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들이 피아노 음계연습곡 음을 내며 우리 넓은 뜰에서 또르르 구르고 있다. 그래서 나는 가을만 되면 일년 내내 외면했던 낡은 피아노 뚜껑을 열고 하는 교본으로 굳은 손가락을…
[2006-11-25]조용한 아이였다. 너무나 조용해서, 손님이 들락날락할 때마다 띵-똥- 울리는 차임벨이 없었다면 언제 들어왔다 언제 나갔는지도 모를 아이였다. 눈이 크고 동그스름한 얼굴이 같은 나…
[2006-11-18]살아가면서 우리는 여러 사람을 만나고 알게 모르게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게 된다. 좋은 관계를 만들기도 하고 그렇지 못 할 때도 있다. 그 사람을 만났기 때문에 내가 더 성장할 수…
[2006-11-11]지난 주말, 친구들과 오랜만에 LA 근교로 여행을 갔다왔다. 최근 몇년동안 나만을 위한 여행을 한 적이 없어서인지, 짧은 여행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앞으론 여행을 자주 하리라 굳게 …
[2006-11-04]나비를 보셨는지요. 성하(盛夏)의 계절, 만개한 꽃들 사이에서 윤무를 추고 있는 나비가 아니라 계절이 지나가는 구월과 시월의 경계에서 문득 눈에 띈 저 흰 나비. 너무도 희어 아…
[2006-10-14]나와 나의 룸메이트 줄리아는 그 날 교정의 한 벤치에서 샌드위치로 점심을 먹고 있었다. 따스한 가을 햇빛을 즐기며 런치브레이크를 하는 학생들로 주위는 시끄러웠고, 가끔 높…
[2006-10-07]〈모여 살아도 따습지 않고/ 부비며 지내도 허허한 마음/하늘 휘저으며 몸부림 쳐도/잊혀지지 않는 강산아/훌훌 갈꽃으로 날아가도 /바람에 부딪치는 망향〉 이민 초기에 쓴 ‘캘리포…
[2006-09-30]“빠리빠리”- 내가 허겁지겁 서두를 때면 아이들이 나를 놀리듯 반복하는 말이다. 어렸을 땐 ‘빠~알리 빠~알리’ 하더니 성인이 되어서는 ‘빨리빨리’보다 더 실감나게 ‘빠리빠리’라…
[2006-09-23]마켓 안 깊숙이, 고기 진열대 바로 뒤에 널평상(-平床)만한 나무도마가 있다. 한가할 때면 나는 이 도마 앞으로 의자를 갖다놓고 앉아 하루 일을 생각하거나 하루 일을 돌아보기도 …
[2006-09-09]내가 늙어 노파가 되면 심홍색 옷을 입으리 /어울리지도, 맞지도 않는 빨간 모자를 쓰리라/연금을 받으면 브랜디를 사 마시고 여름 장갑을 살 거야 /비단 샌들도 한 켤레 사고, 그…
[2006-09-02]“하루를 굶은 당신 앞에 산해진미로 차려진 밥상이 있습니다. 그러나 식사 후 하루동안 화장실 사용을 금한다는 조건이 있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오래 전 애틀랜타 문인회 문학…
[2006-08-26]마지막 기내 안내방송을 들으며 내심 긴장이 됐다. 12년만에 찾는 한국이다. 미국 온 지 몇 해 되지 않아 한 번 갔을 때도 집을 못 찾아 헤맸었는데... 복잡하지 않은 지방…
[2006-08-19]아침 일찍 멕시칸 수퍼마켓을 간다. 가게문을 열고 들어서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온갖 종류의 과일들과 채소들이 신선한 모습으로 저마다의 향기를 내뿜고 있다. 이 마켓을 찾아오는…
[2006-08-05]오래 전에 그 당시 LA 다저스 야구 팀 감독으로 재임 중이던 타미 라소다(Tommy Lasorda, 1927-)를 인터뷰 한 적이 있다. 20년 동안 다저스 감독으로서의 그…
[2006-07-29]초등학교 1학년 때 내 짝이 큰 눈을 굴리며 선생님도 변소 가시더라고 했다. 설마 하고 내가 믿지 않으니까 내 짝은 다음 날 선생이 계시던 변호 그 현장으로 나를 끌고 갔었다. …
[2006-07-22]중년에 들어서면서 “내가 더 이상 젊지 않구나” 깨닫게 하는 일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은 비단 나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매년 새롭게 입학하는 대학 신입생들은 늘 같은 나이인데…
[2006-07-15]마침내 나는 마켓을 나의 경(經)으로 삼았다. 마켓안 깊숙히 좌지불(坐之不遷하기를 62208000초(秒). 주야(晝夜)로 들락거리는 온갖 남루(襤褸)한 목숨들의 허기진 욕…
[2006-07-08]이미 끝난 일이지만 나도 한마디하고 싶다. 그날 나는 컴퓨터 앞에 앉아 한국 스위스 대전을 모니터 하면서 리포트를 쓰고 있었다. 빨간 셔츠를 입고 ‘대~한민국’을 외칠 수는…
[2006-07-01]이성호 시인·RV 리조트 경영 산장의 생활도 2년이 지났다. 이제 여름에는 틈틈이 책을 읽고 좀 한가한 겨울에는 글을 쓰는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여유가 생겨 다행이다. 오…
[2006-06-17]6월은 내게 아주 특별한 달이다. 주위 사람들이 내가 태어난 날을 상기하게 될 수밖에 없는 달이기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5월은 가정의 달’이 끝나면 그 기운을 이어받아 ‘6월은…
[2006-06-10]2026년 월드컵 뉴욕·뉴저지 한인위원회가 29일 뉴저지 레오니아 소재 오버펙공원에서 출범식을 개최했다. 이날 전창덕 위원장과 김영길 후원회장…
지난 수개월간 진행된 대규모 연방공무원 감원 여파로 워싱턴 일원의 부동산 시장에 매물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북버지니아 지역은 여전히 강세를 …
제75주년 6.25전쟁 기념일을 맞아 지난 25일 샌프란시스코 프리시디오 공원내 한국전 참전기념비 앞에서 한국전 발발 75주년 기념식이 열렸다…