세”로 위협했고, 시진핑과의 예정된 회담을 취소하겠다고 경고했다. 베이징이 미동조차 하지 않자 갑자기 태도를 바꾼 트럼프는 소셜 미디어에 “중국을 돕겠다는 것이지 결코 해를 끼치려는 게 아니다”라는 유화적인 메시지를 올렸다. 보좌관들도 트럼프와 시진핑의 정상대좌가 예정대로 이루어질 것이라며 급히 진행경로를 바꾸었다.
요란한 엄포, 빠른 후퇴와 이에 따른 부확실성으로 이어지는 패턴은 이제 우리에겐 대단히 익숙하다. 문제는 트럼프의 외교 전술이 중동에서는 효과가 있었지만 그보다 훨씬 길고 큰 중국과의 다툼에는 제대로 먹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트럼프의 접근법은 미국이 압도적인 지렛대를 갖고 있고 개인이 정치를 좌지우지하는 곳에서 힘을 발휘한다. 중동지역에서 미국은 돈줄과 무기 체계, 안보 우산, 첨단 기술과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거부권을 한 손에 거머진 가공스러운 존재다. 네타냐후, 시시, 에르도간, 무함마드 빈 살만 등 이 지역 지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압력과 거래 인센티브에 반응하는 독재자들이다. 이곳이야말로 트럼프가 사랑하는 세상이다. 그는 이 지역 지도자들을 불러 협박하고 칭찬해가며 거래를 성사시킨다. 하마스-이스라엘 휴전은 바로 이런 종류의 개인적이고 가시적이며 극적인 공연이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중국과의 다툼은 구조적이다. 상호의존으로 묶인 두 강대국 사이의 라이벌전이다. 이곳에서 트럼프의 본능은 빗나갔다. 그는 계획보다 겁주기를, 동반자 관계보다 일방적 압박을 선호한다. 그러나 베이징은 그의 엄포를 맞받아칠 힘을 갖고 있다. 트럼프가 대규모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은 전자와 자동차 제조업체들에게 없어서는 안될 희토류의 수출제한 조치와 함께 대대적인 보복관세로 즉각 응수했다.
워싱턴은 중국을 움직일 확실한 지렛대를 갖고 있다. 중국은 고성능 반도체 디자인, 항공우주 기술과 서방시장 진출을 위해 미국과 미국의 우방국들에 의존한다. 반면 미국은 희토류 수입의 약 70%와 리튬 이온 배터리, 다수의 저가 반도체와 의약품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은 크기와 규모에 힘입어 특히 제조업 분야에서 넉넉한 우위를 지키며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포린 어페어스 에세이를 통해 러시 도시와 커트 M. 캠벨이 설명하듯 미국 혼자서 모든 필수 기술을 만들 수는 없으나 우방국들과 힘을 합치면 가능하다. 미국, 유럽연합(EU), 일본과 인도의 경제를 하나로 묶으면 세계 GDP의 50%와 연구개발비의 50% 이상을 차지하게 된다. 그렇다면 최상의 대중국 전략은 이들 우방국들과의 투자 조율, 기술 동맹과 군사적 억제력 공유 등을 관리할 연맹체를 구성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선 인내, 일관성과 신뢰가 요구된다.
이 부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기록은 신통치 않다. 그는 응징적 관세로 유럽과 캐나다를 소외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AUKUS 잠수함 협약에 대한 재검토에 착수했다. 이는 미국, 영국과 호주를 하나로 묶는 대단히 중요한 인도 태평양지역 파트너십이다. 그는 또한 반복적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가치에 의문을 표시했다. 게다가 트럼프는 거의 30년간 공을 들인 인도와의 외교를 뒤집어 놓았다. 인도는 경제적으로, 기술적으로, 그리고 군사적으로 중국을 견제할수 있는 규모를 지닌 국가다. 인도에 고율의 관세를 때리고 사실상 중국의 군사동맹국인 파키스탄에 공개적으로 구애하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아무런 실익없이 뉴델리의 분노를 샀다.
중국과의 경쟁에서 가장 중요한 측면은 내부적인 문제다. 연구 투자, 핵심 산업 지원, 글로벌 인재 유치인재를 통해 미국의 역량을 재구축해야 한다. 하지만 2023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방 연구개발비 비중은 0.6% 하락하며 냉전시대 평균치의 절반 수준을 기록했다. 물론 올해 단행된 트럼프의 연구비 삭감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았다. 비자 제한을 비롯한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로 미국으로 들어온 유학생 수는 지난해 이후 19% 감소했다. 국내기술에 대한 지원은 뒷전으로 밀려났고 관세와 추가 관세로 대체됐다.
대만을 향한 워싱턴의 전략을 살펴보라. 과거 반세기 동안, 미국의 정책은 타이페이에 순사적 지원을 하면서도 중국에 대한 도발을 피하는 등 약하지만 안정적 균형을 유지해 왔다. 이같은 균형은 전략적 일관성과 신중한 신호 전달, 제도적 기억에 바탕을 두었기 때문에 공화당과 민주당 행정부를 거치면서 그대로 유지되어 왔다. 미-중 관계는 충동적인 트윗이 끼어들기에 적합한 곳이 아니다.
중동에서 트럼프가 성사시킨 거래는 그가 개성과 불균형이 지배하는 상황에서 폭발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러나 중국과의 경쟁은 이보다 더디고, 더욱 기술적이며 덜 연극적이다. 거래를 성공시키기 위해선 쇼맨십이 아닌 국가운영 능력, 허세가 아닌 인내가 필요하다.
위험부담이 이보다 더 클 수는 없다. 트럼프가 계속 베이징을 걸프 연안국가 다루듯 한다면 미국인들은 거래의 기술이 전략적 설계를 대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조만간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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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 CNN ‘GPS’ 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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